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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발밑 약한 골키퍼” 옛말…김승규 부상→’2018년 영웅’ 조현우 기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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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조현우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배출한 한국 국가대표 최고 스타 중 한 명이다. 경기 때마다 믿기지 않는 선방을 펼쳤다. 월드컵에서 활약으로만 하이라이트 필름이 만들어졌을 정도다. 조현우는 2018 월드컵으로 한국 축구 부동의 주전 골키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월드컵이 끝나고 대표팀 지휘관이 파울루 벤투 감독으로 바뀌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대표팀에 부임한 벤투 감독은 조현우 주전 체계를 깨고 조현우와 김승규를 번갈아 기용했다. 이후 파나마와 평가전을 앞두고 골키퍼 포지션 선발 계획을 묻는 말에 “골키퍼 모두 경쟁력 있고 능력 있는 선수다. 경쟁을 통해 좋은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더이상 조현우 주전 체제는 아니다는 선언이었다.

벤투 감독은 계속해서 조현우와 김승규에게 출전 시간을 분배하며 경쟁 체제를 유지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김승규가 앞서가기 시작했다. 2019년 아랍에미테이트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벤투 감독은 김승규를 주전 골키퍼로 낙점했다. 김승규가 전 경기 골문을 지킨 반면 조현우는 1분도 출전하지 못했다.

조현우는 꾸준히 벤투 감독으로부터 소집됐지만 정작 경기엔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원정 16강 성과를 거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벤투 감독은 김승규를 주전 골키퍼를 선택했다. 이 대회에서도 조현우는 1분도 나서지 못했다.

벤투 감독이 떠나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새로 부임하면서 주전 골키퍼가 다시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이 따랐다. 실제로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3월 콜롬비아와 평가전에 김승규를 선발로 내세웠다가 다음 우루과이와 평가전엔 조현우를 선발 골키퍼로 선택했다. 조현우에겐 8개월 만에 선발 출전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A매치 두 경기에 이어 10월 튀니지와 첫 경기에서도 다시 김승규가 선발 골키퍼로 나섰다. 조현우가 지난해 10월 17일 베트남과 경기에서 선발 출전했지만 나머지 경기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선택은 김승규였다.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 바레인과 경기에서도 예상 대로 김승규가 선발로 출전했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벤투 감독이 주전 골키퍼를 조현우에서 김승규로 바꾼 결정적인 이유는 빌드업 차이로 해석했다. 선방 능력 만큼은 조현우가 김승규와 비슷하거나 앞서 있지만 수비 진영부터 빌드업하는 축구를 펼치는 벤투 감독의 성향상 발밑이 보다 안정적인 김승규를 자신의 전술에 맞는 골키퍼로 판단했다는 뜻이다. 

벤투 감독의 이와 같은 결정은 경쟁자였던 김승규의 발언으로도 파악된다. 김승규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인터뷰에서 “러시아 월드컵에선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런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지금은 준비하는 데 있어 이전보다 마음을 편하게 먹고 있다”며 “(조)현우보단 발밑에 자신이 있다. 하지만 현우도 울산에서 (빌드업 축구를 하면서) 발밑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조현우가 말한 대로 조현우는 빌드업 축구를 펼치는 울산으로 이적하면서 발밑 능력과 빌드업 능력이 크게 올라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1년 78.5%였던 패스 성공률은 지난 시즌 83.4%, 그리고 이번 시즌 85.4%로 꾸준히 늘었다. 성공률이 늘었을뿐만 아니라 전방 패스 시도까지 많아졌을 만큼 자신감도 붙었다는 평가다.

19일 한국 대표팀엔 좋지 않은 소식이 날아왔다. 대한축구협회(KFA) 이날 “김승규가 자체게임 훈련 도중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입었다”며 “소집해제 후 조기 귀국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한국 대표팀은 골키퍼로 김승규와 조현우, 그리고 송범근(쇼난 벨마레)을 소집했다. 김승규가 빠지면서 선택지가 두 명으로 좁혀진 상황. 다만 송범근은 아직 A매치 경험이 1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안정감을 중요시하는 골키퍼 포지션과 특히 베테랑을 선호하는 클린스만 감독의 성향상 선발 골키퍼는 송범근보다 경험 많은 조현우에게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 조현우 ⓒ한국프로축구연맹
▲ 조현우 ⓒ한국프로축구연맹

▲ 조현우 ⓒ한국프로축구연맹
▲ 조현우 ⓒ한국프로축구연맹

김승규가 낙마하고 처음 치르는 요르단과 조별리그 2차전은 수비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 바레인을 3-1로 꺾긴 했으나 수비에서 아찔한 장면을 종종 허용했다. 요르단은 바레인보다 더 나은 공격력을 자랑한다. 1차전에서 말레이시아에 4골을 넣으면서 한국을 득실차로 따돌리고 조 선두에 올라있다.

