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이 경험이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움이 되는 동기부여가 되길 바란다.”
예상하지 못했던 탈락에 일본 열도는 충격을 받았다. 아무리 그래도 동아시아에서 한국과 함께 아시아 축구를 이끌면서 동시에 ‘탈아(脫亞)’를 지향, 월드컵 8강 이상 진출을 목표로 세웠다는 점에서 더 그랬다.
일본은 3일 오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카타르 아시안컵 8강에서 이란에 1-2로 졌다. 2019 아랍에미리트(UAE) 대회 4강에서 3-0으로 이겼던 기억은 역사가 됐다.
전반 패스 중심으로 피지컬로 압박하는 이란에 주도권을 잡았고 28분 히데마사 모리타(스포르팅CP)가 개인 능력을 앞세워 수비수를 따돌리고 골을 넣는 순간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후반 10분 스즈키 자이온(신트 트라위던) 골키퍼의 킥 실수가 빌미가 됐고 사르다르 아즈문(AS로마)의 패스를 받은 모함마드 모헤비(FK로스토프)가 동점골을 터뜨렸다.
22분 쿠보 다케히로(레알 소시에다드), 마에다 다이젠(셀틱)을 빼고 드리블러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턴 호브 알비언), 미나미노 다쿠미(AS모나코)를 넣어 반전을 노렸던 일본이었지만, 오히려 선굵은 축구를 앞세운 이란의 전략에 패스가 차단당했고 추가시간 수비수 이타쿠라 고(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 어설픈 볼 처리 실수를 놓치지 않고 페널티킥을 얻어 알리레자 자한바크시(페예노르트)가 결승골을 넣으며 이란을 4강으로 인도했다.
허망한 패배에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아시안컵 주관 방송사 ‘비인 스포츠’를 통해 “원하는 결과를 만들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교체 카드가 후반에 통하지 않았다. 그것이 일본이 실패한 이유다”라고 자평했다.
당장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부터 잘 치러내겠다는 모리야스 감독이다. 그는 “이 경험이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움이 되는 동기부여가 됐기를 바란다”라는 감상을 남겼다.
일본은 2차 예선에 시리아, 북한, 미얀마와 B조에 편성됐다. 시리아, 미얀마를 모두 5-0으로 이겼고 3월 북한과 홈, 원정 경기가 있다. 특히 북한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예정된 4차전은 공포 그 자체다. 전력 자체를 잘 모른다. 북한에 발목을 잡힌다면 순위 싸움에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아시안컵 8강 탈락을 월드컵 본선을 향한 지렛대로 생각하는 시각에 일본 매체들은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했다. 스포츠 신문 ‘니칸 스포츠’는 ‘역대 최악의 성적이다. 8경기 8실점, 일본은 수비 붕괴로 탈락했다’라고 지적했다. 아스널에서 중앙 수비수와 측면 수비수 모두 보는 토미야스 다케히로의 발언도 비중 있게 전하며 “일본이 이길 자격이 있는 경기가 아니었다”라고 강조했다.
대회 기간 일본은 어수선했다. 이토 준야(랭스)가 개인적인 성 비위 문제로 대표팀 내 퇴출과 잔류 번복 후 최종 퇴출의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조별리그에서는 이라크에 1-2로 패했다. 이란도 넘지 못했다. 주장 엔도 와타루(리버풀)는 “이란이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불운이 아니라 실력에서 이란에 열세였고 질 수밖에 없었다”라고 냉정한 상황을 전했다.
2011년 카타르 대회 우승 주역인 일본 축구의 전설적인 미드필더 혼다 게이스케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본은 더 강해지고 있지만, 다른 국가도 같이 강해지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라며 아시아에서 흔들린 대표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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