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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김민재 부러운 일본…크로스→실점, 185cm ‘단신 센터백’ 약점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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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지난 9월 전차 군단 독일은 안방으로 일본을 불러들였다가 1-4 대패를 당했다. 

경기가 끝나고 한지 플릭 당시 독일 감독은 “현 시점만 보면 우리에게 이런 빡빡한 수비를 깨고 득점을 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오늘의 경우 일본을 이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독일은 이 경기 이후 플릭 감독을 경질했는데, 감독 경질은 독일축구협회 사상 최초였다.

경기에서 독일은 일본의 조직력에 고전했다. 선수들 이름값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즐비한 독일에 비해 크게 떨어졌지만 2022 카타르 월드컵 등을 통해 단련된 일본의 조직력은 수비는 물론이고 공격에서도 독일을 압도했다. 뒤이어 또 다른 유럽 구단인 튀르키예도 일본에 2-4로 졌고, 북중미 다크호스로 꼽히는 캐나다도 1-4로 쓴잔을 마셨다. 튀르키예전이 끝나고 튀르키예 감독 스테판 쿤츠는 “우린 일본과 같은 수준이 아니었다”며 “일본을 우리보다 축구를 잘했다. 그리고 일본의 체력 수준은 놀랍다”고 치켜세웠다.

독일과 튀르키예, 그리고 캐나다는 일본의 10연승 제물이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독일과 스페인이 포함된 조를 뚫고 16강에 오른 돌풍을 일으킨 일본은 대회 이후 국제 무대에서 더욱 승승장구했다. 대회 이후 첫 A매치 두 경기에선 우루과이와 1-1로 비기고 콜롬비아에 1-2로 졌는데, 이후 11경기를 내리 승리로 장식했다. 지난 14일 2023 아시아 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1차전이었던 베트남전 4-2 승리가 10연승째였다. (요르단 평가전은 교체 선수 인원 넘겨 A매치로 인정되지 않았다)

경기력도 압도적이었다. 10연승하는 동안 44골을 넣으면서 단 8점만 내줬다. FIFA 랭킹은 17위까지 올라갔다. 일본이 이번 대회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이유다.

일본 언론 ‘풋볼 채널’은 “일본이 10연승을 달리며 45골을 넣고 있다. 이긴 팀 중에 독일이 있다. 독일까지 압도한 사실이 대단하다”는 루마니아 언론 ‘Digi Sport’의 호평을 크게 보도했다. 또 ‘사커 다이제스트’는 카타르 통신사와 인터뷰에서 “일본은 더 이상 아시아 레벨이 아닌 유럽 레벨이다. 어떤 대회에서든 일본은 요즘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칭찬에 한껏 들떴다.

독일도 튀르키예도 캐나다도 꺾지 못했던 일본을 무너뜨린 건 FIFA 랭킹 63위 이라크였다. 19일 카타르 도하 에드케이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일본은 이라크에 전반에만 두 골을 내주면서 1-2로 졌다. A매치 11번째 경기 만에 패배가 올라간 순간이었다. 또 일본이 이라크에 진 것은 1982년 아시안게임 맞대결(이라크 1-0 승) 이후 42년 만에 처음이었다.

독일을 막아세웠던 일본 수비진은 이라크의 공중 공격에 무너졌다. 전반 4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라크가 중원을 넘겨 거침없이 전진했다. 우물쭈물하는 일본 수비진을 상대로 순식간에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에 성공했다. 페널티박스에서 올린 크로스를 스즈키 자이온 골키퍼가 손으로 막아 냈으나, 달려들던 아이얀 후세인이 머리에 맞혀 공을 골문 안으로 보냈다. 스즈키 골키퍼가 쳐낸 공이 뜬 순간 일본 수비진은 얼어붙었다. 3분 여에 걸친 VAR 판독 끝에 득점이 인정됐다.

문제는 스즈키 골키퍼 역시 공중볼 처리에 불안감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이라크의 코너킥 기회에서 문전으로 뜬 공을 스즈키가 잡으려다가 놓쳤다. 놓친 공을 다시 품에 안으면서 실점 위기는 넘겼지만 일본 벤치로선 가슴을 쓸어내릴 만한 장면이었다.

역습으로 전반 내내 일본을 위협하던 이라크는 전반전이 끝나기 전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이번에도 왼쪽 측면, 그리고 공중이 뚫렸다. 왼쪽 측면에서 올리온 크로스가 다시 후세인의 머리에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일본의 약점은 1차전 베트남과 경기에서도 드러났다. 일본은 94위 베트남에 4-2로 역전승을 거뒀지만 전반전에만 2골을 허용하면서 1-2로 끌려갔다. 그리고 2실점 모두 이날과 같은 공중에서 나왔다. 

전반 16분 베트남이 올린 코너킥에서 일본 수비진이 따내지 못했고 베트남 딘 박이 머리에 맞혀 득점으로 연결했다. 전반 33분 추가 실점 역시 세트피스가 발단이었다. 프리킥 기회에서 부이 호앙 비엣 안이 헤더로 연결한 걸 일본 혼혈 골키퍼 스즈키 자이언이 쳐냈다. 이때 문전으로 쇄도하던 팜 뚜언 하이가 재차 슈팅해 역전골을 수확했다.

일본은 수비수인 이타쿠라 코, 이토 히로키를 제외하면 수비진에 키가 185cm 이상 장신이 없다. 이날 경기에서 홀로 두 골을 넣어 일본을 격침시킨 후세인은 키가 189cm로 일본의 제공권을 장악하기에 충분했다.

일본의 수비 고민은 한국과 고민된다. 한국은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고 있는 세계적인 수비수인 김민재를 갖고 있다. 김민재는 키가 190cm로 제공권 장악에 특출나면서도 폭발적인 스피드를 갖춘 완성형 수비수로 평가받는다. 김민재뿐만 아니라 파트너인 정승현도 188cm 장신이다.

일본의 수비 불안은 아시안컵 우승을 다투는 한국으로선 공략 요소이기도 하다. 수비에 김민재가 있다면 공격엔 조규성이 있다. 키 189cm인 조규성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머리로만 두 골을 넣었을 만큼 헤딩 능력이 장점이다. 이번 시즌 덴마크 수페르리가에서도 한국 선수들보다 피지컬이 빼어난 유럽 선수들을 상대로도 공중볼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후세인에게만 두 골을 빼앗긴 일본으로선 조규성의 머리에 위협을 느낄만 하다.

일본의 약점이 노출된 것은 한국과 경기가 가까워지면서 더욱 부각된다. D조 1위는 16강에서 한국이 속해 있는 E조 2위와, D조 1위는 16강에서 E조 1위과 경기한다. 전력상 일본과 한국이 나란히 D조와 E조 1위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일본과 한국은 결승전에서야 만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일본이 E조 2위로 밀려나면서 한국과 16강에서 만날 가능성이 생겼다. 일본이 마지막 경기에서 인도네시아를 잡더라도 이라크가 베트남과 비기기만 하더라도 순위가 바뀌지 않는다. 여전히 한국이 E조 1위가 유력한 상황이기 때문에 16강에서 한일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커졌다.

대회 전 축구 통계업체 옵타가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산출한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 확률에서 일본은 24.6%로 가장 높은 확률을 받았다. 한국은 14.3%로 2위. 일본보다 10% 넘게 확률이 떨어진다. 이란이 11.2%로 3위, 호주가 10.7%로 4위,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가 10.6%로 뒤를 잇는다.


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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