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겨울 이적시장에서 티모 베르너를 영입한 토트넘 홋스퍼의 선택이 현재까지 성공으로 들어맞는 분위기다. 베르너가 토트넘에 극적인 역전승을 안겼다.
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에서 토트넘은 브랜트포드에 3-2 역전승을 거뒀다.
동점골과 역전골 모두 베르너가 왼쪽 측면을 뚫어내고 만든 작품이었다.
토트넘은 이날 승리로 승점을 43점으로 쌓아 애스턴빌라를 밀어 내고 4위로 올라섰다.
주포 손흥민과 미드필더 파페 사르, 이브 비수마가 각각 아시안컵과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차출로 빠져 있는 토트넘은 이날 경기에서도 완전하지 않은 전력으로 나섰다. 베르너를 손흥민 자리에 배치한 가운데 히샬리송이 최전방, 데얀 쿨루셉스키가 오른쪽 측면을 맡았다.
아래엔 선발 라인업에 돌아온 제임스 매디슨이 2선에서 히샬리송을 지원했다. 중원은 올리버 스킵과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맡았다. 포백은 데스티니 우도기와 페드로 포로가 좌우를 맡았고 크리스티안 로메로, 판 더 펜 조합이 이날 경기에서도 센터백 라인을 꾸렸다. 골키퍼는 길레르로 비카리오.
홈팀 토트넘은 전반 3분 만에 브렌트포드를 위협했다. 매디슨을 중심으로 한 역습으로 순식간에 브렌트포드 페널티박스 안까지 진입했다. 기습적으로 침투한 스킵이 날린 슈팅이 수비수 몸에 막혔다.
토트넘은 우도기와 베르너를 활용한 공격으로 브렌트포드 진영을 공략했다. 전반 7분 우도기가 뿌린 스루패스가 침투하는 베르너에게 연결됐다. 베르너가 날린 크로스는 히샬리송에게 도달하지 직전 브렌트포드 수비에게 잘렸다. 1분 뒤에도 베르너가 순식간에 브렌트포드 수비수를 따돌리고 크로스까지 연결했다.
브렌트포드가 반격했다. 전반 9분 역습으로 토트넘에 위기를 안겼다. 먼 거리를 달려 페널티박스 안까지 지원 온 스킵이 몸을 날려 브렌트포드의 슈팅 시도를 막아 냈다.
브렌트포드가 전반 12분 토트넘 골문을 열었다. 긴 패스를 왼쪽 측면으로 연결했고 스루패스로 순식간에 토트넘 최종 수비 라인을 뚫어 내는 데에 성공했다. 오버래핑한 오른쪽 측면 수비수 뢰르슬레우가 비카리오 골키퍼 반대편으로 슈팅을 날려 토트넘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VAR 판독 결과 오프사이드로 덦던 일이 됐다.
그러나 2분 뒤 다시 토트넘 수비가 흔들렸고 이번엔 득점으로 이어졌다. 우도기가 저지른 패스 미스가 브렌트포드엔 골키퍼와 일대일 득점 기회로 이어졌다. 첫 번째 슈팅은 비카리오 골키퍼가 막아 냈지만 리바운드된 공을 닐 무페이가 달려들어 마무리했다. 무페이는 매디슨의 ‘다트 세리머니’로 토트넘 팬들을 도발했다.
전반 20분 토트넘이 동점 기회를 놓쳤다. 베르너가 오른발로 낮게 깔아찬 슈팅이 브렌트포드 밀집 수비를 지나 골문으로 향했는데 골라인을 넘기 직전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어진 코너킥에서도 베르너가 머리에 맞힌 공이 골대를 살짝 비껴갔다. 토트넘은 계속해서 브렌트포드를 몰아세웠다. 전반 24분 히샬리송이 오른발로 감아찬 공은 골대 위로 살짝 벗어났다.
브렌트포드도 반격했다. 전반 35분 롱 스로인이 시작이었다. 혼전 상황에서 무페이가 띄운 공이 일대일 기회로 연결되는 듯 했으나 콜린스의 머리에 맞지않았다. 이어진 코너킥에서 브렌트포드에 기회가 계속됐다. 토트넘 수비 머리에 맞고 떨군 공을 피녹이 기습적인 힐킥으로 연결했지만 골대 옆으로 벗어났다.
