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장하준 기자] 사과 한마디가 그리 어려웠을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7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023 아시안컵 4강에서 요르단에 0-2로 패하며 무너졌다. 이로써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은 물거품이 됐다.
자연스레 축구 팬들은 클린스만 감독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시안컵 4강이라는 성적은 겉으로 봤을 때 최악의 결과는 아니지만,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팀 입장에서 분명 아쉬운 결과였다.
게다가 경기 내용을 들여다보면, 축구 팬들의 비판을 피하기가 어려웠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대회 내내 핵심 선수들의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소위 ‘해줘’ 축구를 했다. 짜임새 있는 전술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손흥민과 이강인 등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주축 선수들이 자의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이처럼 축구 팬들의 화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 사이,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부 선수단과 입국했다. 곧바로 클린스만 감독은 취재진 앞에서 공항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사임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이번 대회 우승을 하고 싶었다. 준결승전에서 요르단이 훨씬 더 좋은 팀이었고, 결승에 진출할 자격이 충분히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자신을 향한 비판에 대해 “축구를 통해 얻는 희로애락은 축구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16강이나 8강 승리 때는 많은 분이 행복했을 것이며, 탈락하며 부정적인 여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또한 “비판도 받아들일 줄 아는 게 지도자이자 축구인으로서의 자세”라고 덧붙였다.
클린스만 감독의 이러한 발언에 축구 팬들은 단단히 화가 났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날 4강이라는 아쉬운 성적에 대해선 단 한 번의 사과도 없었다. 그저 환한 미소를 보이며 여유 있게 팬들에게 손 인사를 건넸다. 본인도 비판적인 여론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덤덤한 모습을 보였으며, 더 나아가 2026년에 있을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파울루 벤투 전임 감독의 아시안컵 직후 인터뷰가 다시금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벤투 감독은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 참가했다. 하지만 8강에서 카타르에 0-1로 충격 패를 당하며 무너졌다. 당시에도 비판 여론이 주를 이뤘다.
이후 벤투 감독은 아시안컵을 마친 후 공항 인터뷰를 통해 “결과에 대해 선수들을 탓할 필요는 없다. 선수들은 우리의 축구를 잘 이행하려 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미흡했지만, 철학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라고 답했던 바가 있다. 사과 한마디는 커녕, 오히려 축구 팬들의 성난 민심에 제대로 불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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