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숭숭 뚫린 클린스만호…한일전 성사돼도 큰 걱정

김승규 대신 골키퍼 장갑을 낀 조현우는 경기 내내 불안했다. ⓒ 뉴시스

일단 16강 한일전이 성사될 것이란 기대와 우려는 잠시 접어두게 됐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0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 요르단과의 경기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졸전 끝에 간신히 무승부를 기록한 대표팀은 승점 1을 추가, 조별리그 전적 1승 1무(승점 4)를 기록하며 승점 동률인 요르단에 골득실에서 밀린 E조 2위 자리에 그대로 머물렀다.

만약 요르단전을 승리했다면 조기에 16강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었던 대표팀이었으나 예상치 못한 무승부 결과를 받아들며 최종전 결과를 지켜봐야 할 상황에 놓였다.

일단 대표팀은 자력으로 조 1위를 확보할 수 없다. 골득실에서 +2(5득점, 3실점)를 기록 중인 대표팀은 6골을 넣고 2골을 내준 요르단(+4)에 2골 차로 뒤져있다.

한국이 최약체 말레이시아를 꺾더라도 요르단이 바레인과의 최종전서 승리하면 골득실을 봐야 하는데 2골 차 열세를 뒤집을 다득점 승리가 필요하다. 즉, 클린스만호는 최대한 많은 골을 넣고 요르단-바레인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

조 2위에 머문다면 큰 기대를 모았던 16강 한일전 역시 성사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라크에 일격을 당한 일본은 한국보다 조 1위에 오를 가능성이 훨씬 낮은 상황이다.

대표팀이 극적인 순위 뒤집기로 조 1위를 확정한 뒤 16강에 올라 일본을 만나도 걱정이다. 지난 바레인전에 이어 이번 요르단전에서도 일부 포지션의 구멍이 숭숭 뚫리는 약점을 노출했기 때문이다.

심각한 골 결정력 드러낸 조규성. ⓒ 뉴시스

클린스만 감독은 측면 수비수 이기제를 2경기 연속 선발로 내세웠으나 사실상 실패로 귀결되고 말았다. 바레인전에서 수비 불안을 야기했던 이기제는 요르단전에서도 스타팅 멤버에 포함됐으나 다시 한 번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결국 전반 종료 후 교체 수순을 밟았다.

골키퍼도 마찬가지다. 김승규의 부상으로 인해 대신 장갑을 낀 조현우는 몇 차례 선방쇼를 펼쳤으나 전체적인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에 무리였다. 특히 후반에는 치명적인 패스 미스로 결정적 실점 위기를 자초하는 등 가슴 철렁이게 만든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플랜B조차 없는 최전방 공격수 또한 약점이다. 원톱 스트라이커로 출전한 조규성은 대표팀 공격 흐름에 전혀 쫓아오지 못하는 모습이었고 무엇보다 심각한 골 결정력이 도마 위에 오르며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대표팀은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황희찬 등 일부 포지션의 선수들이 탈 아시아급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만약 16강서 한일전이 성사되어도 문제다. 일본은 손흥민과 같은 월드클래스 선수가 없으나 베스트 11의 전력이 고루 퍼져 있어 특별한 약점을 보이지 않는 팀이다. 요르단전과 같은 졸전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끔찍한 결과와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