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산성’과 비교에 김종규 “우리가 더 세다고 해야하지 않겠나”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올 시즌 프로농구 선두를 달리는 원주 DB의 김주성 감독은 현역 시절 ‘동부 산성’의 일원이었다.
DB는 전신인 원주 동부 시절인 2011-2012시즌 김주성 감독과 윤호영, 로드 벤슨(이상 은퇴)으로 ‘동부 산성’을 쌓아 정규리그 44승 10패의 대단한 성적을 냈다.
이때 동부는 매 경기 67.9점만 내줘 해당 시즌 최소 실점 팀으로 기록됐다. 높이와 기동력을 두루 갖춘 동부 산성 세 명이 유기적인 호흡을 자랑한 끝에 일궈낸 성과였다.
이제 선수가 아닌 사령탑으로 DB와 함께하는 김 감독은 2023-2024시즌 또 다른 ‘산성’을 꾸렸다.
김종규, 강상재로 이어지는 빅맨진에 외국 선수 디드릭 로슨을 더한 ‘DB 산성’의 색깔은 전신 동부 산성과 완전히 다르다.
김종규-강상재-로슨 라인업의 최고 강점은 공격력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하는 DB는 올 시즌 평균 90.5점을 기록, 성적(28승 9패)뿐 아니라 팀 득점 부문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DB 이전에 마지막으로 평균 득점 90이라는 고지를 넘은 팀을 찾으려면 2004-2005시즌(대구 오리온스·90.4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30일 서울 삼성과 원정 경기에서도 DB는 108점을 폭발하며 무려 35점 차 대승을 거뒀다.
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확실히 그 당시 동부 산성과 지금 세 선수는 결이 많이 다르다”며 “그때는 수비 쪽에 치중했다면 지금은 공격 쪽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 우리는 골 밑 위주로 공격했다면 지금 그 선수들은 외곽에서 많이 공격한다. 현대 농구에 맞는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김종규, 강상재, 로슨 모두 정교한 외곽포를 장착한 터라 상대 빅맨을 외곽까지 끌어낼 수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세 선수는 각각 3점 2방을 터뜨렸다. 김종규가 상대 빅맨 코피 코번을 주로 수비하면서 24점 7리바운드를 기록했고, 강상재도 15점 10어시스트 5리바운드를 올리며 내외곽에서 활약했다.
로슨은 24점 11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올리며 트리플더블까지 작성했다.
김 감독은 과거 동부 산성과 지금 ‘DB 산성’의 가장 큰 차이가 바로 로슨의 존재에서 비롯된다고 봤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데다 패스 능력까지 뛰어나 동료를 잘 살려주는 로슨이 김종규, 강상재와 시너지를 내는 데 가장 핵심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김 감독은 수비보다는 공격에 집중하는 농구를 구상하게 된 계기도 로슨의 영입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로슨 선수가 갑자기 (시장에) 나와서 우리가 영입하게 됐다. 그러면서 농구에 대한 내 생각도 조금 바뀐 것 같다”며 “로슨 선수로는 골 밑, 수비에 집중하는 농구를 하기 어렵다. 공격적인 농구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다행히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활약한 동부 산성과 ‘DB 산성’의 위력을 비교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김종규는 “재미로 말하는 것이니 자신감을 갖겠다”면서 “감독님 때보다는 지금 우리가 더 세다고 이야기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웃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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