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난데스·김태환 등 이적생 맹활약…2024년 첫 공식전 완승
주장 김진수 “선수들, 치열하게 훈련…단단해지는 느낌 든다”
(전주=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오랜만에 팀에 와서 훈련을 처음 하는데, 조금 느낌이 달랐어요. 선수들이 치열하게 훈련하는 것 같았습니다.”
새 시즌 ‘명예 회복’을 꾀하는 프로축구 K리그1 전북 현대의 김진수는 국가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느라 프리시즌 대부분 기간을 소속팀과 함께하지 못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의 측면 수비를 맡은 김진수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 출전했다.
클린스만호가 지난 7일 요르단과 4강전에서 0-2로 완패한 후에야 김진수도 전북으로 돌아와 소속팀 동료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
복귀한 김진수는 선수단 분위기가 이전과는 달라졌음을 느꼈다고 했다.
김진수는 14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2024시즌 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 포항 스틸러스와 1차전을 마친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팀이 단단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김진수가 풀타임을 소화한 전북은 경기 내내 포항을 압도한 끝에 2-0 완승을 거뒀다.
이 경기는 두 팀뿐만 아니라 한국 프로축구의 2024년 첫 번째 공식전이다.
단 페트레스쿠 감독 체제로 처음 비시즌을 보낸 전북이 3월 개막하는 2024시즌 K리그1을 앞두고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린 셈이다.
새 시즌을 앞두고 주장직을 받은 김진수는 “끈끈함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다”며 “오늘은 실점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외국인 선수들도 그렇고, 국내 선수 중 새로 온 선수들도 그렇고 어떻게든 잘 적응하고 이 팀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시작부터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진수의 평가처럼 이 경기에서는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합류한 선수들이 펄펄 날았다.
우승 후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지난 시즌을 4위로 마친 전북은 이후 티아고, 에르난데스, 이영재, 권창훈 등 검증된 자원을 대거 영입하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2013년 승강제가 도입된 후 전북이 3위 밑으로 떨어진 건 2023시즌이 처음이다.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다가 유니폼을 갈아입은 에르난데스는 이날 포항전 전반 17분 선제골을 넣었고, 지난 시즌 대전하나시티즌에서 17골을 넣어 득점왕 경쟁을 펼친 티아고도 계속 포항의 후방을 괴롭혔다.
후반에 특히 빛난 선수는 국가대표 풀백 김태환이었다.
전반을 1-0으로 앞선 전북의 페트레스쿠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에르난데스를 불러들이고 김태환을 투입했다. 후반 19분 역습 상황에서 오른 측면을 누빈 김태환은 문전을 향해 크로스를 올렸다. 이 공이 골대로 쇄도한 안현범의 머리에 정확히 얹히면서 2-0을 만드는 득점으로 이어졌다.
지난 시즌 울산 HD의 K리그1 2연패 달성에 기여한 김태환은 지난달 이적했다.
전북 데뷔전부터 공격포인트를 만든 김태환은 지난 시즌까지 ‘라이벌’ 구단이었던 전북 홈팬들 앞에 다가가 고개 숙여 인사하며 자축했다.
앞서 페트레스쿠 감독은 지난 13일 열린 사전 기자회견에서 “구단이 정말 잘 도와줬다. 선수 구성은 만족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착실한 전력 보강의 효과를 그라운드에서 확인한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는 특히 포항을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는 데 흡족해했다.
페트레스쿠 감독은 “팀 사기 측면에서도 좋은 결과다. 작년에 포항을 이긴 적이 없었는데 작년과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좋다”며 “우리가 역량 있는 선수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그 선수들을 팀 차원에서 똘똘 뭉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북은 지난 시즌 포항과 5차례 맞붙었으나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1무 4패였다.
이 가운데 가장 쓰라린 패배는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전이다.
지난 시즌 리그에서 고전하며 진작 우승과 멀어진 전북은 FA컵에서는 승승장구하며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지난해 12월 열린 결승전에서 포항을 이겼다면 전북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출전권을 딸 수 있었다.
그러나 포항에 2-4로 완패로 우승은 좌절됐다.
K리그의 절대 1강으로 군림했던 전북의 시즌 ‘무관’이 확정된 순간이었다.
전북은 지난 시즌 초 리그 하위권까지 추락하는 부진 속에 감독이 교체됐다. 서포터스석에 연일 허병길 전 대표이사 등을 겨냥한 험악한 문구의 걸개가 설치되는 등 열성 팬들과 관계도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페트레스쿠 감독은 새 시즌 우승을 목표로 하되 방심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였다.
전북은 20일 포항과 원정 경기로 ACL 16강 2차전을 치른다. 합계 점수에서 2골 차로 앞선 터라 전북이 유리하다.
그러나 페트레스쿠 감독은 “이겨서 팬들과 선수들에게 행복을 선사해서 만족스럽지만 우린 아직 전반전만 끝난 수준이다. 포항에서 후반전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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