전반 37분 토트넘이 동점골을 넣었다. 히샬리송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브렌트포드 최중 수비수를 넘어뜨리고 로빙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VAR까지 가지 않고 주심이 반칙이라고 판단해 히샬리송이 넣은 골을 취소했다.
전반 44분 다시 브렌트포드가 토트넘을 위협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코너킥을 아이반 토니가 뛰어 올라 헤더로 연결했다. 비카리오 골키퍼가 몸을 날려 골문을 지켰다. 브렌트포드가 1-0으로 앞선 채 전반전이 마무리됐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브레넌 존슨과 피에르 에밀 호이비에르를 투입해 더욱 공격적으로 나섰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선수 교체는 후반 시작 2분 만에 결실을 맺었다. 전반전에 결실을 맺지 못했던 왼쪽 측면에서 동점이 나왔다. 우도기와 베르너의 합작품이었다. 우도기가 베르너에게 공을 전달하고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했다. 베르너는 수비수를 따돌리고 우도기에게 공을 연결했다. 우도기가 수비수 3명을 뚫고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1-1 동점을 만들었다.
토트넘의 두 번째 골이 나오기까지는 단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번에도 베르너의 작품이었다. 폭발적인 스피드로 왼쪽 측면을 뚫었다. 반대편에 있는 존슨을 발견하고 수비수 뒷공간으로 낮게 깔린 크로스를 뿌렸다. 존슨이 다이빙하며 빈 골문 안을 향해 가볍게 마무리했다.
1분 만에 두 골을 터뜨린 토트넘은 기세 올려 세 번째 골까지 터뜨렸다. 이번엔 히샬리송이 해결사였다. 우도기의 패스를 받은 매디슨이 찬 공이 수비수 몸에 맞고 튀자 자리잡고 있던 히샬리송이 가볍게 받아넣었다.
토트넘의 공격은 매서웠다. 두 골 차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브렌트포드를 두드렸다. 후반 58분 페드로 포로의 오른발 슈팅이 골대 위로 크케 벗어났다.
브렌트포드가 반격했다. 이번에도 우도기가 저지른 패스 미수가 실점으로 연결됐다. 우도기가 비카리오 골키퍼를 향해 보낸 백패스가 하필이면 자리잡고 있던 토니에게 연결됐다. 토니는 비카리오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후 양팀이 이렇다 할 득점 기회를 잡지 못한 채 90분이 흘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베르너를 빼고 유망주 제이미 돈리를 투입했다. 베르너가 경기장 밖을 빠져나갈 때 토트넘 팬들은 기립박수로 베르너에게 인사했다.
브렌트포드는 동점을 위해 더욱 공격적으로 나섰다. 후반 추가시간 결정적인 동점 기회를 놓쳤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날린 발리 슈팅이 동점골이 되는 듯했느나 비카리오 골키퍼가 동물적인 반시신경을 바탕으로 손끝으로 걷어 냈다. 토트넘이 한 골 차를 지켜내면서 경기가 마무리됐다.
골 대신 도움 선언한 베르너…토트넘 팬 기립박수 받았다
이날 경기 승리 주역은 단연 베르너다. 베르너는 왼쪽 츣면을 지배하며 동점골과 역전골을 모두 도왔다. 두 골 모두 왼쪽 측면에서 수비수들을 따돌리고 올린 크로스가 득점으로 연결됐다.
베르너는 2019-20시즌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에 이어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 2위에 이름을 올리며 유럽 무대에서 떠올랐다.
프리미어리그 여러 빅클럽이 베르너를 주시했고 첼시가 바이아웃 4750만 파운드(약 750억 원)을 활성화해 베르너를 품었다. 첼시의 주포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바람이 담긴 투자였다.
베르너는 이적 첫해 35경기에서 6골 12도움을 기록했지만 골 결정력이 문제로 지적받았다.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치는 이른바 ‘빅찬스미스’가 쌓이면서 자신감까지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토트넘은 베르너가 갖고 있는 잠재력을 알아보고 손흥민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베르너를 영입했다.
