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약점은 감독’ 호주 매체 지적엔 “도발 상관없다 더 해달라”
(도하=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내일 경기도 혈투, 전쟁이 될 겁니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호주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을 하루 앞둔 1일 카타르 도하의 대회 메인 미디어 센터(MMC)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16강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를 펼친 끝에 8강에 올랐다.
클린스만 감독은 호주와 경기도 90분 이내에 끝난다는 보장은 없다고 했다. 펼쳐질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어려운 경기가 예상된다. 사우디와 120분 혈투를 펼쳤듯이, 내일 경기도 혈투, 전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승부차기는 매우 어렵다. 많은 감정이 이입되곤 한다. 다음 경기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오늘도 승부차기 훈련을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한국이 호주보다 늦게 16강전을 치러 이틀 덜 쉬는 점에 대해서는 더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토너먼트는 원래 이렇다. 고통을 이겨내야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클린스만 감독과의 일문일답.
— 내일 경기에 대한 각오는.
▲ 호주는 아주 좋은 팀이다. 기대가 많이 된다. 호주는 좋은 경기력, 좋은 결과를 만들어왔기에 어려운 경기가 예상된다. 내일도 긴장감,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될 거다. 단판 승부에서는 긴장감이 흐르게 마련이다. 좋은 결과를 얻도록 노력하겠다.
— 호주에 대해 분석했나. 장점을 어떻게 봉쇄할 건가.
▲ 분석했고, 여느 팀과 마찬가지로 장단점이 다 있다. 자세히 얘기할 부분은 아니다. 내부적으로 선수들, 코치진과 얘기하고 있다. 어려운 경기가 예상된다. 그러나 120분 혈투 펼쳤듯이 내일 경기도 혈투, 전쟁이 될 거다.
— 사우디와 경기에서 많은 찬스를 만들었지만 1골밖에 못 넣었다. 호주전 앞두고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호주가 역습에 강한데 여기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 사우디전에서 고무적이었던 건 후반, 연장전에서 많은 찬스를 만든 점이다. 지금 옆에 앉아있는 조규성(미트윌란)이 득점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호주전에서는 찬스를 득점으로 전환하는 데 집중하겠다.
호주의 역습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수비적으로 준비를 잘해야 한다. 호주는 역습, 세트피스의 강점을 이번 대회전부터 많은 경기에서 보여줬다. 다만, 우리 팀에도 장점이 있다. 우리의 장점을 믿으면서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겠다.
— 호주보다 이틀 덜 쉬는 부분은 분명히 불리한 점이다.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 그 문제는 더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 이미 나와 있던 스케줄이고, 우리는 그에 맞춰 경기 치를 뿐이다. 소속팀에서 짧은 휴식 기간 속에서 경기 치러 본 선수들이 많이 있다. 토너먼트는 원래 이렇다. 고통을 이겨내야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 나와 우리 선수들은 승리에 목말라 있다.
— 호주 매체가 호주가 한국 팀을 이길 수 있는 이유 4가지 중 하나로 ‘클린스만의 존재’를 언급했다. 일종의 도발이다.
▲ 어떤 도발도 상관없다. 그런 말이 있다면 더 얘기해 달라. 전혀 문제될 게 없다.
— 현역 시절 승부차기를 많이 경험했고, 지난 사우디전에서는 페널티킥으로 승리했다. 어떻게 준비해왔나.
▲ 승부차기는 매우 어렵다. 많은 감정이 이입되곤 한다. 그렇기에 훈련이 가장 중요하다. 사우디와 경기 전에 승부차기 훈련을 많이 했고, 정신력, 집중력을 키워왔다. 사우디전에서 선수들이 훈련한 대로 잘 해줬다. 내일 경기도 90분 안에 끝난다는 보장이 없다. 마무리한다는 보장도 없다. 다음 경기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오늘도 승부차기 훈련을 할 것이다.
— 메이저 대회에서 공격수로 많이 뛰었는데, 조규성에게 어떤 말을 해주곤 하나.
▲ 스트라이커들에게 조언하는 건, 지나간 찬스는 생각하지 말라는 거다. 다음 찬스에서 좋은 결과 만들 고민만 하라고 말해준다. 마이클 조던이 그런 얘기 하지 않았나. 그도 ‘림에 넣은 공보다 넣지 못한 공이 많다’고 했다. 찬스는 놓칠 수 있다. 중요한 건 계속 기다리고 준비하면서 다음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다. 조규성이 오늘처럼 웃을 때가 행복하다.
— 축구 통계 업체 옵타가 한국이 승리할 확률이 47.6%라고 하더라. 이 수치를 깰 수 있겠나.
▲ 통계는 누구나 만들 수 있다.(웃음)
— 매번 웃으면서 기자회견 하는 게 보기 좋다. 호주에서는 이렇게 많은 기자가 오지 않는다. 축구를 이토록 사랑하는 나라의 대표팀 감독으로서 부담스럽지는 않나. (호주 기자)
▲ 이 팀을 지휘하는 건 특권이고 영광이다. 좋은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많다. 이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좋은 팀인지 얘기해주곤 한다. 선수들도 자신들이 대단한 선수라는 걸 느끼고, 그 기량을 그라운드에서 보여주기를 바란다.
모든 팀이 우승을 위해 여기까지 왔다. 선수들이 결승으로 향하는 여정 속의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길 바란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과 행복감을 느끼기를 바란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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