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연이어 출전해 누나는 9위·동생은 8위…”이대로 쭉, 밀라노까지!”
(평창=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한국 루지의 ‘미래’로 불리는 남매가 같은 날 같은 경기장에서 청소년올림픽 경기를 연이어 치르는 뜻깊은 날을 보냈다.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경기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일 강원도 평창의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루지 경기엔 남매 선수인 김소윤(신명여고)과 김하윤(사리울중)의 모습을 차례로 볼 수 있었다.
김소윤이 오전 8시 30분 시작한 여자 싱글 경기를 먼저 치렀고, 11시 10분부터 열린 남자 더블 경기엔 김하윤이 배재성(상지대관령고)과 팀을 이뤄 나섰다.
김소윤은 2020년 대한루지경기연맹이 유망주 발굴을 위해 개최한 강습회를 통해 루지에 입문, 중학생이던 2022년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해 태극마크를 단 기대주다.
누나를 따라 루지를 시작한 김하윤도 같은 해 선발전에서 당당히 국가대표로 뽑혀 주목받았다.
각종 대회에서 경험을 쌓아온 이들은 가장 큰 대회를 안방에서 부모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치렀다.
김소윤이 여자 싱글 9위에 오른 뒤 김하윤은 남자 더블 경기를 8위로 마쳐 나란히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김소윤은 “루지를 시작할 때부터 목표로 삼았던 대회다. 메달권을 노렸지만, 후회 없이 잘 마쳤다”면서 “긴장한 걸 기회로 바꿨다는 생각에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기분이 좋았다”며 미소 지었다.
“경기가 끝나고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다”고 말하면서는 울먹이기도 한 그는 “스스로 자랑스럽다”고 했다.
김하윤도 “경기 중 실수가 나온 건 아쉬웠지만, 완벽한 라인으로 한 번 탄 것은 좋았다. 후회 없이 했다”며 “다른 나라 선수들과 친해지고 서로 응원하며 대회를 치러나가는 게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로의 장점을 똑같이 ‘근성’이라고 평가한 이들은 담담하지만, 속 깊은 인사도 건넸다.
김소윤은 “동생을 늘 봐왔지만, 대회에서 경기하는 것을 보니 새롭더라. 집에 있으면 많이 싸우기도 하는데 트랙에서 보면 대견하다”면서 “저도 해봤기에 더블의 파일럿 위치가 얼마나 부담이 큰지 아는데, 메달과 관계 없이 자신의 위치에서 잘했다”고 격려했다.
김하윤은 “누나가 다쳐도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달려온 모습이 좋았다”면서 “앞으로도 이대로 쭉 가서 일 한 번 내보자”고 화답했다.
특히 이들은 이번 대회 경험이 2년 앞으로 다가온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준비의 토대가 될 거로 자신했다.
“지금까지는 이 대회를 목표로 달려왔지만, 앞으로 더 나아갈 길이 많다고 생각한다.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선수가 되고자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고 제 실력도 같이 키우고 싶다”는 김소윤은 “밀라노에선 ‘톱5’가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김하윤도 “올림픽에 꼭 나가고 싶다. 실수 없이 안전하게 타며 10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라면서 “포기하지 않는 선수로 남고 싶다”고 강조했다.
songa@yna.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