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정치적 결정”, “하이브리드전” 비판…미국 배후설도 제기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 피겨 스케이팅 스타 카밀라 발리예바(17)의 도핑을 인정하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최종 결정과 중징계가 나오자 러시아가 전 사회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 징계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박탈당한 러시아 스포츠계뿐 아니라 정치, 외교계도 앞다퉈 성토했다.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계기로 악화한 러시아와 서방의 대립 구도가 이번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러시아 측의 시각이다.
30일(현지시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는 “러시아 스포츠에 전쟁이 선포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ROC는 CAS에 항소하기로 하고 이미 서류 준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전날 CAS의 결정이 나온 직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것은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어떤한 결정, 심지어 불공정한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그들은 항상 올림픽 챔피언으로 남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레오니트 티아가체프 전 러시아 스포츠 장관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이번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이 결정에는 정치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전날 CAS는 발리예바의 도피 방지 규정 위반이 인정된다고 판정하고 4년간(2021년 12월∼2025년 12월) 선수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
또 발리예바가 약물 검사 후에 참가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가 획득한 단체전 금메달도 박탈한다고 결정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CAS 결정에 따라 발리예바가 징계 기간에 출전한 모든 국제 대회 성적을 무효 처리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러시아 피겨 대표팀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도 박탈됐다. 2위였던 미국이 금메달, 3위였던 일본이 은메달을 각각 차지하게 됐고, 러시아는 3위로 내려가 동메달로 메달 색이 바뀌었다.
미국은 금메달을 추가하면서 베이징 올림픽 종합 순위까지 4위에서 3위로 올라갔다.
러시아 측에서 ‘미국 배후설’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텔레그램 성명에서 이번 결정이 “러시아 혐오적인 결정”이라며 “이에 대해 현지 언론과 스포츠계에서는 고소해하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은 서방이 러시아를 상대로 벌이는 하이브리드 전쟁의 주류”라며 “미국은 러시아 선수들이 삼색(러시아 국기색) 유니폼을 입고 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막으려고 스포츠 기구에 노골적인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즈베스티야는 발리예바가 양성을 보인 트리메타지딘은 치명적 도핑으로 분류되기 어렵고 실수로 몸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었다는 점에서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소비에트 스포트는 발리예바 측 변호사들이 발리예바의 할아버지가 준비한 케이크를 통해 이 약물이 발리예바 몸에 들어갔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발리예바의 할아버지가 트리메타지딘 성분 심장약을 복용했다는 것이다.
이즈베스티야는 발리예바가 도핑 샘플을 채취하고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했을 때 처벌 완화 등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미성년자 신분이었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은 처분이 내려져 러시아에서 가장 재능 있는 인기 선수의 경력이 끝났다고 비판했다.
발리예바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고통을 없애고 내 마음을 선택하면 태양은 타버릴 것이고 내 생각은 무너질 것”이라며 러시아 대중가요 가사를 적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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