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분명 우승과 거리가 있는 경기력이다.
영귝의 축구 통계, 기록 전문 매체인 ‘옵타’는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 가능성이 있는 국가들을 공개했다. 한국은 11%였다. 일본(18.2%), 카타르(16.8%), 호주(14.7%), 이란(12.2%)에 이어 5위다.
‘옵타’는 대회 전 한국의 우승 확률로 14.3%를 메겼다. 24.6%의 일본에 이어 전체 두 번째로 높았다.
조별리그가 끝났고 16강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오히려 한국의 우승 확률은 더 떨어졌다.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보여준 경기력이 엉망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전력이 한국보다 크게 떨어지는 요르단, 말레이시아와 무승부 끝에 조 2위로 간신이 16강에 진출했다. 특히 FIFA(국제축구연맹)랭킹 130위의 말레이시아와 난타전 끝에 3-3으로 비긴 경기는 충격에 가까웠다.
최악의 졸전이었다. 25일 카타르 알 와크라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3 아시안컵 E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한국은 최정예 멤버들을 내세우고도 경기를 잡지 못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이날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예상과 달리 최정예 선발 라인업을 꺼내 들었다. 최전방에는 조규성이 섰으며, 2선에는 손흥민과 이강인, 정우영이 선택을 받았다. 3선에는 이재성과 황인범이 선발 출전했다. 백4는 설영우, 김민재, 김영권, 김태환으로 구성됐다.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가 꼈다.
한국은 초반부터 말레이시아의 강력한 전방 압박에 고전했다. 천천히 볼을 돌리며 말레이시아의 틈을 노렸다. 그런데 말레이시아의 공세가 만만치 않았다. 전반 7분에는 백 패스를 받은 조현우가 킥을 시도했는데, 말레이시아 공격수에게 막히며 위험천만한 순간을 맞이했다.
전반 14분에는 손흥민이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말레이시아를 위협했다. 하지만 하즈미 골키퍼에 막히며 아쉬움을 삼켰다. 6분 뒤에는 이재성이 이날 첫 경고를 받았다. 이어 7분 뒤 정우영의 선제골이 나왔다. 한국은 코너킥을 얻어냈고, 키커로 나선 이강인이 날카로운 킥을 박스 안으로 연결했다. 이를 골문 앞에 있던 정우영이 높이 뛰어올라 헤더 슈팅을 시도했다. 하즈미 골키퍼가 이 슈팅을 막아내긴 했지만, 주심은 비디오판독시스템(VAR) 체크 끝에 정우영의 득점을 인정했다.
한국은 선제골 이후에도 답답한 공격을 이어갔다. 확실한 공격 패턴이 나오지 않으며 추가 골을 만들지 못했다. 43분에는 조규성이 골문 앞에서 강력한 헤더를 시도했지만, 하즈미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두 팀의 전반전은 한국이 1-0으로 리드한 채 마무리됐다.
후반 시작과 함께 말레이시아가 몰아붙였고, 결국 동점 골을 만들었다. 후반 7분 황인범이 박스 앞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범하며 볼을 뺏겼다. 순간적으로 위기를 맞이한 한국은 김민재와 김영권이 수비 커버에 들어갔다. 조현우도 앞으로 나오며 슈팅 각도를 좁혔다. 할림은 측면으로 이동하며 크로스를 올릴 것처럼 보였는데, 오히려 골문으로 슈팅했다. 한국 수비진은 모두 크로스를 예상했지만 허를 찔렸고, 할림이 동점 골을 만들었다.
기세를 탄 말레이시아가 17분 내친 김에 역전골을 완성했다. 박스 안에서 설영우가 파울을 범하며 페널티킥을 내줬다. 키커로 나선 아이만이 조현우를 속이며 완벽히 골망을 갈랐다. 한국 입장에서는 충격적인 역전이었다.
다급해진 클린스만 감독은 곧바로 조규성과 이재성 대신 황희찬과 홍현석을 투입했다. 아시안컵 직전 부상을 당했던 황희찬의 이번 대회 첫 출전이었다. 위기의 한국을 구하기 위해 급히 투입됐다.
이후 한국은 끊임없이 말레이시아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말레이시아가 단단한 수비를 선보이며 동점 골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후반 38분 한국이 말레이시아의 박스 앞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여기서 키커로 나선 이강인이 날카로운 왼발 프리킥으로 말레이시아의 골망을 갈랐다.
후반 추가시간 오현규가 박스 안에서 극적인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말레이시아의 골망을 완벽히 갈랐다. 정말 힘겨운 역전이었다. 하지만 경기 종료 직전 말레이시아가 동점을 완성했다. 모랄레스가 박스 앞에서 슈팅을 시도했고, 한국의 골망을 갈랐다. 결국 이날 경기는 3-3 무승부로 끝났다.
클린스만 감독은 특별한 전술적 색깔도 수비에서 단단함도 없었지만 여전히 아시안컵 우승을 확신했다. 경기 후 클린스만 감독은 “박진감 넘치는 경기였다. 양 팀 총 6득점이 나왔다. 경기 직전 말레이시아가 득점했다. 하지만 화나고 불만스런 부분이 있다. 3실점 중 2실점은 판정이 아쉬웠다. 상대 페널티 킥과 황인범 파울이다. 80대15로 볼 점유율이 있었다. 주도한 경기에서 두 골을 앞서도 다음 골이 나오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오늘 경기를 통해 잘 배웠다. 역습 수비에서 선수들과 진지하게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조별리그는 끝났다. 16강을 잘 준비해 좋은 경기 하겠다”라고 말했다.
16강전에 대해선 “조별리그와 토너먼트 경기 양상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하지만 아시안컵에 쉬운 팀은 없다. 오늘 경기에서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다. 안타깝게 2실점을 해 흐름이 바뀌었지만 긍정적인 부분이 많았다. 고무적인 부분은 황희찬, 김진수 부상 복귀다. 대회를 우승하기 위해선 모든 팀을 이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시안컵 기간 동안 공격 패턴 전술 부재를 보였다. 이른바 ‘해줘 축구’로 선수들 개인 역량에 기대는 방식을 종종 보였다. 클린스만 감독에게 이 점을 묻자 “전술적인 부분은 선수들과 진중하게 대화를 해야 한다. 역습에서 수비를 하는 장면을 보완해야 한다. 진지하게 분석을 하고 이야기하겠다. 고무적인 부분은 경고 누적이 생기지 않았다. 최종전까지 7장 경고를 안았다. 하나하나 분석을 하면 경고가 아닌 장면이 있었을 것이다. 토너먼트를 경고 누적 없이 진출했다는 건 긍정적이다. 경고 누적이 있었다면 16강에서 어려웠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대회 우승이 가능할까란 질문이 나왔다. 클린스만 감독은 “당연하다. 길게 말 할 것 없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자신감과 별개로 외부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냉정하다. 아시아의 호랑이도 이젠 옛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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