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어린 시절부터 스페인에서 수학했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은 유독 호주와 인연이 없었다. 대한축구협회 공식 집계 기록을 바탕으로 20세 이하(U-20) 대표팀과 23세 이하(U-23), A대표팀 기준으로 한다면 더 그렇다.
일본을 상대로는 4경기(A대표팀 1경기, U-23 대표팀 2경기, U-20 대표팀 1경기)나 나섰던 이강인이다. 지난 2021년 3월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의 A대표팀 일본 원정에서 무려 제로톱으로 뛰면서 0-3 패배를 맛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U-23 대표팀으로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는 2-1 승리의 주역이었다.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 혜택까지 누렸다. 좋은 기억과 아픈 기억 모두 있는 일본전이다. 물론 2022년 U-23 아시안컵에서는 0-3 패배를 맛봤다. 0-3은 한국과 일본 축구의 격차를 상징하는 점수가 됐다.
준우승을 차지했던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16강전에서는 1-0 승리를 이끌었다. 일본전 승리의 기세를 안고 U-20 대표팀은 결승까지 올라 우크라이나에 아깝게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이강인의 표정으로 상대를 속이는 동작은 큰 화제를 모았다.
일본은 결승전에서 만나야 부채를 갚을 수 있다. 그의 절친 쿠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와 결승에서 만남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흥미로운 구도다. 호주를 이기고 타지키스탄-요르단 승자를 꺾는다면 원하던 그림이 그려진다.
당장 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 와크라의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만남이 예정된 호주와의 2023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을 잘 치러야 한다.
절묘하게도 호주와는 U-20 대표팀 기점으로 만나 싸운 일이 없다.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도 나오는 호주지만, 주로 국내파 중심의 A대표팀이 싸웠다. 이강인에게는 새로운 경험이다.
호주는 피지컬을 앞세우는 팀이다. 이강인의 강한 회전이 들어가는 프리킥이나 방향 전환 드리블 등은 그의 소속팀 경기와 아시안컵에서 이미 노출이 됐다. 그렇지만, 알고도 막지 못하는 것이 이강인의 움직임과 킥력이다.
관건은 이강인이 호주를 상대로 지치지 않고 뛸 수 있느냐다. 바레인전을 시작으로 요르단, 말레이시아전을 모두 90분 풀타임을 뛰었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도 120분 연장 혈투를 모두 흡수했다.
나이가 어리고 회복이 빠르다고는 하지만, 호주를 공략하려면 이강인의 세트피스 킥력과 공간을 활용한 돌파, 전방으로의 도전적인 패스를 통한 기회 창출은 필수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황희찬(울버햄턴) 등 스피드 있고 돌파력 좋은 동료들에게 호주의 느린 수비를 무너트리는 패스로 흔들어줘야 한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도 “다들 소속팀에서 이틀 휴식 후 치르는 경기 경험이 있어 괜찮을 것이다”라며 큰 변화는 적은 선수 기용을 시사했다. 이 기준이라면 이강인의 선발 출전은 당연한 절차다.
이강인은 바레인전에서 두 골을 터뜨렸고 말레이시아전에서도 강력하고 날카로운 왼발 프리킥으로 골맛을 봤다. 3골로 득점왕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사우디전에서도 0-1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력 질주로 코너킥을 차러 가는 모습은 승부에 대한 집념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반대로 호주도 이강인 봉쇄를 고민해야 한다. 이강인이 자신들이 경험해 봤던 손흥민이나 황희찬과는 다른 유형이라는 점에서 여러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이강인이 호주전에서 어떤 플레이를 보여주느냐가 중요한 관전포인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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