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토미 에드먼(29‧세인트루이스)은 한국 야구 역사에서 꽤 오랜 기간 기억될 선수일지도 모른다. 지난해 3월 열렸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미국 국적 선수지만, 한국 대표팀에 합류하며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국적은 물론 뿌리로도 출전 대표팀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 WBC만의 특이한 사항이지만, 흔쾌히 대표팀의 손을 잡은 에드먼은 커다란 관심을 모았다. 어머니가 한국인인 에드먼은 자신에 한국인의 피가 섞여 있음을 명확하게 자각하고 있고, 또 그에 대한 자부심도 보여주는 선수다.
꼭 대표팀 경력이 아니더라도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자리를 잡은 선수이기도 하다. 2019년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5시즌 동안 통산 596경기에 나갔다. 2020년부터는 본격적인 주전으로 출전하기 시작했고, 2021년에는 내셔널리그 2루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하며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후 매년 골드글러브 후보 단골 손님으로 떠오르고 있다.
에드먼은 공격 생산력 측면에서는 리그 평균 수준의 선수지만, 수비 활용성에서는 ‘극강’의 면모를 자랑한다. 현재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유틸리티 플레이어이기도 하다. 데뷔 당시부터 2루와 유격수는 물론, 3루수, 좌익수, 중견수, 우익수를 모두 소화했다. 에드먼은 데뷔 후 2루수로 2277이닝, 유격수로 1140⅔이닝, 외야수로 858⅓이닝, 3루수로 570이닝을 뛰었다. 내‧외야를 가리지 않는 멀티 플레이어다. 26인으로 로스터가 제한된 메이저리그에서 이런 선수가 하나 있다는 건 벤치의 전략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지난해에는 2루수로 373⅔이닝, 유격수로 396⅔이닝, 그리고 중견수로 310⅔이닝에 나가며 팔방미인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세인트루이스라는 명문 구단의 센터라인 수비를 지탱한 선수였던 셈이다. 그 공헌도를 인정받아 시즌 뒤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생애 두 번째 골드글러브 수상에는 실패했다. 2루수, 유격수, 3루수로 빛나는 활약을 한 대표팀 키스톤 파트너 김하성(29‧샌디에이고)에게 밀렸다. 김하성은 에드먼, 그리고 무키 베츠(LA 다저스)와 치열한 경쟁 끝에 이 타이틀을 따냈다.
전문적으로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는 많지만, 김하성이나 에드먼처럼 정말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서 유틸리티 부문의 후보 자체가 다른 포지션에 비해서는 적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렇다면, 김하성과 에드먼은 2024년 시즌 뒤에도 골드글러브를 놓고 다툴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이 나온다. 2023년은 김하성이 승리했지만, 2024년은 또 모른다. 에드먼의 수비력은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뛰어나다.
골드글러브 수상 기준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SABR의 수비 지표 집계를 보면 김하성도 안심할 수 없다. 지난해는 김하성이 꽤 큰 차이로 에드먼을 따돌렸지만, 2022년만 해도 김하성이 7.6의 SDI를 기록, 에드먼(7.1)과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여차하면 뒤집어질 수 있는 차이다. 베츠가 한 포지션에 정착한다면, 김하성과 에드먼의 경쟁은 양자대결로 흐를 수도 있다.
에드먼도 철저하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와 연봉 조정에 실패한 뒤 아예 FA 시즌 직전까지 이어지는 2년 계약에 합의한 에드먼은 지난 시즌 막판 자신을 괴롭힌 오른쪽 손목에 칼을 댔다. 존 모젤리악 사장은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와 인터뷰에서 에드먼의 회복 속도에 대해 “훌륭하게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안도감을 드러냈다. 한층 더 건강한 컨디션으로 2024년 복귀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한국 대표팀의 키스톤 콤비가 계속된 선의의 경쟁을 이어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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