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해리 케인은 우승을 위해 바이에른 뮌헨 이적을 택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절대강자로 11년 연속 우승컵을 챙겨온 명문이기에 타이틀 숙원을 단번에 풀 것으로 보였다.
케인의 바람과 달리 바이에른 뮌헨이 주춤하고 있다. 지난 21일 열린 2023-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18라운드에서 베르더 브레멘에 0-1로 패했다.
바이에른 뮌헨 입장에서 예상치 못한 패배다. 그동안 브레멘에 상당히 강했다. 2008-2009시즌 이후 맞대결에서 24승 4무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여왔다. 그런데 이번 대결에서 후반 14분 미첼 바이저에게 결승골을 내주면서 고개를 숙였다.
시즌 2패째를 기록한 바이에른 뮌헨은 13승 2무 2패 승점 41점에 머물면서 선두 바이어 04 레버쿠젠(승점 48점)과 격차가 7점으로 벌어졌다. 아직 시즌이 절반이나 남았다지만 차이가 커지고 있어 12년 연속 리그 우승에 빨간불이 켜졌다.
무실점을 해내지 못했기에 바이에른 뮌헨은 김민재가 클린스만호에 차출된 공백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침묵한 케인에게도 아쉬움이 남았다. 주포 케인은 브레멘전에서 3개의 슈팅 시도에 그쳤다. 유효슈팅도 1차례에 머물렀다. 볼 터치 자체가 줄었다. 23개에 불과할 정도로 공격 지원을 받지 못했다.
케인이 득점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데도 바이에른 뮌헨은 또 다른 해결사를 찾지 못했다. 케인이 늘 터져줘야 이길 수 있다는 당연하지만 쉽지 않은 명제를 확인했다. 브레멘전에서는 조용했지만 케인은 올 시즌 분데스리가 득점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현재까지 분데스리가에서 22골을 넣었다. 역대 전반기 최다 득점 타이를 이뤘다. 단일 시즌 전반기에 22골을 넣은 건 2020-21시즌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록이었다. 당시 레반도프스키는 전반기 득점력을 바탕으로 41골을 기록했다. 케인도 같은 페이스라 시즌이 끝날 때 분데스리가 단일 시즌 최다 득점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케인의 활약으로 레반도프스키의 예언도 무색해졌다. 레반도프스키는 케인에 앞서 바이에른 뮌헨의 최전방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2014년부터 2022년까지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며 총 375경기 344골을 남겼다. 분데스리가에서만 238골을 폭발했다. 전반기부터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줬던 2020-21시즌에는 게르트 뮐러의 한 시즌 최다 득점(40골)을 넘기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케인도 득점력에 있어서는 못지않다. 토트넘 홋스퍼 소속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만 371경기 213골로 역대 최다 득점을 경신할 수 있는 페이스를 과시했다. 비록 이번 시즌을 앞두고 토트넘을 떠나 프리미어리그에 족적을 남길 수 없게 됐지만 바이에른 뮌헨의 득점 역사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다만 레반도프스키는 지난해 10월 독일 ‘스포르트 빌트’를 통해 “케인은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하나다. 그러나 첫 번째 시즌은 쉽지 않을 수 있다. 변하는 게 많이 때문”이라며 “바이에른 뮌헨을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라고 조언했다.
그런데 케인은 레반도프스키가 생각한 그릇보다 컸다. 시즌 초반부터 매섭게 골을 챙긴 끝에 레반도프스키가 세운 전반기 최다골과 동률을 이뤄냈다. 이를 포함해 공식전 24경기에서 26골 8도움으로 최고의 개인 기록을 쓰고 있다.
문제는 우승이다. 케인은 프로 생활 내내 우승과 거리가 멀었다. 토트넘 홋스퍼에서 전성기를 누리면서 잉글랜드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우뚝 섰지만 단 한 차례도 우승컵을 만져보지 못했다. 토트넘 시절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과 함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라 무관 탈출을 기대했으나 준우승에 그쳤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잉글랜드의 주장으로 유로 2020 결승 진출을 이끌었으나 이탈리아에 막혀 우승에 실패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는 저주가 끊길 것으로 봤다. 그것도 입단 직후 바로 우승컵을 들 것이란 전망이 지대했다. 올 시즌 개막에 앞서 열린 독일 슈퍼컵은 바이에른 뮌헨이 가볍게 들고 시작하는 대회였다. 그런데 RB 라이프치히에 0-3으로 패했다. 컵대회에서도 자르브뷔켄에 패해 일찌감치 탈락했다. 당연하게 들던 2개의 컵을 놓치면서 이제 남은 건 분데스리가와 챔피언스리그 뿐이다.
바이에른 뮌헨의 이름을 새겨놓았다던 분데스리가가 힘겨워지고 있다. 어느덧 선두와 7점차로 벌어지자 케인의 무관 징크스를 신경쓰기 시작했다. 독일 매체 ‘빌트’는 “케인의 사악한 저주”라는 제호 아래 “케인은 아마도 타이틀을 획득하지 못한 유일한 월드 클래스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세 차례 득점왕을 차지했고,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는 62골로 역대 최다 득점자다. 그런데 우승컵을 하나도 들지 못했다”고 조명했다.
이어 “트로피를 보장하는 바이에른 뮌헨에 왔지만 슈퍼컵과 독일축구협회(DFB) 포칼에서 탈락했다. 이제 레버쿠젠과도 격차가 크다”며 “바이에른 뮌헨이 2012년 이후 처음으로 무관 시즌을 보내면 케인의 저주는 더욱 불길해질 것이다. 팬들은 레버쿠젠의 우승과 케인이 무관을 탈출하길 바란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양립할 수는 없다”고 바라봤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