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그레이엄 아놀드 호주 대표팀 감독이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손흥민을 놓고 이야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1일(한국시간) ESPN에 따르면 아놀드 감독은 인터뷰에서 “엔제(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손흥민을 다시 데려가겠느냐’라고 물었다”고 밝혔다.
호주는 2일 한국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손흥민이 이끄는 한국과 경기한다.
공교롭게도 토트넘을 지휘하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호주 출신이다.
흥미롭게도 호주가 마지막으로 아시안컵 정상에 섰을 때 감독이 포스테코글루 감독이었으며 결승전 상대가 호주였다. 당시에 손흥민이 0-1로 끌려가던 후반 추가 시간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상대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경기에선 연장 접전 끝에 호주가 2-1로 이겼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손흥민은 2015년 아시안컵에서 나를 상대로 골을 넣었고 그것으로 충분했다”며 “나는 그가 괜찮은 골잡이라는 것을 충분히 봤다. 손흥민은 항상 골문을 위협하는 선수였다”고 말했다.
해리 케인을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나보낸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외부에서 공격수를 영입하는 대신 주로 측면에서 활약하던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하기로 했다.
이 파격적인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손흥민은 이전보다 볼을 잡는 시간은 줄었지만 정확한 골 결정력을 앞세워 개막 10경기에서 8골을 몰아넣었다. 아시안컵에서 합류하기 전엔 다시 측면 공격수로 옮겼고 4골을 더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 옮긴 결정에 대해 “이적시장에서 25골에서 30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를 데려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손흥민은 뛰고 압박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우리와 정말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보고 있던 유일한 옵션은 아니었지만 팀으로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에 가장 잘 맞는 사람이었다. 손흥민이 더 많이 뛸 수록 골문을 위협하는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고 그건 (우리 팀에) 엄청난 자산”이라고 치켜세웠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이 출전하는 아시안컵에도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달 15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에서 ‘아시안컵을 볼 것인가’라는 물음에 “한국 경기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인터뷰를 진행한 기자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호주를 정상으로 이끌었던 2015년 대회를 떠올리며 ‘호주가 2015년 성적을 다시 낼 수 있을까’라고 물었고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국가 대표팀 감독 경력이 끝난 뒤엔 자세한 사정은 잘 모른다”면서도 “(아시안컵에선) 내일 손흥민 경기를 볼 것 같다. 호주에서도 좋은 선수들이 많으니 잘할 것”이라고 답했다.
손흥민을 붙박이 공격수로 기용해 왔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을 아시안컵으로 떠나보낸 뒤 4경기를 치렀다. 번리와 FA컵에서 1-0 진땀승을 거둔 뒤 프리미어리그에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2-2로 비겼다.
이어 지난달 27일 맨체스터시티에 0-1로 무릎을 꿇어 FA컵에선 탈락했다. 그리고 이날 경기에선 브렌트포드를 상대로 3-2 역전승을 거뒀다. 손흥민을 대신해 왼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티모 베르너가 왼쪽 측면을 지배하며 도움 2개를 올리는 맹활약을 펼쳤다.
아놀드 감독은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이야기에서 ‘손흥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농담으로 내비치면서도 한국전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아놀드 감독은 “우리 팀의 수비 구조와 형태는 매우 좋았다. 토너먼트 1차전에서도 클린시트로 통과했다”며 “하지만 이런 상대(한국)에 시간을 주고 엉성하게 조금이라도 공간을 준다면 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놀드 감독은 “인도네시아전 계획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공을 계속해서 움직이는 것이었다. 좌우를 움직여 공간을 확보하고 슈팅하는 그림을 그렸다”며 “이러한 유형의 경기에서 우린 지난 몇 년, 특히 지난해 신체적 능력과 압박, 역압박, 상대에게 공을 가질 시간을 주지 않고 노력하는 의지를 강점으로 보여 왔다. 열심히, 그리고 높은 강도로 뛰었다. 그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린 한국에 압력을 가할 것이다. 우리의 경기 계획과 사고 방식이 바른지 확인해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호주는 FIFA 랭킹 25위로 한국과 불과 2계단 차이다. 지난해 A매치 3연전에서 아르헨티나, 멕시코, 그리고 잉글랜드까지 강팀과 연달아 붙었는데 멕시코와 2-2로 비기고 잉글랜드에 0-1로 석패했을 만큼 만만치 않은 전력을 뽐냈다.
