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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노쇼’ 메시, 등 돌린 팬심에 결국 공개 사과 “난 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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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오넬 메시가 일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AP
▲ 리오넬 메시가 일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AP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축구 황제’도 결국 고개를 숙였다. 그만큼 돌아선 팬심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

프리시즌 아시아 투어 일정으로 일본에 간 리오넬 메시가 홍콩 팬들에게 사과했다. 일본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홍콩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경기를 뛰다 다쳤다. 어떻게 해서든 뛰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검사 결과 부상이 확인됐다. 의료진이 출전을 막았다”며 “난 홍콩에서 뛰고 싶었다. 조만간 다시 홍콩에서 뛸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시아 축구 팬들의 비난 여론을 의식한 발언이다. 메시의 ‘노쇼’ 논란이 시간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 두 번이 아니다. 유독 빅클럽들의 아시아 투어 때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노쇼’가 일어나고 있다.

메시도 그랬다. 최근 홍콩 팬들에게 강한 질타를 받았다. 인터 마이애미 소속의 메시는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홍콩 스타디움에서 열린 홍콩 프리미어리그 올스타 팀과 친선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이날 메시를 보기 위해 몰린 홍콩 팬들은 4만 석 홍콩 스타디움을 가득 메웠다. 당연히 메시가 나설 줄 알았다. 사전에 출전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하지만 메시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벤치에 앉아있을 뿐 출전하지 않았다. 인터 마이애미는 주최 측과 계약하면서 메시가 45분 뛰는 의무 조항을 포함시켰다. 노쇼를 애초에 차단하려는 계획이었다.

소용 없었다. 메시 측에서 “메시가 뛸 수 없다”는 통보를 불과 경기 시작 15분을 남겨두고 전했다. 이유는 햄스트링 부상.

몸이 아픈데 억지로 뛸 수는 없는 노릇. 그렇다면 사전에 불참을 알렸어야 했다. 경기장을 찾은 대부분의 팬들은 메시를 보기 위해 고가의 티켓을 구매했다. 부상 사실을 숨긴 채 경기 직전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는 건 팬들 입장에서 사기나 다름 없다.

▲ ⓒ 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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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공지 없이 결장한 건 메시뿐만이 아니다. 루이스 수아레스도 무릎 부상을 이유로 벤치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수아레스는 사전 기자회견에 타타 마르티노 감독과 동석해 꼭 경기에 출전하는 것처럼 보여준 부분도 뭇매를 맞고 있다. 더불어 조르디 알바와 세르히오 부스케츠는 후반에야 들어가 잠깐 경기를 뛰었다. 메시를 비롯해 과거 FC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인기 스타이기에 이들을 보려고 경기장을 방문했던 홍콩 팬들의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4만 홍콩 관중은 벤치에 앉아 있는 메시가 언제 나오는지 애타게 기다리기만 했다. 경기 종료가 다가온 시점에도 메시가 나오지 않자 “환불”이 연호됐고, 메시를 향해 잠깐이라도 뛰어달라는 소리까지 들렸다. 그러나 경기가 끝났을 때에도 메시는 벤치에 있었다. 데이비드 베컴 인터 마이애미 구단주가 마이크를 잡고 인사했으나 홍콩 팬들은 베컴 구단주를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해외에서도 메시의 노쇼를 주목했다. 인터 마이애미 헤라르도 마르티노 감독은 뒤늦게 해명했지만 홍콩 팬들에겐 변명으로만 들렸다. 마르티노 감독은 “많은 팬이 실망했다는 걸 알지만, 용서를 구한다. 잠깐이라도 뛰게 할까 했지만, 위험 부담이 너무 컸다”라고 말했다.

“메시를 기용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매우 늦게 내려졌다. 클럽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출전시키지 않았다. 메시와 수아레스의 부재에 팬들이 보여준 반응을 이해한다. 그러나 우리 의료진과 상의하고 내린 결정이다. 메시는 허벅지 내전근에 염증이 있다. 나아지길 기대했지만 며칠째 악화되고 있다. 수아레스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경기 도중 무릎에 부상을 입었다.”

“의료팀과 지속적으로 확인했다. 우리는 다가오는 미국메이저리그사커(MLS) 일정도 고려해야 했다. 결국 메시를 뛰게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하루 전 막바지 훈련을 했고, 경기 당일 아침까지 살폈다. 오후가 되어서야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

이날 행사 주최 측은 메시의 출전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고가의 티켓 가격을 책정했다. 가장 저렴한 좌석이 880 홍콩달러(약 15만 원)였고, 최고가는 4,880 홍콩달러(약 83만 원)에 달했다. 그마저도 지난해 12월 티켓 판매가 오픈되고 1시간에 매진돼 메시를 향한 뜨거운 인기를 잘 보여줬다.

