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가 발밑이 좋던 에데르송 골키퍼의 치명적인 실수를 공격력으로 이겨냈다.
맨체스터 시티는 14일(한국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파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코펜하겐(덴마크)을 3-1로 제압했다.
맨체스터 시티는 이른 선제골로 기선을 잡았으나 에데르송 골키퍼가 최후방에서 패스 미스로 동점골을 내주기도 했다. 흔들릴 법도 했는데 전반이 끝나기 전 베르나르두 실바의 결승골에 힘입어 기선을 제압했다. 원정 경기로 치른 1차전을 잡아낸 맨체스터 시티는 8강 진출에 청신호를 켰다.
코펜하겐은 쉽지 않은 조를 통과하며 만만치 않은 힘을 보여줬다. 조별리그 A조에 속했던 코펜하겐은 사실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었다. 우승후보 바이에른 뮌헨과 챔피언스리그에 복귀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초점이 맞춰졌던 조였다. 그런데 코펜하겐은 조별리그 막바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4-3으로 꺾더니 바이에른 뮌헨 원정에서 0-0으로 비기면서 뜻밖의 16강 진출팀으로 거듭났다.
코펜하겐의 힘은 홈이다. 특히 지난 시즌 맨체스터 시티와 한 조에 묶이고도 홈에서 0-0 무승부를 만드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보다 앞서 2008-09시즌에서도 맨체스터 시티와 홈경기에서 2-2로 비긴 적도 있다. 과거 맨체스터 시티는 지금과 비교할 수 있는 팀은 아니어도 코펜하겐이 두 차례나 안방 경기에서는 지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었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맞서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코펜하겐의 제이콥 네스트럽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맨체스터 시티는 정말 좋은 팀이다. 하지만 조별리그서 만났던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갈라타사라이처럼 그들도 인간이다. 우리에게도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 팬들로 인해 홈구장이 들썩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도 맨체스터 시티로 저울추가 기우는 건 당연하다. 디펜딩 챔피언인 맨체스터 시티는 조별리그를 순탄하게 통과했다. RB 라이프치히, 영 보이즈, 베오그라드와 치른 G조에서 6전 전승을 기록했다. 라이프치히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던 조였고, 그마저도 라이프치히를 두 번 다 꺾으면 강력한 전력을 증명했다.
요즘 페이스는 더욱 무섭다. 맨체스터 시티는 지난해 12월 루튼 타운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공식전 13경기 연속 무패를 달린다. 그중 연승 행진은 무려 10경기에 달한다. 지난 주말에도 에버튼을 2-0으로 깔끔하게 제압하면서 코펜하겐 원정에 힘을 받았다.
지난해 챔피언스리그 우승 숙원을 푼 과르디올라 감독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른다. 그는 “8년 전에 맨체스터 시티에 처음 왔을 때는 챔피언스리그가 과한 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가득하다”며 “어느 때보다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믿음이 크다. 우리는 다시 우승하고 싶고 우리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라고 연속 우승의 출발점이 될 코펜하겐전 승리를 정조준했다.
맨체스터 시티는 베스트 라인업으로 임했다. 엘링 홀란드를 최전방에 두고 잭 그릴리시, 케빈 더 브라위너, 필 포든이 2선을 구축했다. 실바와 로드리가 중원을 이뤘고, 나단 아케, 후벵 디아스, 존 스톤스, 카일 워커가 포백을 구성했다. 에데르송이 골문을 지켰다.
이변을 원하던 코펜하겐은 4-3-3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빅토르 클래이손, 엘리아스 아추우리, 모하메드 엘유누시를 최전방에 배치했다. 매그너스 매트슨과 라스무스 팔크, 디오고 곤칼베스가 2선에 섰으며 엘리아스 젤러트, 스콧 맥케나, 데니스 바브로, 케빈 딕스가 수비를 이뤘다. 골키퍼는 카밀 그라바라였다.
시작부터 맨체스터 시티가 공격을 퍼부었다. 90분 평균 볼 점유율이 76% 이상을 가져간 맨체스터 시티였다. 공격의 포문도 킥오프 3분 만에 아케의 크로스를 더 브라위너가 머리를 갖다대며 열었다. 좌우 가릴 것 없는 크로스로 코펜하겐을 위협했다. 전반 6분에는 실바의 크로스를 디아스가 헤더로 유효슈팅을 만들었는데 골키퍼에게 막혔다.
