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서초동, 윤욱재 기자] 사상 초유의 사태. 전직 KIA 타이거즈 단장과 감독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장정석(51) 전 KIA 단장과 김종국(51) 전 KIA 감독이 ‘포토라인’에 섰다. 이들은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받았고 3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섰다.
이날 오전 10시경에 도착한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은 취재진으로부터 “혐의를 인정하느냐”, “뒷돈을 받은 것이 사실이냐” 등 금품수수 혐의와 관련한 질문을 받았으나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묵묵부답이었다.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일규)는 29일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에 대해 “KBO의 수사의뢰 사건 및 해당 사건 수사 중 추가로 확인된 배임수재 등 혐의로 지난 2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뒷돈 파문’을 일으켰던 장정석 전 단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이 KIA 구단을 후원하는 한 커피 업체로부터 1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를 포착했다.
이날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단장은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에도 침묵을 거듭했다. 취재진은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 “뒷돈을 받은 혐의 인정하느냐”, “팬들에게 하실 말씀은 없냐” 등 질문을 던졌지만 이들은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 특히 KIA 구단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음에도 사과 한마디 조차 없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차량에 몸을 실은 이들은 서울구치소로 이동했다.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KIA가 끝내 김종국 전 감독과 결별을 선언한 이유이기도 하다. KIA 구단은 지난 29일 “김종국 전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KIA는 지난 28일 김종국 전 감독에게 직무정지 조치를 내린지 하루 만에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당시 KIA는 “지난 25일 김종국 전 감독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27일 김종국 전 감독과의 면담 자리에서 이를 최종 확인했다”라면서 “구단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감독으로서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만 해도 KIA는 “감독의 최종 거취는 수사 상황을 지켜본 후 결정할 예정이며, 1군 스프링캠프는 진갑용 수석코치 체제로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밝혔으나 이날 KIA는 자체 조사를 통해 현재 김종국 전 감독이 피의자 신분이며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을 확인하면서 계약 해지 결정을 내렸다.
KIA 구단은 “김종국 전 감독이 검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품위손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김종국 전 감독과의 계약해지 결정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스프링캠프 출국 하루를 앞두고 사령탑과 결별한 KIA는 이제 새 감독 선임에 나서야 한다. 이에 대해 KIA는 “구단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후임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다”라고 새 사령탑 선임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임을 말했다.
이로써 KIA는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또 한번 악몽의 역사를 되풀이하고 말았다. 지난 해 KBO 리그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터진 장정석 전 단장의 ‘뒷돈 파문’은 야구계에 크나큰 충격을 안겼다.
장정석 전 단장은 지난 2022년 키움 히어로즈와 트레이드를 진행해 포수 박동원을 영입했다. 포수난에 시달리던 KIA는 박동원을 영입하기 위해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김태진과 현금 10억원, 그리고 2023 KBO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까지 내주는 출혈을 감수했다.
마침 박동원은 2022시즌을 마치면 FA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상황. 장정석 전 단장은 박동원과 비FA 다년계약 협상 테이블을 차렸지만 끝내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 알고보니 이유가 있었다. 장정석 전 단장이 박동원에게 금품을 요구했던 것이다. 박동원은 결국 2022시즌을 마치고 FA를 선언, 4년 총액 65억원의 조건에 LG 트윈스와 계약을 맺으면서 KIA를 떠났다.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KIA는 부랴부랴 장정석 전 단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개최했고 해임을 결의했다. 이는 지난 해 3월 29일에 벌어진 일이었다.
야구계는 충격에 빠졌다. 장정석 전 단장은 1996~2004년 현대 유니콘스와 KIA에서 현역 생활을 했고 개인 통산 580경기 176안타 타율 .215 7홈런 75타점 19도루를 남기면서 빛을 보지 못했다. 이후 장정석 전 단장은 프런트의 길을 걸었고 1군 기록원, 매니저, 운영팀장을 거쳐 2017시즌을 앞두고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의 감독으로 선임되는 ‘파격적인 인사’의 주인공이 됐다.
