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제시 린가드(31)에게 FC서울행은 그야말로 도전이다. 유럽이 아닌 아시아 무대에서 커리어를 이어 가면서 남은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두바이에서 부지런히 몸을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영국 매체 ‘팀토크’는 5일(이하 한국시간) “린가드는 사우비아라비아와 유럽, 잉글랜드의 여러 제안을 받았지만 한국행으로 마무리될 것이다”라며 “그가 계약을 성사한다면 아시아 국가에서 활약할 최고의 주목받는 이름이 될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린가드는 최근 두바이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 갈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개인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린가드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경력을 이어 갈 수 있었다. 그러나 큰 연봉을 요구해 이적이 어려웠다”라며 “FC서울은 린가드에게 상당한 연봉을 줄 것이다. 그는 아마 남은 커리어를 FC서울에서 소화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린가드는 FC서울행을 확정 짓기 위해 한국 땅을 밟았다. 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검은색 후드에 검은 캡모자를 쓴 린가드가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그를 기다리던 약 200명의 팬들 환호성을 질렀다. 린가드는 자신을 향한 거대한 환영 인파에 당황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내 미소와 손 인사로 화답했다.
린가드는 팬들에게 다가가 유니폼에 사인을 하고 사진 촬영 요청까지 흔쾌히 응한 뒤 구단 관계자들의 인솔 하에 빠르게 공항을 빠져 나갔다.
린가드는 6일 메디컬테스트를 받은 뒤 7일 계약서에 최종 서명할 예정이다. 그리고 8일 입단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팬들과 첫인사를 나눈다. 이후 일본 가고시마에서 전지훈련 중인 서울 선수단에 합류해 본격적으로 몸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린가드의 한국행이 가장 먼저 보도된 건 지난 2일이다. 스카이스포츠와 ‘BBC’ 등 공신력 있는 매체들이 일제히 “린가드가 FC서울로 이적을 코앞에 두고 있다”고 알렸다. 계약의 세부 사항까지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린가드와 FC서울은 2년 계약에 이미 구두로 합의했다. 1년 추가 옵션은 별도로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지오 로마노가 마침표를 찍었다. ‘HERE WE GO!’ 문장으로 더욱 박차를 가했다. 로마노는 “린가드가 새로운 팀에서 뛴다. 현재 자유계약선수 상태인 그는 FC서울과 계약할 것이다. 계약 기간은 2년이다. 영국을 떠나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한다”면서 “당초 사우디아라비아 알 에티파크 훈련에 참여하며 계약을 타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그 사이 FC서울로부터 제안이 왔다. 곧 린가드와 FC서울의 계약이 공식 발표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의 린가드라는 빅 네임이 한국행을 결정 짓는 순간이었다. 특히 린가드가 유럽에서 커리어를 충분히 이어 갈 수 있음에도 한국행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린가드는 FC서울과 이탈리아 팀을 포함해 전 세계 26개 클럽으로부터 제안을 받았다”라며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 체제에서 챔피언스리그에 나서고 있는 라치오의 관심도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전 세계 다양한 클럽들로부터 26개의 영입 제안을 받았다. 아직 FC서울로 이적이 확정되지 않았다”라며 “그가 얼마나 모험을 떠나고 싶은지, 해외로 이사한다면 가족과 얼마나 멀리 떠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려있다”라고 전했다.
이 매체의 사미 목벨 기자는 “서울에 가본 적이 있다. 매우 좋은 곳이다. 그러나 집으로 오는 비행기는 너무 멀었다. 그가 그 비행과 험난한 일정을 견딜 의지가 있는지에 달려있다”라고 언급했다.
린가드는 무려 2000년부터 맨유 유스 소속으로 시작해 2011년 1군 데뷔에 성공했다. 그러나 확실한 가능성을 보여주진 못했다. 맨유 주전으로 올라서기엔 조금씩 모자랐다. 잠재력만 있었을 뿐 확실한 존재감은 아쉬웠다.
맨유 시절 초창기에는 자리를 잡지 못했다. 출전 시간을 확보하고 성장하기 위해 임대 이적이 필요했다. 레스터 시티, 버밍엄 시티, 브라이튼 앤 호비 알비온, 더비 카운티 등 여러 팀을 오가며 경험을 쌓았다. 맨유 1군 공식 데뷔는 2014-15시즌이었지만, 본격적으로 1군에 들어간 것은 그 다음 시즌부터다.
린가드는 데뷔 초기부터 뛰어난 잠재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윙어를 모두 볼 수 있는 그는 볼을 받기 위한 움직임, 동료와의 연계 플레이 등을 선보였다. 다재다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확실하고 뚜렷한 강점이 돋보이지 않았다. 소위 ‘작은 육각형’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2017-18시즌에는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당시 총 48경기서 13골 7도움을 기록했다. 프리미어리그 33경기서 8골 6도움을 기록했는데, 선발로 20경기에 나서면서 팀 내 입지를 자랑했다.
영향력을 발휘한 린가드는 잉글랜드 대표팀에도 뽑혔다. 무려 32경기에 나섰다. 국제축구연맹(FIFA)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나섰다. 잉글랜드의 4강행을 이끄는 주역 중 한 명이었다. 잉글랜드가 치른 7경기 중 6경기에 린가드가 출전했고, 그중 4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이 과정에서 1골 2도움을 올렸다.
