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 네 번째 키커로 4-2 승리 마침표…”대표팀, 더 단단해졌다”
(알라이얀=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오늘 승리는 기쁘고 행복하지만 우리 목표는 우승입니다.”
손에 땀을 쥐는 승부차기의 순간에 침착함을 잃지 않고 정확한 슈팅으로 클린스만호의 승리를 매조진 ‘황소’ 황희찬(울버햄프턴)은 들뜨지 않고 오직 ‘우승을 향한 전진’만 머리에 떠올렸다.
황희찬은 31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승부차기에서 팀의 4번째 키커로 나서 득점에 성공하며 한국의 4-2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날 사우디를 상대로 연장까지 간 120분 혈투 끝에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기고 힘겹게 8강행 티켓을 품었다.
황희찬은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에 나선 클린스만호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10골을 쏟아내며 득점 랭킹 6위에 오른 황희찬은 클린스만호의 핵심 공격자원으로 큰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대회 개막에 앞서 엉덩이 근육에 이상을 호소하며 조별리그 1, 2차전에 잇달아 결장했고, 대표팀 역시 화끈한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하면서 황희찬의 가슴을 졸이게 했다.
재활에 힘쓴 황희찬은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 3차전에 후반 17분 교체 선수로 이번 대회 처음 출전했지만, 대표팀이 부끄러운 3-3 무승부에 그치며 환하게 웃지 못했다.
황희찬은 이날 사우디와 16강전에도 벤치를 지키다가 팀이 0-1로 끌려가던 후반 9분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을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왼쪽 날개로 나선 황희찬은 특유의 저돌적인 돌파를 선보이며 사우디 수비진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연장 후반에는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파고든 뒤 컷백으로 시도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위협적인 왼발 슈팅을 끌어내기도 했다.
이강인의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혀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은 게 아쉬웠다.
연장 혈투가 1-1로 마무리된 뒤 승부차기에 들어간 한국은 손흥민(토트넘), 김영권(울산), 조규성(미트윌란)이 잇달아 골을 넣고, 골키퍼 조현우(울산)가 두 차례 선방을 펼치며 3-2로 앞섰다.
한 골만 더 넣으면 되는 순간에 황희찬이 네 번째 키커로 나섰고, 한참 골키퍼와 신경전을 펼치다 득점에 성공하며 승부차기 4-2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가 끝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난 황희찬은 “국가대표로서, 프로선수로서 토너먼트에서 그리고 A매치에서 이기는 게 너무 자랑스럽고 행복한 일”이라고 활짝 웃었다.
황희찬은 이어 “일단 너무 기쁘지만 우리의 목표는 우승이기 때문에 이제 한 스텝 다가섰다고 생각한다”라며 “더 큰 목표가 있는 만큼 앞으로 남은 경기 잘 준비해야 한다. 오늘처럼 다 같이 골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는 모습이 한국 팀의 참모습이다. 선발과 교체는 물론 모든 선수단을 칭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승부차기 때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에 대해선 “너무 중요한 순간이었다. 모든 한국 팬이 보고 있는 만큼 더 신중하게 승부차기에 나섰다”라며 “연습도 충분히 했지만 책임감을 더 가지고 차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클린스만 감독 부임 이후 처음 스리백을 선보인 것에 대해서도 “조별리그가 끝난 뒤 곧바로 훈련을 시작했다. 감독님 부임 이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지만 선수들의 레벨이 높은 만큼 전술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라며 “훈련 시간은 물론 쉬는 시간에도 계속 선수들끼리 전술 이야기를 하며 준비했다”고 말했다.
황희찬은 “사실 말레이시아전 무승부가 대표팀에 큰 전환점이 됐다”라며 “그 경기 이후 선수단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 오늘은 골이 많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좋은 장면을 많이 만들었다. 그런 부분은 칭찬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수들 모두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라며 “오늘 교체로 나와 90분 넘게 뛰었다. 감독님이 주문하는 대로 컨디션을 준비해야만 한다.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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