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캔버라(호주) 김진성 기자] “(최)형우 형과 얘기를 정말 많아 하는데…”
KIA 타이거즈 1루수 이우성(30)을 바라보면 왠지 모르게 최형우(41)가 떠오른다. 뒷모습을 보고 비슷해서 놀랐다는 혹자의 얘기도 있다. 듬직한 체형에 어딘가 모르게 ‘둥굴둥글’한 느낌이다. 심지어 키도 비슷하다. KBO 프로필에 따르면 최형우는 180cm, 이우성은 182cm.
최형우는 이번 2023-2024 오프시즌에 KIA와 1+1년 22억원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2024시즌을 마치면 다시 FA 자격을 얻지만, 최형우는 일찌감치 KIA에서 선수생활을 마치기로 마음을 먹었다. KIA도 전성기가 사실상 지난 불혹의 타자에게 최대한 예우를 했다.
최형우는 2023시즌에 완벽하게 부활했다. 121경기서 타율 0.302 17홈런 81타점 OPS 0.887 득점권타율 0.317이었다. 여전히 리그 최정상급의 클러치능력과 선구안을 자랑한다. 본인은 늘 별 다른 원동력이 없다면서, 운이 좋다고 말한다. 정말 기술적 변화가 없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 최형우는 단순히 자신의 야구만 잘 하는 게 아니다. KIA에 머무른 지난 7년간 선한 영향력을 많이 남겼다. 실질적 덕아웃 리더 나성범조차 여전히 최형우를 보고 배운다고 말한다. 최형우는 과묵한 성격인 것으로 보이지만, 후배들 얘기를 들어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듯하다. 은근히 다정하다는 후문이다.
실제 최형우와 KIA는 일찌감치 다년계약이란 큰 틀에 공감대를 이뤘지만, 정작 발표는 1월 초에 나왔다. KIA는 FA 김선빈과 고종욱 계약을 우선순위로 둬야 했고, 그 과정에서 최형우는 자신에게 줘야 할 금액을 후배들에게 줘도 된다고 얘기해 화제를 모았다. 심재학 단장은 그런 최형우에게 무척 고마워했다.
최형우의 후배 챙기기는 스프링캠프지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볼파크에서도 확인된다. 기자가 하루는 식사를 해결하려고 캔버라 번화가에 나갔는데, 마침 선수단 숙소 근처에 서 있는 최형우와 한준수를 봤다. 말로만 듣던 야간 자율훈련조였다. KIA의 야간훈련은 철저히 자율인데, 두 사람은 오후에 웨이트트레이닝을 끝낸 뒤 잠시 쉬고 야간 타격훈련을 위해 다시 나라분다볼파크로 갈 차량을 기다리고 있었다. 최형우가 한준수를 잘 챙겼을 것이다.
이우성은 자신과 최형우의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얘기에 웃으며 동의했다. 그러면서 “평소에 형우 형이랑 정말 말을 많이 한다. 나도 모르게 배우는 것 같다”라고 했다. 이우성은 과거엔 결과가 나오지 않아 걱정도 많이 하고 소심했는데, 이젠 많이 사라졌다고 고백했다. 최형우와의 대화도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이밖에 후배 타자들을 위해 오른손 배팅볼 투수로 변신하기도 했다.
KIA 덕아웃의 정신적 지주가 계약기간 2년 내에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의 맛을 볼 수 있을까. 삼성왕조의 4번타자로서 통합 4연패의 주역이었고, KIA에 오자마자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우승반지로 한 손을 다 채웠는데 반대 손까지 반지를 끼울 수 있을까. 마침 올해 KIA의 전력은 좋다. 최형우는 후배들에게 진지하게 “올해는 진짜 아픈 사람만 없으면 성적 내야 한다”라고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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