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조별리그에서는 어떤 변수도 가능하다. 녹아웃 스테이지로 들어가는 16강부터 진짜 실력이라면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를 1승2무, 승점 5점으로 바레인(6점)에 이어 E조 2위에 오르며 F조 1위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는 31일 오전(한국시간) 8강 진출을 놓고 진검승부를 벌이게 됐다.
사우디는 지난해 9월 영국 뉴캐슬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상대한 기억이 있다. 팽팽한 흐름에서 조규성(미트윌란)이 머리로 결승골을 넣으며 1-0으로 이겼다. 앞서 웨일스에 0-0으로 비겨 사우디를 이기지 못하면 클린스만 감독의 운명도 흔들릴 우려가 있었던 시점에서 전환점이 된 승리였다.
바레인(3-1 승), 요르단(2-2 무), 말레이시아(3-3 무)를 상대로 8득점 6실점을 기록한 대표팀이다. 골을 넣을 줄 알지만, 동시에 실점도 많았다. 이전 두 대회보다 더 많은 실점이었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라는 세계 정상급 수비 혼자 보여주기에는 어려움이 컸다.
한국은 결승까지 7경기를 치르기 위해 힘의 분배를 하고 조별리그를 준비했다. 클린스만도 “우승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7경기를 치르고 돌아가겠다”라며 큰소리쳤다.
자연스럽게 조별리그에서는 100% 힘을 쓰지 않고 서서히 컨디션을 올리게 된다. 실제로 유럽파와 달리 K리거는 지난해 12월 초 리그를 마쳤고 울산 현대, 전북 현대 소속 선수들은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최종전까지 마치고 휴식을 하다 대표팀에 합류했다. 실전 감각이 떨어진 상황에서 대회에 나서게 됐다.
물론 이런 점은 한국 축구사에 있어 왔던 일이다. 13년 전 2011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도 각자의 컨디션이 달랐지만, 단판 승부부터 냉정하게 결과 중심으로 챙겨 4강까지 가서 일본과 승부차기에서 패해 3위로 대회를 마감했던 기억이 있다. 이후 2015 호주, 2019 UAE 대회 모두 1월에 열렸다. 축구협회가 쌓은 노하우를 클린스만과 충분히 공유, 공부가 되고도 남았다.
그렇지만, 클린스만의 조별리그 태도는 아시아 축구를 새롭게 경험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상대가 잘했다”라며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우승이 아닌 16강 진출을 노리는 팀들에게는 한국전에서 최대한 많이 뛰며 승점을 벌어야 한다. 이런 전략을 역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했지만, 1승2무는 너무한 결과였다.
지난해 10월 베트남(6-0 승)과 친선경기, 11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싱가포르(5-0 승), 중국(3-0 승)전을 경험하면서 아시아 축구 수준을 너무 가볍게 본 것 아닌가 싶은 인상도 짙었다.
결국 조별리그를 치르면서 무색무취 전술 운용에 선수들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강인이 바레인, 말레이시아전에서 마법의 왼발을 보여주지 못했다면 고난의 길을 걸을 수도 있었다.
클린스만은 ‘말은 잘하는 감독’으로 축구 팬들에게 ‘찍혀’ 있다. 이제부터는 진가를 보여주지 못하면 끝이다. 로베르토 만치니 사우디 감독은 클린스만과 감독 경력 비교에서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속 빈 강정이 될 것인지, 속이 꽉 찬 감자가 될 것인지는 클린스만의 자세와 태도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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