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바이에른 뮌헨이 사실상 결승전에서 패했다. 우승 도전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스페셜원’ 조제 무리뉴 감독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스포츠 전문 매체 ‘유로 스포츠’는 14일(한국시간) “무리뉴 감독이 바이에른 뮌헨의 지휘봉을 열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토마스 투헬 감독을 대체할 소방수를 원하고 있는 무리뉴 감독은 독일어 공부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리뉴 감독은 지난달 AS로마 사령탑에서 내려왔다. 2021년 5월 로마의 지휘봉을 잡았던 무리뉴 감독은 첫 시즌에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초대 우승을 일궈냈다. 2년차에도 UEFA 유로파리그 결승에 진출시키면서 변함없는 지도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번 시즌 3년차에 돌입하자 어김없이 흔들렸다. 시즌 내내 극도로 부진하던 로마는 코파 이탈리아에서 지역 라이벌 라치오에 패해 탈락하고, 세리에A에서도 AC밀란에 지면서 무기력한 행보를 계속 이어갔다. 결국 로마는 무리뉴 감독에게 성적 부진 책임을 물어 경질했다.
무리뉴 감독이 야인이 되자 벌써 여러 소문이 돌고 있다. 우승 청부사이기에 러브콜이 많을 수밖에 없다. 무리뉴 감독은 2000년대 초반 FC 포르투를 이끌고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면서 유럽 전역에 화려하게 등장한 무리뉴 감독은 첼시를 맡아 명장 반열에 올랐다. 첼시 1기 시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 2회, 영국축구협회(FA)컵 우승 1회, 잉글랜드 풋볼리그(EFL) 리그컵 우승 2회 등 놀라운 성과를 냈다.
가는 곳마다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08년부터 인터 밀란을 이끌면서 세리에A 우승 2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를 해냈고, 2009-10시즌에는 리그, 챔피언스리그, 코파 이탈리아까지 모두 정상에 올라 트레블을 일궈냈다. 이후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세 차례 우승을 달성했다.
성공가도를 달린 뒤 2013년 첼시로 돌아온 무리뉴 감독은 2기 시절에도 2014-15시즌 리그와 리그컵을 우승시켰다. 2016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부임 첫 시즌에 유로파리그, 리그컵, 커뮤니티 실드 우승을 안겼다.
토트넘 홋스퍼 시절 유일하게 트로피와 인연을 맺지 못한 무리뉴 감독이지만 로마에서 다시 우승에 성공하면서 여전한 명성을 자랑한다. 근래 들어 해고 역사가 반복되는 중이지만 부임하고 단기간 지도력을 발휘하는 면에 있어서는 여전한 모습이다.
바이에른 뮌헨과 얽히는 대목도 여기에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 11시즌 연속 우승을 자랑하는 바이에른 뮌헨이 올해는 타이틀을 놓칠 위기에 놓였다. 지난 주말 1위 바이어 04 레버쿠젠을 상대로 0-3으로 패했다. 승점 차이가 다시 5점으로 벌어졌다. 아직 잔여 경기가 많이 남아있지만 레버쿠젠의 상승세를 고려하면 바이에른 뮌헨의 역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
투헬 감독의 입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시즌 중반 경질된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의 후임으로 바이에른 뮌헨에 안착한 투헬 감독은 이번 패배로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심지어 독일 매체 ‘빌트’는 “바이에른 뮌헨 팬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투헬 감독은 몇 주 안으로 해임될 수도 있다”고 거론했다.
투헬 감독의 문제점이 커지고 있다. 전술에 있어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던 투헬 감독인데 이번 시즌에는 선수 기용과 상대 대응에 있어 의구심을 안기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중원 장악력 문제가 대두하는데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레버쿠젠전에서는 시도하지 않았던 스리백을 꺼내들었지만 승부수가 통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에릭 다이어에게 수비 조율을 맡겨 이해 못할 선택을 했다.
바이에른 뮌헨의 레전드 디트마어 하만은 이번 시즌 투헬 감독이 보여주는 행보에 대해 “바이에른 뮌헨과 어울리지 않는다. 영감이 없는 축구를 하고 있다. 최근 세 차례 홈경기는 아주 실망스러웠다”며 “투헬 감독은 조슈아 키미히, 레온 고레츠카, 콘라드 라이머 등이 있는데도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는 듯이 전술을 구성한다”라고 지적했다.
예상치 못한 고전에 선수단도 어수선하다. 우승을 위해 토트넘 홋스퍼를 떠나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해리 케인은 레버쿠젠전 패배 이후 “전반과 후반 상대 압박에 고전한 완패였다. 레버쿠젠이 뛸 수 있는 공간을 너무 많이 허용했다”며 “파이널 서드에서 마주한 일대일 상황에서도 계속 불리했다. 경기력이 실망스럽다. 어느덧 승점이 5점 뒤쳐지게 됐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바이에른 뮌헨이 흔들린다. 당장 감독 경질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레버쿠젠전 패배 이후 가질 라치오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도 결과가 좋지 못하면 긴급 처방이 내려질 수 있다. 이럴 경우 무리뉴 감독은 가장 좋은 소방수다. 빌트는 “투헬 감독의 대체자로 거론되는 후보는 몇 명 없다”며 선택지가 많지 않음을 인정했다.
만약 무리뉴 감독이 바이에른 뮌헨에 부임한다면 김민재와 사제의 연을 맺게 된다. 무리뉴 감독은 그동안 김민재를 좋게 바라봤다. 토트넘 감독 시절에는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뛰던 김민재를 영입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다만 토트넘 고위층에 반대에 부딪혀 성사되지 않았다.
무리뉴 감독은 지난해 세리에A에서 김민재와 상대하면서 “토트넘 시절 그를 영입하고 싶었다. 그와 영상 통화도 몇 차례 했었다”며 “우리는 500만 유로(약 71억 원)를 제시했지만 페네르바체는 1,000만 유로(약 143억 원)를 원했다”라고 불발 이유를 설명했다. 고작 500만 유로를 투자하지 않아 김민재는 토트넘이 아닌 나폴리로 향했다. 무리뉴 감독과도 적으로 만나는 운명의 엇갈림이 계속됐다.
당시의 아쉬움을 바이에른 뮌헨에서 풀 수 있을지 관심이다. 김민재는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부동의 1순위 센터백이다. 전반기 내내 혹사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하며 주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최근에도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을 다녀오고 바로 레버쿠젠전을 뛰었다.
결과가 0-3 패배였기에 좋은 평가를 받을 수는 없겠지만 김민재는 ‘소파스코어’로부터 수비진 중 가장 높은 평점인 6.8점을 받았다. 여전히 상대 패스를 읽는 탁월한 능력을 앞세워 인터셉트 5회와 제공권 경합 5회에서 모두 승리했다. 패스 성공률도 94%에 달했다. 제몫을 여전히 해내면서 탄탄한 입지를 자랑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