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상대가 넘어지는 악재…침착하게 달려 여자 500m 은메달
레슬링 국가대표 출신 아버지 영향으로 운동…한국 빙속 첫 메달 획득
(강릉=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상대 선수가 넘어지는 돌발변수를 딛고 은메달을 거머쥔 정희단(16·선사고)은 “침착하게 레이스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자 단거리 기대주 정희단은 22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이하 강원 2024)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9초64의 기록으로 앙엘 데일먼(39초28·네덜란드)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뒤 “은메달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시상대에 오른 것만으로도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웃코스에서 인코스로 나오는 구간에서 상대 선수가 나타나지 않아 조금 당황하기도 했다”며 “그래도 내 레이스에 큰 지장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정희단은 15조에서 오스트리아 예아니네 로스너와 달렸다.
로스너는 100m 구간을 앞두고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레이스를 포기했고, 정희단은 남은 경기를 홀로 치렀다.
기록경기인 스피드스케이팅에서 함께 달리는 경쟁 선수는 중요한 요소다.
상대 선수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 기록 단축 효과를 볼 수 있다. 때로는 상대 선수가 바람을 막아주기도 한다.
로스너가 넘어진 건 정희단에게 최악의 악재였다.
그러나 정희단은 큰 흔들림 없이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희단에게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찾긴 어려웠다.
그는 생글생글 웃으며 “많은 관중의 응원 속에 경기를 치른 건 처음이라 큰 힘이 됐다”라며 “매우 재밌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경기장에서, 특히 이상화(현 강원 2024 공동조직위원장) 언니가 지켜보는 가운데 뛰어서 영광스럽다”라고 했다.
그는 “평창 올림픽은 스케이트를 배우기 시작한 지 1년 정도 됐을 때 열려서 TV로 시청했다”라며 “그때는 출전선수들을 동경하며 바라봤다. 그래서 오늘 경기가 내겐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정희단은 이나현(노원고)과 함께 한국 여자 단거리 빙속의 미래로 꼽히는 기대주다.
어린 시절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며 운동을 시작했던 정희단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으로 전향했고, 남다른 운동 신경을 발판 삼아 무럭무럭 성장했다.
정희단의 폭발적인 경기력은 아버지 정태균 씨에게 물려받았다.
정태균 씨는 2005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전 레슬링 국가대표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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