요르단은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뛰는 공격수 무사 알타마리가 경계대상 1호다. 프랑스 진출 이후 15경기에서 3골을 넣으며 준수한 활약을 펼치는 알타마리는 말레이시아전에서도 2골을 책임졌다. 이들 외에도 전방 공격진의 속도가 좋다.

장지현 스포티비(SPOTV) 해설위원은 “요르단은 상당히 도전적인 스타일이다. 전방의 알타마리는 개인 능력이 좋고, 카타르에서 뛰고 있는 야잔 알 나이맛과 알리 올완 등도 능력이 우수하다”며 “적극적인 요르단 플레이에 우리가 휘말려 실책이 유발되면 힘든 경기가 될 수도 있다”라고 했다.

▲ 김승규 ⓒ 연합뉴스
▲ 김승규 ⓒ 연합뉴스

김승규의 부상은 단순히 선수 한 명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아시안컵 우승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큰 사태다. 조별리그를 통과한다면 토너먼트에서 이란, 호주, 그리고 일본 등 우승 후보들을 상대해야 한다. 아시안컵에서 부상 악령은 그동안 한국 축구가 숙원을 이루지 못한 배경이기도 하다. 결승까지 내달렸던 2015년 대회에서는 핵심이던 구자철과 이청용이 대회 중 조기 귀국해 전력이 약화됐다. 벤투호가 나섰던 2019년에도 나상호, 기성용, 이재성 등이 줄줄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8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이 대회에서도 기성용이 중도 하차했다.

한국은 지난 15일 카타르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E조 조별리그 첫 번째 경기에서 바레인을 3-1로 제압하고 조별리그 첫승을 올렸다. 다만 요르단이 말레이시아를 4-0으로 대파하면서 한국을 득실 차로 밀어 내고 E조 1위로 올라섰다.

1956년, 1960년 이후 64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가 역대 가장 강하다는 평가다. 이번 시즌 12골로 프리미어리그 득점 3위에 올라 있는 손흥민을 필두로 프리미어리그에서 10골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황희찬, 그리고 파리생제르맹에서 주전으로 자리잡은 이강인이 공격을 이끈다. 수비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세계 최고 중앙 수비수로 자리잡은 김민재가 맡는다. 이밖에 이재성, 황희찬 등 파울루 벤투 전임 감독 체제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끌었던 선수들이 클린스만호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옵타는 한국에 대해서 “마지막 우승 이후 네 차례 결승에 진출했는데 최근엔 2015년 대회에서 연장 끝에 호주에 무릎을 꿇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월드컵 토너먼트에 진출했고, 바이에른 뮌헨 수비수와 파리생제르맹 스타 이강인을 포함한 재능 있는 스쿼드를 자랑한다. 유능한 프리미어리그 공격수 두 명도 그들의 옵션 중 하나다. 토트넘의 손흥민과 울버햄턴 원더러스 황희찬은 이미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22골을 넣었다”며 “인상적인 라인업으로 한국은 지금이 그들이 우승할 시기라고 느낄 수 있다”고 평가했다.

▲ 클린스만 감독 ⓒ 연합뉴스
▲ 클린스만 감독 ⓒ 연합뉴스

한국은 일본의 마지막 평가전 상대였던 요르단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바레인과 E조에서 경쟁한다. 옵타는 한국이 E조 1위에 오를 확률을 67.3%로, 16강에 진출할 확률은 62.2%로 책정했다. 나아가 준결승 진출 확률은 39.9%, 결승전 진출 확률은 24.9%다.

또 이번 대회 최고 스타플레이어인 손흥민의 우승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사실상 마지막 우승 도전이다. 손흥민은 2011년 카타르 대회를 시작으로 2015년 호주,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에 이어 생애 4번째 아시안컵 우승 도전에 나서게 됐다. 앞선 시도에서 최고 성적은 2015년 호주 대회에서 거둔 준우승으로, 이번 카타르에서 오랫동안 해내지 못한 우승 한풀이를 노린다.


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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