점점 상승곡선을 그려가면서 영향력을 드러냈지만 린가드는 맨유에서 입지를 확실히 굳히지 못했다. 출전 기회가 줄어들고, 벤치에서 출전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2018-19시즌과 2019-20시즌 각각 5골과 4골에 그칠 정도였다.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은 린가드는 2020-21시즌 웨스트햄에서 선수 생활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 맨유에서 영향력이 줄어들자 임대를 떠나게 된 린가드는 웨스트햄서 프리미어리그 16경기 9골 5도움으로 공격 재능을 폭발했다. 기회만 주어지면 언제든지 활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시즌이었다.
임대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린가드는 웨스트햄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웨스트햄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맨유는 린가드를 지키고 싶었다. 결국 맨유로 다시 돌아왔다. 린가드는 웨스트햄 시절의 영향력을 다시 보여줄 준비가 됐다. 그러나 그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특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제이든 산초 등의 합류로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아졌다. 지난 2021-22시즌 그는 총 22경기서 2골 1도움에 그쳤고, 프리미어리그 16경기 중 선발 출전은 단 2경기에 그쳤다.
린가드는 맨유에서 무려 232경기를 소화하면서 35골을 넣었다. 유스 시절부터 자신의 잉글랜드 대표팀 승선까지 이끌어준 고마운 구단이다. 그러나 꾸준히 기회를 받지 못하면서 아쉬움도 남았다. 결국 린가드는 맨유와 계약이 종료된 뒤 자유 계약 신분으로 팀을 옮기길 원했다.
그의 눈에 들어온 구단은 바로 노팅엄 포레스트. 승격팀인 노팅엄 포레스트에서 꾸준하게 출전 기회를 얻으며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마음처럼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이적 첫해인 2022-2023시즌 총 20경기서 2골 2도움에 그쳤다. 프리미어리그 17경기 중 12경기에 선발로 나섰지만 공격 포인트는 없었다.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부터 38라운드까지 경기에 나선 건 총 3경기(60분)에 불과했다. 결국 노팅엄 포레스트는 린가드와 연장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했다.
린가드는 빠르게 새 소속팀을 찾으려고 했다. 자유계약 신분인 만큼 그를 노리는 구단이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임대 시절 호흡이 좋았던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의 웨스트햄이 행선지로 언급됐다. 스티븐 제라드 감독이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에티파크와 전지훈련 참가 계약을 맺기도 했다. 린가드가 연습경기에서 골을 넣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이적 얘기도 나돌았다. 프랑스 릴, 미국 복수의 팀들이 린가드를 영입하려 한다는 소식도 나왔다.
그중 사우디아라비아가 린가드의 행선지가 유력하게 떠올랐다. 그러나 리그 외국인 선수 제한이 문제가 됐다. 알이티파크를 비롯해 린가드에게 관심을 뒀던 구단들이 외국인 선수 제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린가드는 사우디아라비아 리그로 이적이 무산됐다.
웨스트햄은 린가드와 다시 한번 손발을 맞추길 원했다. 훈련장으로 불러 린가드의 경기력을 체크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았다는 후문이다. 구단이 원하는 만큼 린가드의 몸 상태가 올라오지 않았다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몸을 만들고 있었지만 웨스트햄이 원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린가드와 웨스트햄의 계약 체결은 없던 일이 됐다.
린가드의 소속팀 찾기는 연달아 실패하고 말았다. 답답한 나머지 린가드는 자기 자신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바르셀로나로 가고 싶다는 의지였다.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훈련하는 모습을 정기적으로 공유했다. 영국 매체 ‘더 선’은 “린가드가 바르셀로나에 자기 자신을 영업했다. 바르셀로나는 재정적 페어플레이(FFP)로 1월 이적 시장이 제한될 예정이다”라고 보도했다.
바르셀로나는 매년 재정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 빅클럽이지만 선수 영입에 제한이 있는 이유다. 특히 1월 이적 시장에서 이적료를 쓰는 건 쉽지 않았다. 자유계약 선수인 린가드를 데려오는 건 가능했다. 구단과 선수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을 터. 린가드가 바르셀로나행을 원한 이유다.
그러나 이마저도 무산됐다. 이 매체는 “린가드는 바르셀로나에서 뛴다면 커리어를 다시 이어 가는 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린가드의 바르셀로나행은 현실이 되지 않았다.
린가드는 계속되는 소속팀 찾기 실패 속에 에이전트까지 해고했다. 새로운 에이전트까지 고용하며 소속팀 찾기에 나섰다. 축구 커리어를 이어 가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그 결과 유럽이 아닌 한국 무대로 소속팀을 찾게 됐다. 그렇다면 그가 FC서울로 이적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출전 시간을 확보하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린가드는 지난해 6월 인터뷰에서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적 가능성을 묻는 말에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 어떤 구단도 배제하지 않는다. 나에게 맞는 팀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엔 축구를 하고 싶을 뿐이다. 난 꾸준한 출전 시간을 원한다. 간절하다.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가치는 떨어졌지만 린가드는 여전히 재기를 꿈꾸고 있다. 역대 K리그를 놓고 보면 최고 수준의 외국선수가 합류하게 됐다. 영국에서도 린가드의 K리그행을 집중적으로 보도할 정도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FC서울도 린가드가 필요하다. 조영욱과 일류첸코, 윌리안 등이 있지만 나상호가 일본 J리그 마치다 젤비아로 이적하면서 빈틈이 생겼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윙어 등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린가드가 공격진에 큰 힘을 보탤 것은 분명해 보인다.
린가드가 FC서울행을 선택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일부 현지 언론은 린가드의 한국행이 아직 확정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린가드는 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의 대한항공 카운터에서 짐을 부치고 곧 한국에 간다는 의미의 게시글을 올렸다. 그리고 한국을 찾은 린가드는 계약 마지막 마무리 단계를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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