▲ ⓒ 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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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은 벤치에 앉은 메시를 보기 위해 이 돈을 지불한 게 아니다. 홍콩 정부도 들고 일어났다. 이번 친선 경기를 위해 홍콩 정부는 이례적으로 주요 스포츠 행사로 지정하고 1500만 홍콩달러(약 25억원)를 주최사인 태틀러 아시아에 지원할 정도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 경기장 사용 보조금으로도 100만 홍콩달러(약 1억7000만원)을 냈다.

홍콩 정부는 “행사 주최자는 메시 결장에 대해 팬들에게 해명해야 한다. 정부와 팬들은 행사 주최 측에 상당히 실망했다”며 “스포츠이벤트위원회는 메시가 뛰지 않은 만큼 행사 추최 측의 후원금 공제와 관련해서도 후속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태틀러 아시아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유독 빅클럽들의 아시아 투어 때 이런 노쇼 논란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19년 한국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대표적이다.

당시 호날두는 유벤투스와 함께 방한해 K리그 올스타와 친선전을 펼칠 예정이었다. 유벤투스를 초청한 대행사는 호날두가 45분 이상 뛸 것이라고 홍보했고, 서울월드컵경기장에 6만 5천석이 매진될 만큼 많은 팬이 몰렸다.

호날두는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벤치에서 출발했다. 언젠가 교체 투입돼 현란한 플레이를 펼칠 것으로 많은 팬들이 기대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호날두는 투입되지 않았다. 팬들은 호날두 이름을 호명하며 짧게라도 출전을 요청했다. 그러나 호날두는 팔짱만 낀 채 무시했다. 끝내 1분도 뛰지 않은 호날두는 사과나 양해 한번 구하지 않았다. 노쇼에 화가난 국내 팬들이 메시 이름을 연호하는 것으로 불만을 표하기까지 했다.

특히 호날두는 경기에 앞서 서울의 한 호텔에서 팬미팅 및 사인회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당시 호날두는 축구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며 일방적으로 불참 의사를 전했다. 대신 잔루이지 부폰과 마티아스 더 리흐트, 파벨 네드베드 부회장이 급히 팬미팅에 참석했다.

경기에 나서지 않은 호날두는 유럽 복귀 후 곧바로 SNS를 통해 러닝머신에서 운동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유벤투스 측은 호날두의 경기 불참에 대한 이유를 부상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건강히 운동하는 호날두의 영상이 공개됐고 이 사실마저 거짓으로 판명이 됐다. 엄청난 스타성으로 많은 국내 팬을 보유했던 호날두의 민심은 심각하게 악화됐다.

▲ ⓒ 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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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시아 축구 팬들의 시선은 일본으로 향해 있다. 인터 마이애미가 홍콩 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가기 때문이다. 오는 7일 인터 마이애미는 비셀 고베와 친선전이 예정되어 있다.

메시의 햄스트링 부상이 사실이라면 일본에서 열리는 고베전에서도 나설 수 없다. 끓어 오르는 팬들의 분노에 침묵을 지키던 메시도 일본전을 앞두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홍콩 팬들의 화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2005년 처음 아르헨티나 대표팀에 발탁된 메시는 현재까지 A매치 180경기에 출전해 106골을 넣었다. 대표 생활 초기에는 타이틀 운이 따르지 않았다. 모든 걸 이룬 클럽에서 커리어와 달리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는 유독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하늘이 메시에게 메이저대회 트로피는 허락하지 않는 듯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준우승에 이어 2016년 코파 아메리카에서도 우승에 실패하자 부담감에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메시의 갑작스런 은퇴 발표에 전국민적인 호소와 대통령의 은퇴 번복 호소가 이어졌고 절치부심 끝에 대표팀 복귀가 이뤄졌다. 긴 기다림 끝에 하나씩 퍼즐을 맞춰나갔다. 2021년 코파 아메리카를 우승하며 자신감이 붙었고 지난해 카타르에서 숙원을 이뤄냈다.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 출전이었던 카타르 월드컵에서 메시는 원대한 꿈을 이루는데 성공했다.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7골 3도움의 놀라운 기량을 과시한 메시는 염원하던 월드컵을 손에 넣었다. 처음으로 월드컵 골든볼 2회 수상까지 이뤄내며 축구의 신에 등극했다.

