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바이에른 뮌헨(독일)이 수적 열세 속에 또 무너졌다.
바이에른 뮌헨은 15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한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열린 2023-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라치오(이탈리아)에 0-1로 졌다.
이로써 바이에른 뮌헨은 1, 2차전 총 180분에 걸쳐서 승부를 내는 토너먼트 방식에서 기선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8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다음달 6일 장소를 홈구장으로 옮겨 펼치는 2차전에서 역전이 반드시 필요다.
홈팀 라치오는 조별리그를 E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페예노르트, 셀틱 등과 같은 조에 속한 라치오는 3승 1무 2패 승점 10점을 기록해 아틀레티코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들은 조별리그 6경기 동안 홈에서 지지 않은 덕분에 16강 진출 티켓을 확보했다.
이탈리아 세리에A의 라치오는 현재 8위에 올라있다. 챔피언스리그를 앞두고 하락세를 겪고 있다. 이탈리아 슈퍼컵에서 인터 밀란에 패했고 이어진 리그에서도 나폴리, 아탈란타전까지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슬럼프 속 다행히 칼리아리를 잡으면서 한숨 돌렸으나 바이에른 뮌헨전을 대비했다.
라치오는 토너먼트를 준비하며 조별리그와 선수단이 달라지지 않았다. 안드레아 페타만 제외됐을 뿐 전반기 주축 대부분이 참가한다. 다만 이번 경기에는 다비데 렌제티가 징계로 뛰지 않는다. 베스트 라인업을 꺼낼 수 있는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은 사전 인터뷰에서 “매우 어려운 경기가 되겠지만 승리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시선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바이에른 뮌헨은 챔피언스리그에서 늘 강팀으로 분류된다. 그래도 우리는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분위기가 한풀 꺾인 건 바이에른 뮌헨도 마찬가지다. 라치오 원정을 앞둔 지난 주말 사실상의 분데스리가 1위 결정전에서 패했다. 2위로 선두 추격에 박차를 가했던 바이에른 뮌헨은 김민재의 복귀로 탄력을 받았지만 바이어 04 레버쿠젠에 0-3으로 대패했다. 이 패배로 분데스리가 12년 연속 우승에 빨간불이 켜졌다. 앞서 독일축구협회(DFB) 포칼도 일찍 탈락한 바이에른 뮌헨은 챔피언스리그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다행히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흐름이 괜찮았다. A조에서 조별리그를 풀어간 바이에른 뮌헨은 5승 1무의 좋은 성적을 냈다. 초반 연승 질주로 일찌감치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후 김민재를 포함한 주전 일부에게 휴식을 부여한 탓에 코펜하겐전을 비겨 전승 진출에는 실패했어도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준수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은 휴식기 동안 선수단에 큰 변화가 있었다. 3명의 선수가 새롭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겨울 이적 시장에서 즉시 전력감으로 합류한 에릭 다이어를 비롯해 브라이언 사라고사, 사샤 보에이가 새로 추가됐다. 변화 속에 바이에른 뮌헨은 레버쿠젠에 패한 부분을 이겨내는 게 중요하다. 앞선 패배로 경질 이야기까지 들리는 토마스 투헬 감독도 “이런 압박은 엄청난 특권이다. 우리는 자신감을 유지하며 자기비판도 해야 한다. 압박이 클수록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전술 싸움이 될 가능성이 다. 사리 감독과 투헬 감독 모두 전략가로 통한다. 투헬 감독도 “사리 감독의 모든 팀처럼 라치오도 라인 사이에 공간을 거의 두지 않는 스타일이다. 매우 이기기 힘든 팀이다.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팀 모두 베스트로 임했다. 라치오는 치로 임모빌레를 중심으로 바이에른 뮌헨의 골망을 노렸다. 좌우에 펠리페 안데르손과 구스타브 이삭센을 뒀다. 2선에는 루이스 알베르토, 다닐로 카탈디, 마테오 귀엥두지를 배치했다. 포백은 엘세이드 하이사지, 알레시오 로마뇰리, 마리오 길라, 아담 마루시치였고, 골문은 이반 프로베델이 지켰다.
