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와 승부차기 접전 끝에 이겨 가까스로 8강행
손흥민, 이강인 등 주전급들 매 경기 거의 풀타임 소화
순항한 호주, 한국보다 3일 더 쉬고 체력적 우위 속 맞대결
승부차기 접전 끝에 사우디아라비아를 가까스로 넘은 한국 축구가 이번에는 더 센 상대 호주와 충돌한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다음달 3일(한국시각)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하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에서 호주와 4강 티켓을 놓고 싸운다.
한국은 31일 펼쳐진 16강에서 사우디와 연장 120분 접전 속 1-1을 기록한 뒤 승부차기 끝에 4-2 승리했다. 0-1 끌려가던 후반 추가시간 종료 1분 전, 조규성의 극적인 헤더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연장 전후반을 득점과 실점 없이 마친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골키퍼 조현우의 선방 2개가 나오면서 승리를 확정했다.
경기 후 클린스만 감독은 기자회견에 참석해 “원하는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아 하프타임 때 선수들과 분위기 반전을 위해 얘기를 나눴다. 페널티킥 연습 등 승부차기도 준비해왔다. 조현우 선방이 나오면서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고 말했다.
토너먼트에서 가장 중요한 승리라는 결과는 가져왔지만,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팀의 내용으로는 너무 부족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조별리그 내내 전술보다 선수 개인 능력에 의존한 이른바 ‘해줘 축구’라는 조롱 섞인 비판까지 들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사우디전에서 파격적인 스리백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후반 들어 포백으로 전환하며 사실상 실패했다.
호주(피파랭킹 25위)는 사우디(피파랭킹 56위) 보다 훨씬 강한 상대다. 피파랭킹에서도 한국(피파랭킹 23위)과 큰 차이가 없다. 조별리그부터 순항(2승1무)한 호주는 지난 28일 16강에서도 인도네시아를 대파하고 체력도 비축했다. 일부 선수들에게는 하루 이틀의 휴가까지 부여했다.
반면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한국 주전들은 조별리그부터 16강까지 거의 풀타임 소화했다. 이날 사우디전에서는 연장 120분 혈투 끝에 승부차기까지 치렀다. 호주 대표팀 그레이엄 아놀드 감독은 인도네시아전 승리 뒤 “한국이든 사우디든 연장 접전을 치르고 올라온다면 우리에게는 환상적인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체력적 우위를 노리며 그가 바랐던 흐름이 나왔다.
체력 회복이 관건인데 향후 일정도 호주가 매우 유리하다.
조 1위로 올라온 호주는 한국보다 3일 이상의 휴식을 취한 뒤 8강에 나선다. 조 2위로 토너먼트에 합류한 한국은 조별리그 접전에 이어 16강 승부차기 혈전을 치르고도 3일 밖에 쉬지 못한다. 8강에서도 전후반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 연장에 돌입해야 하는데 어느 팀이 더 유리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호주는 우수한 피지컬과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팀이다. 힘에서 밀리면 어이없게 무너질 수 있다. 아시안컵 4경기에서 1골만 내줄 만큼 수비도 견고하다. 감독의 전략 보다는 몇몇 주전들에게 의존도가 큰 클린스만호로서는 더 부담스럽다.
클린스만 감독은 사우디전을 마친 뒤 “휴식일을 더 챙기기 위해 조 1위를 노렸다. 일본을 피하려고 조 2위를 한 것이 아니다. 조 2위라서 이런 일정을 받아들여야 했다”며 기대했던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던 조별리그를 곱씹었다.
체력적 열세는 분명하지만 한국에도 피지컬이 우수한 수비수들도 있고, 발이 느린 호주의 허를 찌를 스피드를 갖춘 공격수들도 많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이 이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정상급 선수들을 놓고 예상을 벗어난 결과와 내용으로 실망을 안기고 있는 클린스만 감독은 사우디전을 마친 뒤 “아시안컵은 힘든 대회다. 많이 배우고 있다. 중동과 동남아시아 축구 스타일도 잘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한 박자 이상 늦은 듯한 클린스만 감독이 사우디 보다 더 세고 유리한 환경에 있는 호주를 상대로 어떤 전술을 내놓을지 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2010년대 이후 호주와의 역대 전적에서는 2승3무2패로 팽팽하다. 지난 2015 호주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는 한국이 1-0 승리했지만, 결승에서 1-2로 져 준우승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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