올해도 메시의 업적은 이어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 16일 영국 런던에서 ‘더 베스트 FIFA 풋볼 어워즈’를 열고 올해의 남자 선수를 비롯해 올해의 감독, 올해의 골키퍼, 푸스카스상,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FIFPro) 월드 베스트 일레븐 등을 시상했다. 이 시상식은 FIFA 회원국의 대표팀 감독 및 주장 그리고 기자단과 팬 투표까지 모두 반영된다. 각각 25%의 비율로 투표 결과를 산정한다. 평가 시기는 2022년 12월 19일부터 2023년 8월 20일까지 최소 23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했다.

▲ ⓒ 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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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모은 올해의 선수상은 메시에게 돌아갔다. 최종 후보로 엘링 홀란드(노르웨이, 맨체스터 시티), 킬리안 음바페(프랑스•파리 생제르맹)와 함께 경쟁해 평가인단으로부터 최다 지지를 받았다.

투표 결과 메시는 홀란드와 48점으로 동률을 이뤘다. 3위 음바페는 35점이었다. 다만 FIFA 올해의 선수상은 투표 점수가 같을 시 대표팀 주장 투표수를 우선하는 규정이 있다. 이에 따라 107명의 주장들로부터 1위표를 받은 메시가 최고 자리에 올랐다. 홀란드는 64명에 그쳤다. 이로써 메시는 2009년 처음 이상을 받은 뒤 2010년, 2011년, 2012년, 2015년, 2019년, 2022년, 2023년까지 통산 8번째 수상 기쁨을 누렸다. 라이벌이자 최다 수상 2위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5회, 알 나스르)와 격차를 더욱 벌렸다.

메시는 평가 기간 동안 유럽과 미국에서 여전한 활약을 펼쳤다. 지난 시즌 후반기 파리 생제르맹 소속으로 프랑스 리그앙 우승을 이끌었다. 마지막 경기까지 도움을 챙기면서 20골 20도움 고지를 밟았다. 지난 시즌 유럽 5대리그에서 공식전 20골 20도움을 달성한 건 메시가 유일했다. 리그앙에서 15골 16도움을 기록해 도움왕을 차지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골 4도움을 올렸다.

이번 시즌 유럽을 떠나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여름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인터 마이애미와 손잡고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보내기로 했다. 메시는 인터 마이애미에 연착륙했다. MLS 동서부 통틀어 최약체로 평가받는 팀에 합류하자마자 우승컵을 안겼다.

미국과 멕시코 등 클럽이 참가하는 북중미 리그스컵에서 인터 마이애미 소속으로 데뷔한 메시는 데뷔전이던 크루스 아술전부터 프리킥 결승골을 터뜨리며 기적을 연출했다. 이후 7경기 내리 득점하는 신기원을 세우며 인터 마이애미를 정상으로 이끌었다. 7경기 동안 10골을 넣은 메시는 리그스컵 우승과 함께 득점왕, MVP까지 석권했다.

▲ ⓒ 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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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약은 계속 이어졌다. MLS의 FA컵 격인 US 오픈컵 4강에서도 메시는 2도움을 기록하며 인터 마이애미를 결승에 올려 놓았다. 단기간 컵대회를 지배한 메시는 9월부터 MLS를 소화하며 본격적으로 원정길에 나섰다. 그럴수록 미국 축구팬들이 메시를 보려고 경기장을 찾는 인기 바람이 펼쳐졌다. 메시의 마법에 경기장을 꽉 채운 팬들이 열광했다. 특히 지난해 9월 메시가 시장성이 큰 로스앤젤레스에 뜨자 이름만 대면 알 법한 대단한 유명인이 축구장을 찾아 화제가 됐다. 당시 MLS 공식 홈페이지가 공개한 메시 출전 경기의 VIP 명단을 보면 할리우드 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에드워드 노튼, 셀레나 고메즈, 마리오 로페즈, 오웬 윌슨, 타이가, 솔로 마리두에나 그리고 영국의 해리 왕자 등이 찾았다.

메시는 미국을 점령했다. 축구의 불모지라던 미국에 선풍적인 인기를 안긴 점도 메시의 스타성을 드높였다. 미국의 유력지 ‘타임’도 지난해 연말 올해의 선수로 남자 축구선수 최초로 메시를 선정하며 “메시로 인해 미국이 축구의 나라가 됐다. 메시가 인터 마이애미의 유니폼을 입으면서 불가능해 보였던 일이 펼쳐졌다. 미국을 축구가 인기 있는 나라로 보이게 했다”고 설명했다. 짧게 뛰고도 인터 마이애미의 올해 최고 선수(MVP)에 선정됐다. 메시는 “새 팀에서 이룬 성과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첫 시즌에 적응한 만큼 다음 시즌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 멈추지 않는 선수가 목표”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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