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지선 기자 = “체육인들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처우를 개선하고 또 소외된 종목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어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4·10 총선 인재로 국민의힘에 영입된 ‘사격 황제’ 진종오 대한체육회 이사는 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체육계 후배들을 이끌어주는 데 있어 신뢰를 주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라는 생각에 수락하게 됐다”며 정치권 투신 소감을 털어놨다.
진 이사는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아 여러 분야 인사들과 만나며 자연스럽게 (국힘과) 함께하게 됐고, 각자 의견을 내는 스포츠계가 조금 더 잘 단합할 수 있을 것 같아 (국힘을) 선택했다”며 “청소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는 점에서 제 능력을 평가받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체육계에서 일하면서 특히 이번 올림픽을 통해 행정적으로 많은 공부를 했고, 스포츠가 모든 사람을 하나로 모으는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밝혔다.
다만 한편으로는 기관 사이 소통이 부족해 업무가 막히는 경우를 종종 맞닥뜨렸고, 이때 누군가가 나서 “슬기로운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폐막식이 끝나고 결심을 굳혔다는 설명이다.
영입 제안에 즉각 응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서는 “지난 1년간 매진했던 올림픽을 마무리하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올림픽이 그에게는 일종의 ‘터닝포인트’가 된 셈이다,
진 이사는 “국회에 입성한다면 제일 잘 할 수 있는 분야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어 “선수 생명이 다하면 지도자 생활만 떠올리는데 그 외에도 정말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며 “후배들이 은퇴 후에도 자신이 헌신해온 종목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무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해외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사격대회가 열리고 있는 것처럼 친선경기를 비롯한 국내외 스포츠 이벤트를 활성화해 미래 꿈나무들에게 참가 기회를 주고 경험을 쌓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평소 ‘스포츠 외교’에 관심이 많다는 진 이사는 “현역 시절 시합만 하고 끝나다 보니 늘 아쉬웠다”며 “K스포츠가 전세계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K컬처도 소개하고, 단순한 경합을 넘어 문화 교류까지 이어지도록 판을 깔아주고 싶다”고 역설했다. 은퇴와 동시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의 꿈은 접었지만, IOC 관계자들과 계속 교류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연합뉴스가 개최한 ‘전국 다문화가족 배드민턴 대회’에서 축사를 하며 이러한 생각에 확신이 들었다는 말도 했다. “국경을 넘어 마음을 나누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운동이 가진 매력”이라는 게 그의 인식이다.
진 이사는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나서거나, 수도권의 우선추천(전략공천) 대상 지역에 출마하는 방안을 놓고 당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의 결정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당의 뜻대로 하겠다”고 했다.
강원도 춘천 출신인 진 이사는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 등 6개의 메달을 따내 김수녕(양궁)과 함께 역대 한국인 올림픽 최다 메달 획득 기록을 보유한 스포츠 영웅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거머쥔 것을 시작으로 2008 베이징·2012 런던·2016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사격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다.
선수 생활 후에는 대한체육회 이사,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 등으로 활동했고,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공동 조직위원장을 지냈다. 모교인 경남대에서 스포츠사회학 박사 과정을 수료한 그는 경남대 부설 극동문제연구소에서 북한학과 최고위 과정도 마쳤다.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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