아시아에선 승승장구하고 있다. 2026년 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첫 번째 경기에서 방글라데시를 7-0으로 대파하고 두 번째 경기에서도 팔레스타인을 1-0으로 꺾고 조 1위로 올라섰다. 아시안컵이 열리기 전 최종 모의고사에서도 바레인을 2-0으로 제압했다.
아시안컵 본선에서도 호주의 상승세는 이어졌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인도를 2-0으로 누른 뒤 시리아를 1-0으로 따돌렸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과 1-1로 비겼지만 B조 1위로 토너먼트에 오르는 데엔 문제가 없었다. 16강전에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를 4-0으로 대파하고 가볍게 8강에 올랐다.
ESPN은 “(최근) 아시안컵 토너먼트에서 우승하지 못한 한국 팀은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같은 재능이 풍부한 황금 세대들이 이끄는 ‘역대급’ 팀이라는 점은 호주에 웃을 일이 아니다. 하지만 호주는 최근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와 두 경기를 비롯해 잉글랜드, 멕시코와 경기를 통해 세계적인 스타를 상대로 수비하는 데에 능숙해졌으며 이론적으로 그들의 결의를 강화하게 됐다. 아직까지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호주는 이번 대회에서 단 1골만 내줬고 이는 한국과 달리 가장 강력한 수비력을 보유했다는 뜻이며 아직 어떤 경기에서도 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호주 수비수 아지즈 베리치는 “우리 수비 기록은 좋다. 월드컵에서도 특히 아르헨티나전에서도 누구도 우리를 상대로 기회를 빼앗지 못했다. 그들은 경기를 전반전에 끝낼 수 있다고 자신했는데도 말이다. 우린 팀으로서 자신감을 갖고 있다. 우리 포백만이 아니다. 이번 토너먼트에서 우린 증명해 왔다. 우린 상대를 가장 적은 득점 기회를 묶어 왔다. 한국과 경기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린 상대 팀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조심해야 한다. 세계적 수준 선수들이 경기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은 확실시 선수로서 마음 한 구석에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에 관한 것이며 우리가 팀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자신했다.
ESPN은 “호주가 (한국)에) 뚜렷한 이점을 가질 수 있는 영역 중 하나는 신체적인 부분”이라고 짚었다. 한국보다 휴식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호주는 지난달 28일에 인도네시아와 16강을 치러 4-0으로 이겼다. 반면 한국은 이틀 뒤인 31일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을 치렀다. 심지어 1-1로 비긴 뒤 연장전 30분을 거쳐 승부차기에서 4-2 승리를 거뒀다. 이 결과 호주는 한국보다 쉴 수 있는 시간이 무려 53시간 더 많다. 한국이 E조 2위로 16강에 오른 반면 호주는 B조 1위라는 점에서 일정에 이점을 보게 됐다.
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와 120분과 승부차기 혈투를 치른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로테이션을 쓰지도 않았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이날 경기를 포함해 한국이 치른 모든 경기에 풀타임을 소화했다. 조별리그 1차전 바레인과 경기에서 3-1로 이긴 뒤 조별리그 2차전 요르단과 경기에서 2-2로 비기고 16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하자 3차전 말레이시아와 경기에서 일부 주전 선수에게 휴식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따랐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말레이시아와 경기에서도 손흥민을 뛰게 했으며 교체도 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조별리그 3경기에서 풀타임을 뛴 김민재는 이날 연장 후반 막판에 지친 기색을 보이며 교체됐고 공동 취재구역도 인터뷰 없이 빠져나갔다.
경기가 끝나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우리가 일본을 피하기 위해 조 2위를 했다고 말들 하지만, 전혀 아니다. 조 1위를 해서 이런 일정을 피하고 싶었다. 조 1위를 못 했으니 이제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53시간이 적은 시간은 아니다. 큰 차이를 만들겠지만, 오늘 승리가 팀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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