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플랜A는 단 두 경기로 문제점이 속출했다. 대응 가능한 플랜B는 무엇일까. 자율 축구라고 포장하기에는 세부 상황에 따른 ‘게임 플랜’이 보이지 않는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0일 오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요르단에 후반 종료 직전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의 상대 자책골 유도로 2-2 무승부를 거뒀다.
16강 진출과 순위 확정은 오는 25일 말레이시아와 최종전에서 가려지게 됐다. 일찌감치 조1위를 확정하고 선수단 이원화로 체력 안배를 통해 16강 이후를 보려고 했던 클린스만 감독의 구상은 물거품이 됐다.
부임 후 클린스만 감독은 4-4-2 또는 4-2-3-1 전형에 기반을 둔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해왔다. 선수 구성은 거의 비슷했다. 최전방에 조규성(미트윌란)을 두고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처진 공격수 또는 왼쪽 측면 공격수로 이동해 뛴다.
부상에서 회복 중인 황희찬(울버햄턴)이 주로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섰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이재성(마인츠05)가 먼저 뛰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성-황인범-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전진하고 수비형 미드필더는 박용우(알 아인)가 혼자 봐왔다. 수비는 이기제(수원 삼성)-김민재(바이에른 뮌헨)-정승현(울산 현대)-설영우(울산 현대)가 나섰다.
클린스만의 플랜A는 지난해 2월 부임 후 치러온 A매치에서 거의 비슷했다. 주전들 중심으로 배치한 뒤 공격 2선이 자리를 바꿔서 움직이며 상대를 교란하는 것이다. 손흥민은 사실상 프리롤 역할이다.
황의조가 사생활 문제로 대표팀 자격 정지 징계를 받으면서 1명의 새로운 공격수를 선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클린스만은 조규성 외에 오현규(셀틱)로만 구성했다. 기존 자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K리그에서 골을 몰아치던 주민규를 혹시 선발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선발하지 않는 것으로 대답했다.
특정 대회 기간에는 선발진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후반에 지치는 상황에서는 경기 흐름을 바꿀 조커나 플랜B 전환을 통한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두 경기를 통해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들의 개인 역량에만 의존하는 모습이었다. 전략, 전술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요르단전에서는 1-0에서 1-2로 뒤집힌 뒤 후반 시작과 함께 이기제, 박용우를 빼고 김태환(전북 현대), 홍현석(KAA헨트)을 넣었다. 좌우 측면 수비가 가능한 설영우가 왼쪽으로 이동한 것이 최선이었다. 홍현석은 박용우의 역할을 그대로 물려받았을 뿐이다.
경기 방법의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23분 이재성, 조규성이 빠지고 정우영(슈투트가르트), 오현규(셀틱)가 들어왔지만, 선수 교체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여전히 측면에서 손흥민이나 이강인이 볼을 잡아 중앙으로 들어오면서 패스를 주고받은 뒤 슈팅으로 공격을 풀어가는 모습이었다. 리바운드 볼을 다 뺏기며 효과는 없었다. 겨우 패배를 면하는 골로 승점 1점을 가져왔을 뿐이다.
긴 여정을 고려해 플랜B, C, D를 숨겨 놓은 것이라면 이해되지만, 제대로 익혔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안고 싸우는 클린스만호다. 현재까지 보여준 경기력이라면 우승 후보로 불리기에는 아쉬움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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