장정석 전 단장은 2017년 69승 73패 2무(승률 .486)로 정규시즌 7위에 그치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2018년 75승 69패(승률 .521)로 정규시즌 4위에 골인,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고 준플레이오프에서 한화 이글스를 2승 1패로 꺾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 최종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치며 가을야구의 ‘명품 조연’으로 박수를 받았다. 2019년에는 86승 57패 1무(승률 .601)로 키움을 정규시즌 3위를 이끈 장정석 전 단장은 준플레이오프에서 LG를 3승 1패로 꺾은데 이어 플레이오프에서 SK를 3승 무패로 가볍게 제압하면서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서는 두산에 1승도 거두지 못하고 4연패를 당하면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팀을 한국시리즈에 올려 놓고도 키움과 재계약이 불발된 장정석 전 단장은 2020~2021년 KBSN스포츠 해설위원으로 변신했고 2022년 KIA 단장으로 전격 선임되면서 또 한번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감독, 프런트, 해설위원 등 풍부한 경력을 갖춘 장정석 전 단장의 선임은 많은 KIA 팬들의 환영을 받았다. 실제로 장정석 전 단장은 부임하자마자 FA 시장에서 나성범과 6년 총액 150억원에 전격 계약을 체결하고 양현종을 4년 총액 103억원에 붙잡으면서 화끈한 행보를 보였고 트레이드만 5건을 진행하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그래서일까. 장정석 전 단장의 ‘금품 요구’가 현실로 드러났을 때 야구 팬들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KIA 구단은 장정석 전 단장의 해임을 발표하면서 사과문도 함께 내놨다. “구단은 최근 불거진 장정석 단장의 품위 손상 행위에 대해 KIA 타이거즈 팬 여러분은 물론, 프로야구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팬 여러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또한 개막을 앞두고 있는 KBO리그 전체에 누를 끼치게 돼 리그 모든 구성원분들에게도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구단은 이번 사안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모든 구단 임직원 및 선수단의 준법 교육에 더욱 힘쓰고, 끊임없이 노력하겠다. 프로야구를 사랑해 주시고 KIA 타이거즈를 응원해 주시는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라는 내용이었다.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은 시간. 이번엔 현역 감독이 금품수수 의혹으로 구속영장을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것도 ‘뒷돈 파문’으로 해임된 전직 단장과 연루됐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KIA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우선 직무정지 조치를 내린 뒤 추이를 지켜봤고 내부 회의를 통해 김종국 전 감독과의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또 한번의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김종국 전 감독은 광주일고-고려대를 졸업하고 1996년 1차지명으로 해태에 입단했고 프로에 데뷔하자마자 주전 2루수를 꿰차면서 ‘바람의 아들’ 이종범 전 LG 코치와 키스톤 콤비로 활약했다. 1996년 126경기에서 타율 .215 11홈런 51타점 22도루를 남긴데 이어 1997년 126경기 타율 .210 9홈런 35타점 13도루, 1998년 42경기에서 타율 .232 2홈런 11타점 8도루, 1999년 2경기 타율 .333 1홈런 2타점, 2000년 86경기에서 타율 .259 2홈런 31타점 15도루를 기록한 김종국 전 감독은 KIA로 바뀐 2001년 101경기 타율 .285 4홈런 25타점 21도루를 기록한데 이어 2002년 133경기에서 타율 .287 8홈런 53타점 50도루를 남기면서 생애 최고의 시즌을 치렀다. 생애 첫 도루왕 타이틀을 거머쥔 김종국 전 감독은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거머쥐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선수 생활 말미였던 2009년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한 김종국 전 감독은 2010년 현역에서 은퇴했으며 개인 통산 1359경기, 1086안타, 타율 .247, 66홈런, 429타점, 254도루라는 기록을 마크했다. 김종국 전 감독은 국가대표로도 활약했으며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3년 삿포로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김종국 전 감독은 2011년 KIA에서 2군 수비코치를 맡으면서 지도자의 길을 걸었고 2012년부터 10년 가까이 1군에서 작전 및 주루코치를 맡았으며 수석코치를 거쳐 2021년 12월 5일 KIA의 제 10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계약 기간은 3년이었고 계약금 3억원, 연봉 2억 5000만원의 조건이 따라왔다.
당시 KIA는 “김종국 감독이 프로 데뷔 때부터 타이거즈에서만 뛴 ‘원클럽맨’으로서 누구보다 KIA 타이거즈를 잘 알고 있다는 점과 조용하면서도 강단 있는 리더십을 바탕으로 선수단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또한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어 팀을 빠르게 정비하고 재도약시킬 적임자로 판단했다. 특히 구단과 국가대표팀에서 쌓아온 다양한 코치 경험을 토대로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다”라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당시 김종국 전 감독도 “명가 재건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게 돼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기대감이 훨씬 크다.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지도자가 되겠다. 구단 명성에 걸맞는 경기력과 선수단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 있는 플레이를 주문해 팬들로부터 사랑 받을 수 있는 KIA 타이거즈를 만드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으나 끝내 불명예 퇴진을 피하지 못했다.
김종국 전 감독은 2022년 KIA의 지휘봉을 잡아 정규시즌을 70승 73패 1무(승률 .490)라는 성적으로 5위를 마크하면서 KIA를 포스트시즌 무대로 이끌었다. KIA는 2018년 이후 4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아 나름 의미가 있는 결과였다. 그러나 지난 해에는 73승 69패 2무(승률 .514)로 2022년보다 나은 성적을 올렸음에도 정규시즌 6위에 머물러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KIA 구단은 김종국 전 감독을 신임했고 2024시즌도 김종국 전 감독 체제로 출발하려 했다.
KIA는 또 한번 사과문을 발표해야 했다. 김종국 전 감독을 계약해지하기로 발표한 KIA는 “구단은 해당 사실을 인지한 즉시 김종국 전 감독과 면담을 통해 즉시 사실 관계를 빠르게 파악하고자 했다. 또한, 수사 결과와 관계 없이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된 이상 정상적인 시즌 운영이 불가하다고 판단해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 KIA 타이거즈는 이번 사안에 대해 큰 책임을 통감하며 과오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감독 및 코칭스태프 인선 프로세스 개선, 구단 구성원들의 준법 교육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 또한, 향후 구단 운영이 빠르게 정상화 될 수 있도록 후속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다. 프로야구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시는 팬 여러분께 불미스러운 일을 전해드리게 되어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라는 말로 빠른 후속 조치를 약속했다.
KIA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포수 김태군과 비FA 다년계약, 내야수 김선빈과 두 번째 FA 계약, 외야수 최형우와 역대 최고령 비FA 다년계약, 방출생 내야수 서건창을 영입하는 등 바쁜 겨울을 보내면서 올 시즌 도약에 모든 것을 걸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 출국을 하루 앞두고 감독 교체라는 결단을 내리면서 올 시즌 준비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KIA는 우선 29일 출국길에 오른 진갑용 수석코치 체제로 스프링캠프를 치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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