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우승하고 싶다”며 토트넘 홋스퍼를 떠나 바이에른 뮌헨 유니폼을 입은 해리 케인의 우승 도전이 어려워졌다.
바이에른 뮌헨은 11일(한국시간) 독일 레바쿠젠 바이아레나에서 열린 2023-24 독일 분데스리가 21라운드에서 바이어 레버쿠젠에 0-3으로 무릎을 꿇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바이에른 뮌헨은 승점 50점으로 레버쿠젠을 승점 2점 차이로 추격 중이었다.
우승 레이스 판세를 가릴 수 있는 ‘승점 6점짜리’ 경기였기 때문에 이날 패배는 더욱 치명적이다. 이날 경기 결과로 두 팀의 승점 차이는 5점으로 벌어졌다.
크리스토프 프로인트 바이에른 뮌헨 스포츠 디렉터는 “우리는 거의 기회를 만들지 못했고, 결국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 씁쓸한 일이다. 설명하기 어렵다. 우리는 너무 많은 실수를 저질렀고 레버쿠젠에게 지배당하는 허용했다. 너무 쉽게 골을 내줬다. 큰 경기에서 항상 도전해왔던 이 팀의 전형적인 모습은 아니다. 이제 우리는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우승이) 더 이상 우리 손에 있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레버쿠젠은 유럽 5대 리그에서 유일한 무패 팀. 이날 경기 전까지 20경기에서 16승 4무로 지지 않았다. 무패 기록을 이어갈 때 가장 큰 위협으로 꼽혔던 이날 바이에른 뮌헨과 경기를 3-0 대승으로 장식하면서 무패 우승 꿈을 키울 수 있게 됐다.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 시즌까지 11시즌 연속 분데스리가 정상을 지키고 있다. 지난 시즌엔 최종전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골 득실로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도르트문트에 승점 2점 뒤진 채 34라운드에 돌입했는데 바이에른 뮌헨이 FC쾰른을 2-1로 이긴 반면 도르트문트가 마인츠와 2-2로 비기면서 극적으로 승점 동률을 이뤘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DFB 포칼에서 조기 탈락을 체면을 구겼던 바이에른 뮌헨은 가까스로 무관 위기를 넘겼다.
우승을 위해 정든 토트넘과 잉글랜드 무대를 떠난 케인에게도 치명적인 결과다. 토트넘 유스 팀에서 기량을 쌓았던 케인은 2009년 토트넘과 프로 계약을 맺었다. 레이튼 오리엔트, 밀월, 노리치시티, 레스터시티 등에서 임대 생활을 보내고 2013-14시즌 토트넘으로 돌아온 이후엔 줄곧 토트넘에서만 뛰었다.
바이에른 뮌헨 입단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시즌 모든 타이틀을 따내는 것이 목표다. 내 일은 그것(모든 대회 우승)을 돕는 것이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모든 트로피를 얻지 못한다면 약간 실망할 수 있어도 그것을 달성하는 것 또한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우린 어떤 것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바이에른 뮌헨은 이번 시즌 트레블을 위해 케인을 영입했으나 지난해 11월 포칼컵 2라운드에서 FC자르브뤼켄(3부) 팀에 충격적인 1-2 패배를 당해 조기에 탈락했다. 분데스리가에서 우승하지 못한다면 16강에 올라 있는 UEFA 챔피언스리그가 유일하게 우승 가능성이 남아 있는 대회. 하지만 지난 시즌 챔피언 맨체스터시티를 비롯해 스페인 거함 레알 마드리드, 킬리안 음바페가 이끄는 파리생제르맹 등 쟁쟁한 우승 후보들과 경쟁해야 한다.
아시안컵 4강 탈락으로 팀에 조기 복귀한 김민재는 복귀하자마자 선발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축구 통계업체 풋몹에 따르면 김민재는 패스 성공률 94%(74/78)와 함께 태클 성공 2회, 가로채기 5회, 수비적 행동 9회, 리커버리 10회를 기록했으며 지상 볼 경합은 5번 시도해 5번 모두 이기는 기염을 토했다. 평점 6점을 받은 케인을 비롯해 바이에른 뮌헨 출전 선수 대부분이 6점대 평점으로 혹병받은 가운데 김민재는 7점을 받았다.
이날 바이에른 뮌헨은 레버쿠젠의 강한 압박과 공격력을 의식해서인지 스리백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토마스 투헬 감독이 중용하고 있는 에릭 다이어가 중앙에 자리잡았고 김민재가 오른쪽 다욧 우파메카노가 왼쪽을 맡았다. 최전방엔 이번 시즌 20경기에서 24골을 터뜨린 케인이 섰다.
하지만 ‘사비 알론소볼’을 장착한 레버쿠젠의 압박에 전진이 쉽지 않았다. 경기 전체 점유율은 61%로 앞섰지만 슈팅 수는 14-9에 이르며 유효 슈팅은 무려 8-1로 크게 열세다. 기대 득점에서도 레버쿠젠이 1.40을 기록한 반면 바이에름 뉘헨은 0.57골로 1골에도 미치지 못한다.
