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롤모델’로 강원 2024 참여…”알펜시아 트랙에서 큰 대회 이어지길”
(평창=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한국 최초의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메달리스트인 원윤종(38)이 행정가를 꿈꾸며 ‘봅슬레이 인생 2막’을 시작했다.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강원 2024)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정하는 선수 롤 모델(Athlete Role Models·ARM)로 참여하는 원윤종은 22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이제는 미래를 향해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면서 수개월 전 선수 은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성결대 체육교육학과에 다니던 2010년 학교에 붙은 썰매 국가대표 선발 포스터를 보고 호기심으로 선발전에 응시해 합격하면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그는 한국 봅슬레이의 간판으로 활약해왔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 대표팀의 파일럿으로 4인승 은메달을 이끌어 아시아 최초의 올림픽 봅슬레이 메달 주인공이 됐고,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도 출전했다.
이후 지난 시즌엔 후배들의 기량 향상을 돕는 역할을 주로 했던 그는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지만, 선수 생활을 더 하지 않기로 했다.
원윤종은 “경기력 측면에서도 점차 내려오는 시점인 것 같았고, 끊임없이 달고 살아 온 부상도 무시할 수 없었다. 훈련을 소화하는 것도 어려워져 고민이 컸는데, 이제 후배들도 올라오고 있으니 뒤에서 노하우를 전하고 서포트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 선수 대표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고,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선수위원회에서도 활동하는 그는 체육 행정 쪽으로 진로를 구상하고 있다.
원윤종은 “후배들을 돕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우리 연맹이나 한국 체육의 발전에 관심을 두고 있다”면서 “행정 쪽으로 경험을 쌓으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강원 2024에 선수들의 ‘멘토’ 역할을 하는 ARM으로 참가하는 건 그에게 귀중한 경험이다.
원윤종은 “선수들이 경기력이나 심리적으로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면 답변해주고, 강의나 세미나로 다양한 조언도 하고 있다”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을 만나고, 대회 조직이나 행정 지원을 보고 배우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기에 이런 경험을 하고 하지 않고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저는 20대 중반에 운동을 시작했는데, 여기 출전한 선수들은 더 어릴 때 시작해서 이런 자리에 왔으니 부럽기도 하다”며 미소 지었다.
이번 대회에 한국 봅슬레이에선 남자부의 소재환, 여자부의 최시연(이상 상지대관령고)이 출전한다.
이날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여자 모노봅 경기를 관전한 그는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러 온 건 처음이다. 직접 경기할 때는 스타트 이후엔 아무 생각 없이 몰입하는데, 밖에서 보는 건 계속 조마조마해야 하니까 오히려 더 긴장되는 듯하다”면서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이어 “제가 시작할 때는 기반이 전혀 없었다. 훈련이나 몸 관리 등을 주먹구구로 해야 했는데, 영양 섭취를 균형 있게 해야만 경기력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면서 “증량은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 트랙에서 다시 큰 국제경기가 열릴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6년 만에 다시 왔다. 말로 설명할 수 없이 감회가 새롭다”는 원윤종은 “조금씩 단계를 밟아가며 더 활성화해서 큰 대회가 이어지면 좋겠다. 제가 힘을 보탤 수 있다면 그것도 감사한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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