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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전과 고전을 거듭하던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결국 4강에서 덜미를 잡혔다. 결과만큼 충격적인 것은 내용이다. 대회 내내 드러난 대표팀 전력은 그동안 팬들이 알던 대표팀의 모습이 아니었다. 위르겐 클린스만(60·독일) 감독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지만 본인은 이를 받아들일 뜻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치른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요르단과 준결승전에서 0-2로 패했다.
경기 내내 요르단의 빠른 압박과 역습에 고전하던 대표팀은 후반 8분과 21분 각각 골을 얻어맞고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유효슈팅이 한 개도 없었다. 이로써 64년만의 아시안컵 탈환을 외치던 대표팀의 여정은 허무하게 끝이 났다.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해 초 부임하면서 제시한 1차 목표인 아시안컵 우승 공약이 수포로 돌아갔다. 요르단이 역대 A매치에서 한국에게 승리를 거둔 건 이번이 처음일 만큼 이변이었다.
한국이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아시안컵 결승에 오른 것은 2015년 호주 대회가 유일하다. 따라서 4강 탈락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한국은 주장 손흥민(32·토트넘)부터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 황희찬(28·울버햄튼),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 등 유럽 빅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들을 대거 보유해 역대 가장 강력한 대표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초호화 멤버들을 데리고 클린스만호는 4강 탈락은 물론 이번 대회 본선 6경기를 치르면서 10실점(11득점)을 했다. 무실점 경기가 한 번도 없이 10점이나 내줬다는 건 그만큼 조직력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다. 요르단과 4강전이 상징적이다. 대표팀은 경고누적으로 빠진 김민재의 공백을 절감했다. 대회 내내 지적됐던 허술한 중원과 이곳부터 이어지는 수비 불안은 끝까지 해소되지 못했다. 조현우(33·울산 HD)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0-2 이상의 참패가 빚어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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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준우승한 2015년 호주 대회와 8강에 오른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를 합쳐 모두 4골을 내줬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두 배가 넘는 실점이 기록됐다. 지난 1996 UAE 대회 당시 한국은 대회 총 11실점을 허용한 적이 있는데 그나마 8강에서 이란에게만 6실점을 허용한 때문이었다. 이번처럼 모든 경기에서 꾸준하게 수비 불안을 노출했던 대표팀은 역대 처음이었다.
조직력의 부재가 야기한 대재앙은 상당부분 감독의 책임이다. 특히 클린스만 감독은 대회 내내 맞춤 전술 및 조직력과 관련해 대책이 없는 것 같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았음에도 끝까지 이를 바로잡지 못했다. 선수 개인기에 의존한 전술은 팀플레이의 실종을 불렀다.
클린스만 감독의 문제는 지도력뿐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3월 A매치 기간부터 대표팀을 이끌어왔는데 초반부터 삐걱거렸다. 주변에서는 그가 추구하는 축구가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재택근무 논란까지 겹치기도 했다. 해외에서 원격으로 대표팀을 지휘하는 모습에서 열정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후 클린스만호는 9월 원정 평가전부터 무패 행진을 달리면서 조금씩 나아졌지만 내용을 보면 싱가포르(5-0), 중국(3-0), 베트남(6-0) 등 아시아권의 한 수 아래 팀들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것이다.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고 결국 아시안컵에서 최악의 경기력으로 표출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우승 공약을 지키지 못했고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단 클린스만 감독은 스스로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요르단과 4강전 직후 거취를 묻는 질문에 클린스만 감독은 “나는 어떤 조치도 생각하고 있는 게 없다”며 “팀과 한국으로 돌아가 이번 대회를 분석하고 논의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8일 대표팀과 함께 귀국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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