바이에른 뮌헨은 김민재가 어김없이 선발로 나선다. 김민재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을 마치고 돌아간 뒤 2경기째 선발 출전이다. 앞서 레버쿠젠전에 나섰던 김민재는 0-3 패배 속에서도 수비수 중에서 가장 높은 평점을 받으면서 제몫을 해내는데 성공했다. 이번 경기에서는 기존처럼 다요 우파메카노와 포백으로 호흡을 맞췄다.
사실 바이에른 뮌헨이 레버쿠젠에 패했던 건 예상치 못한 스리백을 가동한 게 컸다. 그것도 다이어를 스리백의 가운데에 두는 놀라운 선택을 했고 실패에 돌아갔다. 다이어는 경기 내내 김민재와 우파메카노에게 크게 손짓하며 패스 방향과 수비 위치를 지시했다. 아무래도 세 명의 센터백 중에 가운데에서 그라운드를 넓게 볼 수 있다보니 지시를 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다이어의 판단력이 김민재와 우파메카노보다 우위일 수는 없다. 오히려 잘못된 지시로 혼란함을 가중시키는 장면이 여럿 발생했다.
그래선지 이날은 김민재와 우파메카노 조합을 다시 꺼냈다. 좌우 수비에는 하파엘 게레이루와 누사이르 마자라위가 섰다. 3선은 레온 고레츠카와 조슈아 키미히가 호흡을 맞췄고, 자말 무시알라와 토마스 뮐러, 르로이 사네가 2선에서 화력을 지원했다. 최전방은 해리 케인, 골키퍼는 마누엘 노이어였다.
바이에른 뮌헨은 원정길이었지만 전반 2분 키미히의 슈팅을 시작으로 공격을 시도했다. 시작과 함께 가슴 철렁한 순간이 있었다. 김민재가 임모빌레의 진로를 막아내며 노이어 골키퍼가 어려움 없이 공을 잡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임모빌레의 무릎에 김민재의 허벅지가 찍혔다. 순간 놀랐는지 김민재가 허리에 손을 대면서 살짝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노이어 골키퍼도 놀라서 김민재를 살피기도 했다.
다행히 김민재가 곧 아픔을 털어내고 다시 뛰기 시작했다. 6분경 케인에게 절호의 기회가 연결되기도 했다. 페널티박스 왼쪽 바깥서 반대편으로 크게 연결한 크로스를 뮐러가 문전으로 우겨넣었다. 케인이 논스톱 슈팅으로 가져가는 좋은 기회였는데 골대를 훌쩍 넘겨 아쉬움을 남겼다.
김민재는 지속해서 임모빌레와 마주했다. 특유의 패스길을 읽는 능력을 바탕으로 임모빌레에게 연결되는 패스를 사전에 끊어내는데 성공했다. 이를 비롯해 라치오의 전진패스를 수차례 차단했다. 최후방에서 라치오의 공격을 막는 건 물론이고 중앙선 부근까지 라인을 올린 상황에서도 먼저 튀어나와 인터셉트하는 장면이 많았다.
김민재가 든든하게 뒤를 커버하면서 바이에른 뮌헨도 공격에 매진했다. 하지만 마무리 세밀함이 부족했다. 무시알라가 깊숙하게 파고들어 연결한 컷백은 동료에게 닿지 않았고, 전반 38분 라치오 골키퍼의 후방 빌드업 패스 미스로 잡은 기회에서도 케인이 박스 안에서 둘러싸여 찬스를 허비했다. 39분 모처럼 연계 플레이로 잡은 문전 기회도 무시알라의 슈팅이 크게 떠 득점에 실패했다.
공세를 펴던 바이에른 뮌헨은 전반 45분 라치오에 역습을 허용했다. 하프라인에서 우파메카노가 제대로 걷어내지 못해 순간적으로 3대3 속공 상황을 맞았다. 김민재가 빠르게 커버를 들어왔고, 귀엥두지의 슈팅을 발로 걷어내는 침착함을 보여줬다.
결국 라치오와 바이에른 뮌헨은 득점없이 전반을 마쳤다. 양팀 모두 실속이 없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7개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유효슈팅은 0이었다. 라치오도 유효슈팅이 1개에 머물러 반격하는 방식에서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다. 두 팀 모두 큰 선수 변화 없이 후반을 맞았다.
