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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한국축구, 사라진 ‘리더십과 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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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DB

[스포츠투데이 김영훈 기자] 선수들만 리더십과 책임감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7일(한국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에 위치한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요르단에게 0-2 완패를 당했다.

1960년 이후 64년 만에 아시아 최정상을 노린 한국은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유럽 무대에서 정상급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이 대거 포진한 역대급 전력을 보유했음에도 고전에 졸전을 보이며 퇴장하게 됐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우승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던 클린스만 감독은 첫 시험대에서 그동안 비판받던 여론을 뒤집지 못했다. 오히려 대회 동안 미소짓는 모습으로 팬들의 분노를 더욱 들끓게 만들었다. 특히 팀의 결과가 좋지 않았음에도 특유의 웃음만을 보였다.

요르단전 패배 후에도 밝았던 클린스만 감독은 8일 국내 입국 기자회견에서도 계속해서 미소를 보였다. 부진한 결과 속 사임의사 대신 복귀 후 아시안컵에 대한 후속조치를 통해 문제점에 대해 보완하겠다고 밝혔지만, 약 이틀 뒤인 10일 자택이 있는 미국으로 출국했다.

안 좋아질 때로 안 좋아진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시선과 화살은 그를 선임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게도 쏠리고 있다. 정 회장은 요르단과 4강전을 앞두고 현지 훈련장에 얼굴을 비췄다. 한국이 유효슈팅 하나 없이 대회 탈락을 확정짓자 그는 비밀리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더욱이 대회 후 이어지는 회의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13일 오전 10시 대한축구협회 소회의실에서 지난 아시안컵에 대한 리뷰를 시작으로 전반적인 사안에 대해 자유토론을 진행했다고 알렸다.

해당 회의에는 김정배 상근부회장, 장외룡, 이석재, 최영일 부회장, 마이클뮐러 전력강화위원장, 정해성 대회위원장, 이정민 심판위원장, 이임생 기술위원장, 황보관 기술본부장, 전한진 경영본부장이 참여했다. 정작 모든 권한을 거머쥔 ‘수장’ 정 회장은 없었다.

한국축구는 최그 다시 한번 부흥을 이어가고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세계적인 팀을 상대로 보여준 경기력과 극적인 승부 끝 16강행을 확정하며 많은 기대와 응원을 받고있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컵에서 첫 경기부터 불안했던 모습은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16강 사우디, 8강 호주전에서 드라마 같은 극적인 승부를 펼치며 살아남았지만, 4강에서는 요르단에게 완벽하게 무너지는 모습이었다.

선수들은 대회 후 아쉬움과 팬들을 향해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 주장 손흥민은 자신이 SNS를 통해 “경기를 마치고 런던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고 아쉬웠다. 주장으로서 제가 부족했고, 팀을 잘 이끌지 못했던 것 같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정말 많은 사랑주시고 응원해주셔서 대한민국 축구선수임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감사드리고 죄송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김민재, 이강인, 황인범 등 다수의 선수들이 자신의 부족함을 짚으면서 아쉬운 대회 성적과 과정을 두고 사과와 함께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대회 기간 동안 선수들은 한국축구에 대한 리더십과 책임감을 보였다. 분명 보완하고, 수정하고, 성장할 부분들이 있으나 계속해서 팬들 앞에 서서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국 축구를 위해서라면 진정한 책임감이 동반되어야할 시기다. 정 회장은 지난해 승부조작 사면 사태 임원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이다. 당시 모든 부회장들이 직책을 내려놓았으나, 정 회장은 계속해서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클린스만 감독 선임 당시 주요한 역할을 한 이유로 벼랑 끝에 몰려있다. 감독 선임 절차를 투명하게 밟지 않았다는 의혹으로 클린스만 감독과 함께 퇴진을 요구받고 있다.

위기가 찾아올 때 뒤로 숨는 정 회장의 행보는 다시마 고조 일본축구협회장의 모습과 대조되고 있다. 일본 또한 강력한 우승후보국 중 한 팀이었으나, 8강에서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지도력과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이토 준야의 팀 이탈을 번복하는 등 문제를 앓았다.

이때 다시마 고조 회장은 피하지 않다. 모리야스 감독의 유임을 설명했고, 이토 준야를 둘러싼 사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냈다. 여기에 혼열 출신 골키퍼 스즈키 자이온이 부진한 활약으로 인종차별을 받자 이에 강경대응하겠다고 선언하며 선수를 보호하기 도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오는 15일 오전 2024년 제1차 전력강화위원회를 개최한다. 마이클 뮐러 위원장, 클린스만 감독 등 총 9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미국으로 출국한 클린스만 감독은 화상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여전히 칼자루를 쥔 정 회장이다. 이번 전력강화위원회를 통해 어떤 결정을 내리며 책임을 다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김영훈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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