초반부터 계속 두들기던 맨체스터 시티가 10분 만에 첫 골을 뽑아냈다. 후방에서 디아스가 오른쪽으로 크게 벌려줬고, 이를 받은 실바가 문전으로 정확하게 침투 패스를 연결했다. 더 브라위너가 페널티박스 오른쪽 깊숙한 곳에서 대각으로 차 넣어 1-0을 만들었다.
잘 풀어가던 맨체스터 시티가 변수로 다소 어수선해졌다. 전반 21분 그릴리시가 사타구니를 잡고 쓰러졌다. 더 이상 뛸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급히 제레미 도쿠가 투입됐다. 계속된 공격에도 추가 득점도 나오지 않았다. 홀란드는 호기롭게 바이시클 킥을 시도했으나 부정확했고, 전원 수비로 나서는 코펜하겐을 뚫지 못했다.
결국 실수로 실점했다. 전반 33분 에데르송 골키퍼가 후방 빌드업을 시도하다 패스미스를 범했다. 평소 패스가 정확해 상대 압박에도 당황하지 않던 에데르송 골키퍼인데 이날은 페널티박스 근처에 있던 엘유누시에게 패스를 헌납했다. 엘유누시의 일차적인 슈팅은 디아스가 막았지만 뒤로 흐른 볼을 매트슨이 오른발로 감아차 1-1을 만들었다.
흔들릴 법도 했는데 맨체스터 시티는 강력했다. 차분하게 점유율을 높여가던 맨체스터 시티는 전반 45분 실바가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이번에는 더 브라위너의 패스를 시바가 문전 침투 후 왼발로 가볍게 밀어넣었다.
리드를 잡은 채 후반에 돌입한 맨체스터 시티는 변함없이 상대 진영에서 공격을 주도했다. 코펜하겐은 역습에 더욱 열을 올렸다. 후반 14분 맨체스터 시티의 코너킥을 잘 막아내며 물 흐르듯 속공을 펼쳐 기회를 엿봤다. 왼쪽을 파고든 엘유누시의 문전을 향한 크로스가 나쁘지 않았는데 아케가 몸을 날려 헤더로 끊어내면서 슈팅을 허용하지 않았다.
맨체스터 시티는 계속 슈팅수를 늘려나갔다. 후반 18분에는 더 브라위너의 얼리 크로스를 홀란드가 헤더로 연결해봤으나 골키퍼 정면으로 향해 더 달아나지 못했다. 계속해서 도쿠도 강한 슈팅으로 득점을 노렸지만 코펜하겐 그라바라 골키퍼의 선방이 계속됐다. 그라바라 골키퍼는 2골을 내줬으나 이때까지 5개의 선방으로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코펜하겐이 선수 변화를 시도했다. 안드레아스 코르넬리우스와 오스카 호일룬이 들어가 공격에 무게를 실었다. 이를 본 맨체스터 시티는 실바를 불러들이고 마테우스 누네스를 넣어 3선에 활력을 불어넣기로 했다. 그러는 사이 홀란드도 골을 노렸는데 회심의 헤더가 또 빗나가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맨체스터 시티는 후반 41분 더 브라위너가 프리킥으로 점수차를 벌리려 애를 썼다. 박스 바깥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직접 처리한 더 브라위너는 수비벽 밑으로 깔아차 봤으나 다소 약하게 맞았다. 맨체스터 시티는 마지막까지 큰 선수 변화 없이 경기를 풀었다. 3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진 경기 막바지 홀란드가 계속 슈팅을 퍼부었다. 단독 돌파에 이은 슈팅이 날카로웠지만 골키퍼에게 막혔고, 이어진 전개 상황에서 추가 슈팅마저도 차단당했다.
홀란드의 불운에도 그치지 않고 공격을 퍼붓던 맨체스터 시티는 결국 후반 추가시간 2분이 지나고 포든이 쐐기를 박는 세 번째 골을 넣었다. 3-1의 승리로 2차전 부담을 한결 덜었다.
기어코 맨체스터 시티가 점수차를 벌리자 과르디올라 감독은 두 팔을 벌리며 환호했다. 원정에서 기선을 제압한 데 이어 2골의 차이를 벌렸기에 맨체스터 시티의 8강 진출은 무난할 전망이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스코어’에 따르면 이날 1골 1도움을 올린 더 브라위너가 양팀 최고인 9.3점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포든이 9.2점, 로드리가 8.3점으로 뒤를 이었다. 실수를 한 에데르송은 5.8점으로 부진했다.
1골 차이로 맨체스터 시티를 잘 틀어막은 코펜하겐은 골을 넣은 매트슨(7.2점)보다 9개의 세이브를 펼친 그라바라 골키퍼가 8.2점으로 분전했다는 호평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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