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트레이드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구단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내야수 김하성(29)이 반복되는 트레이드 루머에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김하성은 1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 있는 피오리아스포츠컴플렉스에서 미국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 나섰다. 미국 샌디에이고 지역 라디오 ‘97.3더팬’이 공개한 인터뷰 영상에서 김하성은 덤덤한 표정으로 자신의 생각을 밝혀나갔다.
트레이드 관련 질문을 피할 수는 없었다. 김하성은 2021년 처음 메이저리그에 도전했을 때부터 꾸준히 트레이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지금은 과거와 사정이 조금 다르다. 과거에는 매니 마차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제이크 크로넨워스 등 이미 정상급 내야수들은 충분하니 잉여 전력이 될 수 있는 김하성을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면, 지금은 김하성이 가장 가치 있을 때 트레이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3년 사이 김하성이 실력으로 샌디에이고 내부에서는 물론, 메이저리그에서도 입지를 잘 다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하성이 제대로 주가를 올린 건 지난해였다. 안정적이라 평가받은 수비는 지난해 절정에 달했다. 2022년 주전 유격수에서 2023년에는 FA 유격수 잰더 보가츠의 합류로 주전 2루수로 갑자기 보직이 바뀌었는데도 김하성은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 수비력을 뽐냈다. 지난해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골드글러브(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를 수상하면서 메이저리그 역사에 한 획을 긋기도 했다.
무엇보다 타격 지표가 꾸준히 상승세인 게 눈에 띈다. 김하성은 데뷔 시즌이었던 2021년 교체 선수로 대부분 시간을 보내면서 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고, 타율 0.202(267타수 54안타)에 그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하지만 점점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에 적응해 나갔고, 지난해는 152경기, 타율 0.260(538타수 140안타), 17홈런, 60타점, 38도루를 기록하며 타석에서도 존재감을 뽐냈다.
샌디에이고는 올겨울 선수단 연봉 총액을 2억 달러(약 2656억원) 미만으로 낮추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고, 핵심 선수였던 선발투수 블레이크 스넬과 마무리투수 조시 헤이더(휴스턴)가 FA 시장에 나가기 전에 묶지 못했다. 핵심 타자이자 외야수인 후안 소토를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김하성은 올 시즌 뒤 FA 자격을 얻는다. 김하성의 가치는 최소 1억 달러(약 1328억원)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라 샌디에이고가 연장 계약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김하성이 지금 가장 주가를 올리고 있을 때 트레이드를 해서 당장 부족한 선발투수와 외야수를 보강하는 게 이득이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김하성은 지금으로선 “트레이드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구단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 나는 최선을 다해서 경기에 나가고 준비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다만 한국에서 열리는 서울시리즈를 놓치기 싫은 생각은 분명히 밝혔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메이저리그와 야구 세계화의 일환으로 올해 샌디에이고와 LA 다저스의 시즌 개막전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치르기로 했다. 한국시간으로 3월 20일과 21일 이틀 동안 개막 2연전이 열리는데,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당연히 메인 홍보 모델로 김하성을 내세워왔다. 김하성이 서울시리즈 전에 트레이드가 되면 샌디에이고에 한국인 불펜투수 고우석도 있긴 하지만, 굳이 한국에서 경기를 펼치는 당위성이 떨어질 수 있다.
경기가 열리는 고척스카이돔은 김하성이 키움 히어로즈 시절 홈구장으로 썼던 곳이기도 하다. 2020년을 끝으로 한국 팬들과 직접 만날 기회도 적었는데, 메이저리그 경기를 한국에서 치를 수 있으니 김하성에게도 서울시리즈는 특별할 만하다.
김하성은 “(서울시리즈는) 메이저리그가 처음 하는 경기니까 많이 기대된다. 한국 팬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재미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트레이드설만 돌고 있을 뿐,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없다. 김하성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시즌을 준비하는 것뿐이다.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라이벌 팀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데뷔 시즌을 보낼 외야수 이정후와 맞대결도 기대되는 포인트다. 이정후는 6년 1억1300만 달러에 계약하면서 아시아 야수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김하성은 “일단 안 다치는 게 첫 번째일 것 같다. 그리고 팀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 (이정후와 맞대결도) 기대된다. (이)정후가 와서 한국 야구를 조금 더 알릴 것이라 생각한다. 분명 잘할 것 같아서 같이 경기하는 게 기대가 된다”고 힘줘 말했다.
올해부터 팀 동료가 된 불펜투수 고우석을 언급하기도 했다. 고우석은 올겨울 깜짝 포스팅 신청을 해 샌디에이고와 2년 450만 달러에 계약했다.
김하성은 “야구는 내가 말 안 해도 잘할 것 같다. 선수들과 적응하는 것만 많이 도와줄 생각이다. 야구장에 나왔을 때 최대한 편할 수 있게 해야 할 것 같다”며 고우석이 빨리 팀에 녹아들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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