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세계 최고 연봉을 받는 사령탑으로 알려진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한국전에서 보여준 ‘조기 퇴근’ 행보에 사우디아라비아축구협회도 못마땅한 기색을 드러냈다.
아랍권 일간 아샤르크 알아우사트에 따르면 야세르 알미세할 사우디축구협회장은 31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한국과 16강전에서 나온 만치니 감독의 행동이 적절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알미세할 회장은 현지 중계방송사와 인터뷰에서 “만치니 감독이 (그라운드를) 떠난 건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이라며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만치니 감독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만치니 감독이 끌어낸 (사우디의) 경기력에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사우디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과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에서 2-4로 패했다.
후반 종료 직전 조규성(미트윌란)에게 동점 골을 허용하며 계획에 없던 연장전을 치른 사우디는 승부차기에서 3, 4번째 키커가 연이어 실축하며 8강행 티켓을 클린스만호에 내줬다.
만치니 감독은 승부차기에서 사우디의 두 번째 실축이 나오자 자리를 박차고 벤치를 떠나 터널로 들어갔다.
사령탑이 팀의 승패가 결정되는 순간을 끝까지 지켜보지 않고 선수들보다 먼저 경기를 포기한 것처럼 보인 만치니 감독의 태도에 무책임하다는 비판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만치니 감독은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 행위의 해명을 요구하는 질문에 “사과한다. 경기가 끝난 줄 알았다”면서 “누구든 존중하지 않으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선수들 모두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많이 발전했다”고 말했다.
만치니 감독은 전 세계 축구 감독 중 최고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지난해 8월 사우디 지휘봉을 잡자 이탈리아 일간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연봉이 2천500만유로(약 361억원)에서 최대 3천만유로(430억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거액의 연봉을 제안받고 유럽 축구를 떠나 사우디로 향한 만치니 감독은 자타공인 ‘명장’이다.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의 첫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을 지휘하는 등 프로 무대에서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탈리아 인터 밀란을 이끌고 세리에A 3연패(2005-2006, 2006-2007, 2007-2008시즌)를 달성했고, 2021년 열린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에서 이탈리아에 53년 만의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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