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중립 자격 참가는 총회 결정…대회서 평화 가치 보여줄 것”
“한국의 패럴림픽 유산 사업은 다른 나라에 모범…한국 갈 때마다 놀라”
(이천=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을 막겠다며 국경을 걸어 잠갔던 북한은 지난해 9월에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국제 스포츠 무대에 복귀했다.
이후 북한은 월드컵 예선 등 다양한 종목별 국제대회에 출전하며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
그러나 북한 장애인 대표팀은 여전히 두문불출하고 있다.
당초 북한은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하려 했으나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규정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인공기 게양이 금지되자 대회 참가를 포기했고,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2024 파리 패럴림픽 출전도 불투명하다. 북한은 패럴림픽 출전을 위한 쿼터 확보에 소극적인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수장인 앤드루 파슨스 위원장은 북한의 패럴림픽 참가 기회가 여전히 남아있다며 적극적인 움직임을 주문했다.
파슨스 위원장은 최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파리 패럴림픽 참가국은 2012 런던 대회(164개국)를 충분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며 “북한에도 파리 패럴림픽 참가의 문은 동일하게 열려있다”고 밝혔다.
이어 “파리 패럴림픽의 많은 종목 출전권은 이번 여름까지 획득할 수 있다”며 “북한이 출전 자격을 얻을 기회는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참가를 유도하기 위해 IPC와 국제연맹이 협의해 쿼터를 부여하는 ‘바이퍼타이트'(Bipartite·상호초청선수)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바이퍼타이트 제도는 각국 패럴림픽위원회가 종목별 국제연맹 및 IPC에 출전권을 신청해야 한다”며 “신청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전권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아울러 바이퍼타이트 제도를 통해 출전권을 얻기 위해 선수들은 선수 등록 및 등급 분류를 완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북한이 선수 등록 등 대회 출전을 위한 기본적인 행정 절차를 마쳐야 한다는 것이다.
파슨스 위원장은 북한의 참가 여부와 별도로 파리 패럴림픽이 평화와 통합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알리는 장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현재 국제 정치 상황은 매우 복잡하고 전쟁으로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는 등 참담하다”라며 “파리 패럴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은 전 세계에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파슨스 위원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징계받았다가 파리 패럴림픽 출전과 관련한 부분 징계 해제 조처를 받은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대해서도 답변했다.
파슨스 위원장은 ‘여전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참가를 반대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라는 질문에 “러시아, 벨라루스의 파리 패럴림픽 참가는 회원국들이 결정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다”며 “총회에서 다양한 의견을 들었고, 회원국들은 두 나라의 회원 자격을 부분적으로 정지하는 것을 결정했다. 그래서 두 나라의 중립 선수들은 파리 패럴림픽에 참가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에 열린 IPC 총회에서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국가명과 국기, 국가 등을 사용하지 못하는 ‘중립선수단’ 자격으로 파리 패럴림픽 출전을 허가하기로 한 투표 결과를 다시 한번 설명한 것이다.
파슨스 위원장은 “해당 결정에 관해 일부 실망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라며 “(그러나) 회원국들이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전했다.
파슨스 위원장은 한국이 패럴림픽의 가치와 의의, 유산을 잘 이어가고 있다고도 했다.
한국은 2018 평창 패럴림픽 이후 전국에 반다비 센터를 개관하고 파라아이스하키 아카데미를 여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관해 파슨스 위원장은 “1988 서울 하계패럴림픽과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대회의 유산이 세계적으로 과소평가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서울에 갈 때마다 많은 시민이 올림픽공원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놀랍다”고 말했다.
반다비 스포츠센터 건립사업과 관련해서는 “대한장애인체육회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패럴림픽 종목을 발전시키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극찬했다.
한국의 장애인 체육활동과 패럴림픽 레거시 사업 확장에 관해 당부도 잊지 않았다.
파슨스 위원장은 “한국은 반다비 스포츠 센터와 함께 이천 선수촌 등 세계 최고의 패럴림픽 스포츠 시설을 갖추고 있다”라며 “한국이 패럴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많은 장애인이 스포츠를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장애인체육회 정진완 회장과 함께 이러한 일들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라며 “정 회장과 대한장애인체육회가 그동안 패럴림픽 스포츠를 발전시키기 위해 추진했던 일들은 다른 국가에 청사진과 같은 모범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IPC는 장애인올림픽인 패럴림픽을 관장하는 장애인 스포츠 최고 국제 스포츠 기구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성격이 비슷하다.
브라질 출신의 파슨스 위원장은 2017년 IPC 정기총회 집행위원장 선거를 통해 뽑혔으며 2021년 재선에 성공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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