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독일 최고 축구 전문지가 에릭 다이어를 바이에른 뮌헨에서 가장 믿음직한 수비수로 칭해 의구심을 안겼다.
‘키커’는 12일(한국시간) 바이에른 뮌헨과 바이어 04 레버쿠젠의 2023-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1라운드 맞대결을 복기했다. 이 경기는 1, 2위의 대결로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우승을 결정하는 사실상의 결승전으로 불렸다.
이번 맞대결 전까지 레버쿠젠이 16승 4무로 단 한 번의 패배도 용납하지 않으며 선두를 달렸다. 바이에른 뮌헨은 3번의 패배를 기록해 예년보다 불안한 행보를 보였지만 레버쿠젠과 격차가 2점에 불과해 이번 결과로 선두 탈환을 노렸다.
레버쿠젠이 웃었다. 지금까지 무패를 달려온 경기력을 확실하게 증명했다.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3-0 완승을 거두면서 승점 차이를 5점으로 벌렸다. 아직 잔여 경기가 많이 남아있지만 레버쿠젠의 상승세를 고려하면 바이에른 뮌헨의 역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
바이에른 뮌헨은 김민재가 합류하고도 3실점을 했다. 김민재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일정을 마치고 곧바로 바이에른 뮌헨으로 돌아갔다. 한국이 요르단과 4강전에서 패한 가운데 김민재는 경고 누적으로 뛰지 않았다. 긴 휴식을 취하고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하면서 레버쿠젠전에 대한 자신감이 한층 올랐다.
토마스 투헬 감독도 김민재를 바로 선발 투입했다. 파트너는 의외였다. 이날 바이에른 뮌헨은 평소와 다른 스리백을 꺼내들었다. 김민재가 아시안컵 참가를 위해 소속팀을 떠나기 전만 해도 플랜A는 포백이었다.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가 주로 파트너를 이뤘다. 그런데 이날은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를 좌우에 두고 가운데 에릭 다이어를 배치했다.
다이어는 김민재가 아시안컵에 차출되면서 생긴 센터백 공백을 메우기 위해 겨울 이적 시장에서 급히 영입한 자원이다. 토트넘 홋스퍼에서 이번 시즌 전력외로 분류될 만큼 경쟁력을 잃은 상태였다. 그러나 투헬 감독은 다이어를 주로 기용하면서 신뢰를 보내더니 급기야 김민재가 돌아오고도 최후방에 함께 배치하는 이색 전술을 꺼냈다.
실패였다. 다이어는 이날 경기 내내 김민재와 우파메카노에게 크게 손짓하며 패스 방향과 수비 위치를 지시했다. 아무래도 세 명의 센터백 중에 가운데에서 그라운드를 넓게 볼 수 있다보니 지시를 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다이어의 판단력이 김민재와 우파메카노보다 우위일 수는 없다. 오히려 잘못된 지시로 혼란함을 가중시키는 장면이 여럿 발생했다.
더구나 다이어는 개인 경기력에 있어서도 불안했다. 바이에른 뮌헨에 입단하고 가장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축구 통계 업체 ‘소파스코어’에 따르면 다이어는 이날 19개의 턴오버를 했다. 파트너인 우파메카노가 10회, 김민재는 고작 5회에 불과했다. 다이어가 주로 볼만 잡으면 레버쿠젠에 볼 소유권을 헌납한 셈이다. 패스 성공률도 기대이하였다. 롱패스를 9차례 시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회 성공에 그쳤다. 크로스도 3개 모두 실패로 기록됐다.
경기 기록을 중심으로 한 평점에서는 다이어가 항상 최하점이었다. 또 다른 통계 매체 ‘풋몹’은 6.2점으로 수비진 중 가장 낮은 평점을 다이어에게 줬다. 반대로 김민재는 7.0점, 우파메카노는 6.8점이었다. ‘후스코어드닷컴’도 다이어에게 6.6점으로 혹평했다. 두 매체의 평가를 봤을 때 김민재 홀로 1인분을 제대로 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3실점을 한 수비진이기에 김민재도 호평받기는 어렵겠지만 다이어보다는 분명히 나았다.
그런데 주관적인 키커의 시선은 달랐다. 키커는 “다이어는 스리백과 파이브백의 중심이다.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하자마자 완벽하게 융합됐다”며 “이번 경기에서도 3경기 연속 선발 출전을 정당화하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구단의 고위층을 놀라게 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혀 다른 평가를 했다.
이해 못할 다이어 찬양이 이어졌다. 키커는 “다이어는 늘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우니온 베를린전에서는 교체로 들어가 동료들을 지휘했다. 아우크스부르크전에서는 포백의 중심으로 뛰며 동료들의 위치에 집중했다. 다이어는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에게 지시를 내렸다. 어린 알렉산더 파블로비치에게 큰 도움을 줬다”고 크게 손짓하는 습관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다이어를 두고 키커는 한동안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를 책임졌던 다비드 알라바(레알 마드리드)를 떠올렸다. 키커는 “다이어는 큰 소리와 몸짓으로 수비를 진두지휘하던 알라바와 닮았다. 패스 능력도 뛰어나다. 중장거리 패스 정확도는 제롬 보아텡(올림피크 리옹)을 보는 것과 같다. 현재 바이에른 뮌헨 수비수 중에서 가장 믿음직하다”라고 극찬까지 내놓았다.
0-3 대패를 당한 바이에른 뮌헨인데 유독 다이어만 조명한 키커는 “비록 패했어도 다이어는 신뢰할 수 있는 존재다. 실점 장면에서 가장 책임이 적었다”고 감싸기 바빴다.
키커는 독일을 대표하는 축구 전문지인데 편협한 평가가 의문을 안기고 있다. 특히 김민재에 대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보는 매체 중 하나다. 앞서 전반기를 정리하며 김민재를 향해 “나폴리에서 합류하고 휴식이 필요했지만 주전으로 뛰었다. 그래서 기복있는 활약을 번갈아가며 보여줬다. 5실점을 한 프랑크푸르트전에서는 최저 평점을 받았다. 일주일 후 슈투트가르트전에서는 데뷔골을 포함해 최고 평점을 기록했다. 명암이 존재하는 선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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