베르너는 빠른 스피드와 돌파 능력을 바탕으로 공격진 전역을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공격수. 게다가 왕성한 활용량으로 압박에도 특화되어 있는 공격수로 손꼽힌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라인을 높게 끌어올려 압박하고 공격진 포지을 고정시키지 않는 비교적 자유로운 전술을 구사한다는 점에서 베르너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영국 TBR풋볼은 “베르너가 갖고 있는 스피드와 공이 없을 때 활동량을 고려하면 포스테코글루 감독 시스템에 잘 맞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15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토트넘 데뷔전을 치른 뒤 플레이스타일이 바뀌었는지 묻는 말에 “팬이나 감독에 관한 것이 아닐 수 있다”며 “나 자신에 관한 것일 수 있다. 내가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는지 기록을 보면서 ‘더 많은 골을 넣고 싶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하지만 이제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한다”며 “어시스트와 낮은 위치에서 움직임이 팀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 나도 골을 넣고 싶지만 (득점은) 더이상 내 경기의 주요 부분이 아니다. 특히 이런 종류의 전술에서 훨씬 더 많은 것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베르너는 4-3-3 포메이션에서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아시안컵까지 치르기 전까지 주로 손흥민이 맡았던 자리. 최전방 히샤를리송과 오른쪽 측면 공격수 브레넌 존슨이 베르너와 함께 공격진을 이뤘다.
경기가 끝나고 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베르너는 우리와 두 차례 훈련 세션을 가졌다”며 “(라이프치히에선) 오랫동안 선발 출전한 경기가 없었다. 오늘 경기를 보니 우리 경기를 이해하고 훈련 속도에 익숙해지면 우리에게 정말 흥미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몇 차례 기회를 확인했을 것이다. 베르너는 항상 위협적이었고 여기에서 축구를 즐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또 “더 중요한 것은 오늘 베르너를 선발 출전시키는 것 외엔 선택 여지가 없었다. 베르너는 우리를 돕고 싶어했다. 손을 들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했다. 그것은 그의 공로였다”고 했다.
베르너는 “많은 사람이 내가 더 많은 골을 넣는 것을 보고 싶어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토트넘에선 우리가 갖고 있는 전술과 감독이 원하는 방식으로 골을 넣는 주목받는 선수가 아니더라도 어시스트 등으로 팀에 많은 것을 가져올 수 있다. 오늘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공간을 주기 위해 낮은 위치부터 올라가고 어시스트를 만드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베르너는 입단식에서 “많은 것들이 날 토트넘에게 반하게 만들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내가 토트넘에 합류해야 하는 이유와 전술 등을 알려줬다. 첼시와 라이프치히에서 토트넘과 대결한 적이 있다. 토트넘 구단 일원이 돼 기쁘다. 토트넘은 모든 게 나에게 딱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첼시에 합류했을 때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밟았다. 토트넘에서도 우승을 하기 위해 왔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내 스피드가 상대에게 얼마나 큰 위협을 줬는지 알고 있다. 토트넘에서 이런 점들을 보여주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토트넘 완전체로 돌아가는 중…매디슨 선발 복귀에 사르도 런던행
4위로 돌아온 토트넘은 주요 전력들의 복귀를 앞두고 있다. 경기에 앞서 열린 인터뷰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사르가 돌아올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세네갈이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여정을 마치면서 생긴 일이다. “가장 최근 들은 이야기는 그가 31일 복귀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와 세네갈에겐 실망스러운 일이다. 다만 우리 팀엔 사르는 핵심 멤버이고, 그가 돌아온다면 3일 에버턴전에 출전 가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부상 선수들이 돌아올 것이라는 소식은 요원하다. 마노르 솔로몬, 지오바니 로셀소, 라이언 세세뇽 등이 부상으로 현재 전력에서 빠져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솔로몬은 몇 차례 좌절을 겪었다. 이번 주 한 차례 좌절을 겪으며 우리는 다시 그를 평가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겨울 이적시장 막판 이적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내놓았다. “이적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할 말은 없다. 새로운 선수 영입에 대한 내용은 아직까지 없다. 그것에 대해 내가 완전히 관여하지 않고 있다. 다른 사람들을 중심으로 그 일을 해결하고 있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새로운 선수 영입에 대해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새로운 선수 영입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