라치오가 재개와 함께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후반 2분 우파메카노가 공격수 따라 올라간 공간으로 이삭센이 파고들었다. 김민재도 이 패스를 막으려고 몸을 날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순간적으로 이삭센이 볼을 잡았고 슈팅을 이어갔는데 노이어 골키퍼가 막아냈다.
한숨 돌렸지만 바이에른 뮌헨은 계속 몰렸다. 그럴수록 뒷공간 커버에 능한 김민재가 계속해서 클리어링하는 장면이 반복됐다. 후반 15분에는 높이 올라가 이삭센과 강한 어깨 싸움을 이겨내면서 지속적으로 라치오를 막아냈다. 밀리던 바이에른 뮌헨은 후반 19분 무시알라의 박스 침투 이후 크로스로 마즈라위에게 볼이 연결됐으나 슈팅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팽팽하던 양상이 후반 22분에 깨졌다. 바이에른 뮌헨의 우파메카노가 박스 안에서 수비하다가 이삭센의 발목을 밟았다. 임모빌레의 첫 슈팅을 김민재가 막았고 그 볼이 이삭센에게 흐르자 우파메카노가 급하게 발을 뻗었다가 발을 찍었다. 주심은 다이렉트 퇴장과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임모빌레가 키커로 나서 성공시키면서 영의 균형이 깨졌다.
수적 열세에 빠진 바이에른 뮌헨은 고레츠카를 급히 불러들이고 마티아스 더 리흐트를 넣었다. 김민재와 더 리흐트가 최후방에서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투헬 감독이 레버쿠젠전 때문인지 다이어를 다시 선택하지 않았다. 김민재도 조금 더 자신있게 공격에 올라갔다. 후반 27분 코너킥 상황에서 공격에 가담해 헤더에 성공했다. 하지만 골문을 벗어났다.
라치오는 최전방 2명을 교체하며 앞선부터 압박하는 활력을 불어넣었다. 임모빌레와 이삭센을 빼고 페드로와 발렌틴 카스텔라노스가 투입됐다. 라치오는 계속해서 선수 변화를 줬다. 파트리치와 가마다 다이치를 넣어 기동성 확보에 나섰다.
남은 시간 동점골이 필요해진 바이에른 뮌헨도 에릭 추포-모팅과 마티스 텔을 넣어 공격수를 늘렸다. 바이에른 뮌헨에 시급한 건 유효슈팅이었다. 경기 막바지에 다다를 때까지 라치오 골문 안으로 보낸 슈팅이 전무했다. 케인은 후반 40분 아크 정면에서 프리킥을 직접 처리해봤지만 수비벽을 맞췄다.
바이에른 뮌헨이 올라갈수록 김민재의 역할은 더 커졌다. 후반 43분 라치오가 역습으로 추가득점을 노릴 때도 김민재가 박스 안에서 안데르손의 슈팅을 막아내면서 결정적인 수비를 해냈다. 김민재의 분전에도 바이에른 뮌헨은 유효슈팅 0개의 충격적인 기록을 남기면서 0-1로 패했다.
김민재 홀로 제몫을 다했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스코어’도 이날 바이에른 뮌헨 선수 중 김민재에게 7.7점을 부여하면서 최고 평점을 줬다. 김민재는 추가시간 포함 총 95분을 뛰면서 2개의 클리어링, 4개의 슈팅 블록, 2개의 인터셉트, 3개의 태클 등 수비 지표에서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다. 공격에서는 108번의 볼 터치를 했고, 패스도 93개 시도 중 91개 성공으로 98%의 정확도를 과시했다.
퇴장을 당한 우파메카노(6.5점)를 비롯해 마즈라위(6.9점), 게레이루(6.8점) 등 수비진들의 평점을 보더라도 김민재 홀로 수비했다고 바라봤다. 레버쿠젠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친 공격진에서는 무시알라(7.5점), 사네(7.4점), 뮐러(7.2점)는 준수한 평가를 받았으나 케인은 6.9점으로 부진했다고 지적을 받았다.
또 다른 통계 업체 ‘후스코어드닷컴’도 김민재에게 6.9점을 줘 바이에른 선수단에서 무시알라(7.3점), 사네(7.0점)에 이은 순위였다. 수비에 있어서 김민재만 제몫을 했다고 보는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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