이강철 감독의 한 수…주권·이채호·김민수까지 5선발 경쟁
로하스 합류한 타선…김민혁·배정대·로하스로 외야 구축
(부산=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kt wiz는 2023년 ‘마법’ 같은 한 해를 보냈다.
정규시즌 초반 부상선수들이 속출해 최하위권에 머물렀으나 6월 중순 반등에 성공한 뒤 무서운 기세로 승리를 쓸어 담으며 한국시리즈(KS) 진출을 일궜다.
LG 트윈스와 KS에선 아쉽게 무릎을 꿇었지만, 2023년은 kt 선수단이 한 계단 더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kt는 2024년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마무리 투수 김재윤이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했으나 2020년 최우수선수(MVP) 멜 로하스 주니어가 합류했고, 우규민, 문용익 등 쏠쏠한 자원이 가세했다.
kt는 부상 등 변수만 잘 피한다면 올해 다시 한번 대권에 도전할 만한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강철 kt 감독 역시 자신감이 차고 넘친다. 올해는 기필코 지난해 아쉽게 놓쳤던 KS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겠다는 각오다. 이 감독의 머릿속엔 이미 KS 우승을 향한 로드맵이 정립됐다.
이 감독은 15일 스프링캠프 숙소인 부산 기장군 아난티 앳 부산 코브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새 시즌 전망과 전력, 선수 기용 안을 소상하게 밝히며 “다시 한번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 비어있는 선발 한 자리…핵심 불펜 주권·이채호·김민수까지 경쟁
kt는 전력이 탄탄한 팀이다. 선발, 불펜, 마무리가 확실하고 포지션별 야수들도 든든하다.
다만 구멍도 있다. 가장 필요한 부분은 5선발이다.
kt는 배제성이 입대해 선발 로테이션 하나가 비어있다. 윌리엄 쿠에바스, 웨스 벤자민, 고영표, 엄상백 등 4명의 선발은 확실하지만, 한 자리가 문제다.
소형준은 지난해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아서 6월 이후 복귀 예정인데, 그때까지 선발 한 명이 필요하다.
이강철 감독은 파격적인 구상안을 세웠다. 과거 불펜으로 활약했던 이채호와 주권, 김민수가 선발에 도전한다.
이 감독은 “손동현, 이상동이 크게 성장했고 우규민과 (수술받은 뒤 회복한) 박시영이 합류했다”며 필승조를 소개한 뒤 “중간이 탄탄해진 만큼 선발로 활용할 수 있는 선수들에게 투구 수를 늘리는 훈련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김민수는 2022시즌 30홀드, 이채호는 2022시즌 3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95, 주권은 2019시즌부터 2021시즌까지 매년 20홀드 이상을 책임진 핵심 불펜이다.
세 선수는 부상과 부진 탓에 지난 시즌엔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이강철 감독은 세 투수에게 부활의 기회를 주면서 선발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여기에 김민과 신인 투수 원상현, 육청명까지 경쟁한다. 김민과 원상현은 150㎞대 직구를 던지는 강속구 투수다.
이강철 감독은 “원상현은 첫 불펜에서 150㎞를 던지더라”라며 혀를 내둘렀다.
지난 시즌 아쉬움을 남겼던 ‘왼손 불펜’ 문제는 박세진과 전용주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의 친동생인 박세진은 스프링캠프에서 예년과는 다른 구위를 보이며 이강철 감독의 얼굴에 미소를 머금게 하고 있다.
이 감독은 “두 선수 중 한 명이라도 확실하게 자리매김한다면 팀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주전 마무리 투수는 박영현이다.
◇ 로하스 합류로 단단해진 타선…기동력까지 끌어올린다
새 시즌 kt의 가장 큰 변화는 중심타선이 부활한다는 것이다. kt는 지난 시즌 강백호가 부상으로 허덕였고, 앤서니 알포드가 기대 수준의 활약을 펼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올해는 2020시즌 타격 4관왕 로하스의 합류로 무게감이 생겼다.
외야는 김민혁이 좌익수, 배정대가 중견수, 로하스가 우익수를 맡을 예정이다. 강백호는 지명타자로 주로 출전한다.
이강철 감독은 “주루 능력이 좋은 중견수 배정대는 1번 타자로 활용하고 작전 수행 능력이 좋은 김민혁은 주로 2번으로 나설 계획”이라며 “로하스, 박병호, 강백호로 이어지는 클린업이 제 역할을 하면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루수 황재균과 포수 장성우, 유격수 김상수는 하위 타순에서 힘을 보탠다. 2루수는 주장 박경수와 이호연, 천성호 등이 경쟁한다.
여름이 되면 주전급 내야수 심우준이 제대해 합류한다.
이강철 감독은 “심우준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이 심우준의 이름을 언급한 건 새 시즌 바뀌는 규정 때문이다.
KBO리그는 새 시즌 베이스 크기를 늘리는 등 주력이 좋은 팀에 유리한 환경으로 바뀐다.
발 빠른 선수가 적은 kt로선 아쉬운 대목이다.
이강철 감독은 “배정대를 1번으로 내세운 이유 중 하나”라며 “심우준까지 가세하면 기동력에서 효과를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KS의 아픔, 큰 약이 됐다…선수들 눈빛 달라져”
이강철 감독은 스프링캠프 분위기를 묻는 말엔 “예년과는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은 차마 입 밖으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지난 KS를 많이 아쉬워하는 눈치”라며 “특히 박병호 등 고참 선수들이 엄청나게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우승에 관한 간절함이 더 커진 것 같다”고 했다.
kt는 지난해 KS 1차전에서 LG에 승리했으나 2, 3차전을 아쉽게 내준 뒤 결국 1승 4패로 무릎을 꿇었다.
KS 우승 트로피를 놓친 여파는 생각보다 오래갔다.
그러나 KS의 아픔은 kt 선수들을 더 똘똘 뭉치게 하는 계기가 된 듯하다.
이강철 감독은 “현재 팀 분위기는 매우 좋다”며 “외국보다는 날씨가 쌀쌀하지만, 훈련 환경이 나쁘지 않다. 올해만큼은 좋은 예감이 든다”고 말했다.
kt는 21일까지 국내 훈련을 한 뒤 23일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해 연습경기 일정을 치른다.
연습경기를 통해 마지막 점검을 한 뒤 시범경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강철 감독의 시선은 다음 달 23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 2024시즌 개막전에 맞춰져 있다.
이 감독은 ‘개막전 선발은 정했나’라는 질문에 “삼성이잖아요”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삼성에 유독 강했던 ‘에이스’ 쿠에바스를 염두에 둔 답변이다.
쿠에바스는 2021년 정규시즌 1위 결정전 삼성과 경기에서 이틀 휴식 후 선발 등판해 7이닝 무실점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등 삼성전에 좋은 기억이 많다.
이강철 감독은 지난해에도 스프링캠프 첫날 정규시즌 개막전인 LG와 경기에 ‘천적’ 벤자민을 내세울 것이라고 일찌감치 공개했고, 개막전에서 승리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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