레버쿠젠의 선제골은 전반 17분 만에 나왔다. 왼쪽 측면에서 바이에른 뮌헨 수비진이 정비하기 전 스로인 공격을 전개한 뒤 순식간에 크로스까지 이어갔다. 이 공은 김민재를 지나 반대편에 있던 레버쿠젠 윙어 조십 스타니시치에게 연결됐고 선제골이 됐다.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한 사샤 부이가 미처 스타니시치를 마크하지 못했다.
레버쿠젠의 압박과 이를 공격으로 이어가는 경기력은 위협적이었다. 전반 22분에도 바이에른 뮌헨을 섬뜩하게 했다. 수비 진영 깊숙한 곳에서 상대 공격을 끊어낸 뒤 바이에른 뮌헨의 세계적인 선수들의 맹렬한 압박을 간결한 패스로 가볍게 벗겨 냈다.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이 공을 향해 달려들 때 레버쿠젠 선수들은 이미 공간을 찾아 자리잡고 있었기에 가능한 움직임이었다. 탈압박으로 순식간에 바이에른 뮌헨 중원을 넘어섰다. 왼쪽 측면에서 그리말도가 긴 패스를 반대편으로 뿌렸고 나단 텔라가 김민재를 옆에 두고 날린 슈팅을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가 선방해냈다.
레버쿠젠의 두 번째 골은 후반 4분에 나왔다. 김민재가 버티는 바이에른 뮌헨 수비진이 2대1 패스 한 번에 무너졌다. 오버래핑한 그리말도가 중원에 자리잡은 텔라에게 공을 준 뒤 침투했고 텔라가 뿌린 공을 받아 왼발 강슛으로 마무리했다. 점수 차이가 두 골로 벌어졌을 때 현지 중계 카메라는 투헬 감독과 관중석에 있는 바이에른 뮌헨 보드진을 차례로 비췄다.
바이에른 뮌헨은 레버쿠젠의 압박에 막혀 이렇다 할 공격 기회를 잡지 못했다. 오히려 레버쿠젠이 쐐기골을 터뜨렸다. 두 골 차이였는 데에도 후반 추가 시간이 다 지났을 때 노이어 골키퍼까지 코너킥 공격에 가담한 것이 발단이었다. 레버쿠젠이 수비에 성공한 뒤 빠른 역습으로 전개했다. 중원에서 공을 받은 제레미 프림퐁이 빠르게 빠라붙은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을 제치고 빈 골문을 바라봤다. 노이어 골키퍼는 미처 복귀하지 못한 상황. 프림퐁이 찬 슈팅은 빈 골대 안으로 빨려들어가며 세 번째 골이 됐다.
AFP에 따르면 경기가 끝나고 바이에른 뮌헨 베테랑 토마스 뮐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우리가 무엇을 놓친 것 같느냐”며 “훈련에서 우린 용감하고 자유롭게 축구하기 때문에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준다. 우리가 놓친 것은 배짱과 플레이할 수 있는 자유다. 레버쿠젠은 위험을 감수하고 해결책을 찾아 축구를 했다. 그런데 우리는 A에서 B로, B에서 C로 플레이하고 있으며 아무도 자유롭게 플레이하거나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 경기장에서 볼 수 있는 몇 가지 결과가 있을 뿐이다. 내가 화난 이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투헬 감독을 향한 비판엔 “세계적인 수준 선수들이 충분하기 때문에 감독에 대해 논의할 필요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얀 크리스티안 드레센 바이에른 뮌헨 CEO는 “우린 질 자격이 있다. 레버쿠젠이 단순히 더 좋았다.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출발은 좋았지만, 경기 주도권을 잃었다. 다행히 아직 13경기가 남았다. 레버쿠젠이 한 두 번 실수하기를 기대해야 한다. 오늘이 어려웠어도 포기하지 않겠다. 우리는 다시 뭉쳐야 하고 계속 앞을 내다봐야 한다. 수요일 라치오와 경기가 이 경기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토마스 투헬 감독은 “우리는 초반엔 위협받지 않고 경기를 지배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실수 때문에 추진력과 에너지를 흘려보냈다. 두 번째 골도 너무 쉽게 내줬다. 우리는 승리를 거두기 위해 파이널 서드에서 침투가 부족했다. 레버쿠젠이 그들의 리듬을 타는 것을 막기 위해 매우 공격적으로 수비하고 싶었다. 우리는 공을 빼앗은 뒤에도 매우 형편없는 결정을 내렸다. 소유권을 얻은 직후 다시 공을 잃는 일이 너무 자주 발생했다. 수건을 던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레버쿠젠은 틈을 만들었다. 우리의 접근 방식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계속 나아가야 하고 더 나아져야 한다”고 했다.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는 “가장 중요한 날에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우리는 경기장 높은 곳에서 공격적으로 수비하기를 원했다. 레버쿠젠이 이렇게 경기를 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를 잘 돌아보고 자신의 경기력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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