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최민우 기자] “야구를 그만둘까 생각도 했었어요.”
키움 히어로즈 오른손 투수 김동규(20)는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사실 김동규는 아마추어 시절 크게 주목 받는 투수가 아니었다. 체격 조건도 좋지 않았고 실력도 특출 나지 않았다. 영남중 시절에는 단 1경기 출전에 그쳤다. 3학년 때 패스트볼 구속도 108km에 불과했다. 또래들과 비교해도 매우 느린 편에 속했다.
성남고 진학을 결정한 후에도 고민이 많았다. 야구 선수의 길을 계속 가야하나 싶었다. 설상가상으로 발가락이 부러지는 부상까지 당했다.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되자 체중이 급격하게 불었다. 그런데 오히려 부상이 호재가 됐다. 몸무게가 93kg까지 늘어나자 신체 밸런스가 잡혔다. 당시 김동규의 신장은 180cm였다. 힘까지 붙은 덕에 구속이 140km까지 확 늘었다. 단숨에 32km가 증가했다.
신체 조건도 좋아졌고 구속도 향상됐지만, 김동규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공식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성장통 때문에 고등학교 1학년을 날렸다. 신장이 195cm까지 급격하게 자라면서 무릎에 통증이 극심했다. 여기에 팔 부상도 입었다. 통증은 없었지만, 계속 공을 던지면 수술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다시 6개월을 쉬어야 했다.
어린 김동규에게는 시련이 연이어 발생했다. 고등학교 3학년을 앞둔 겨울에도 부상이 회복되지 않아 전지훈련조차 참가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동규는 극복해내려고 노력했다. 매일 새벽 6시에 운동을 시작해 하루 온종일 혹독한 개인 훈련을 진행했다. 재활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하며 몸을 만들었다. 인고의 시간을 보낸 결과 김동규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청룡기 대회 때 처음 모습을 드러낸 김동규는 3경기에서 10이닝을 소화했고, 단 1실점만 내주며 호투했다. 대통령배 때도 1경기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봉황대기 때는 3경기에서 5⅔이닝을 던졌고 1승을 챙겼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김동규는 10경기 21⅔이닝 2승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단 10경기 등판에 그쳤지만, 김동규는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그리고 202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7순위로 LG 트윈스에 입단했다. 당시 LG는 큰 키에 좋은 체격 조건을 바탕으로 직구 각이 좋고, 투구 매커니즘과 볼끝 힘이 좋아 타자를 압도할 만한 위력이 있는 선수라 김동규를 지명한 이유를 전했다.
김동규도 예상 못했던 결과였다. 학창 시절 보여준 게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동규는 “드래프트 초청장을 받았을 때 ‘나를 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LG에서 나를 2라운드에 불러주더라. 정말 놀랐다. 생각해보면 내가 등판했을 때 스카우트들이 많이 왔던 것 같다. 시기가 좋았다. 내가 신체 조건이 좋기 때문에 선발했다고 생각한다. 큰 키에서 나오는 높은 타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 같다. LG가 나를 육성하려고 뽑았던 것 같다”며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사실 상위 라운드 지명이 아니었다면, 대학에 진학하려고 했던 김동규다. 학업 성적도 뛰어났기 때문에 평범한 대학생도 될 수 있었다. 체육교육과에 진학해 교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아니면 대학 야구부에 진학해 얼리 드래프트로 다시 프로 무대에 노크하려 했다.
김동규는 프로 입단 후 LG에서 육성 프로그램을 밟고 있던 중에 키움으로 트레이드됐다. 우승 도전에 나선 LG는 선발 투수가 필요했고, 최원태를 받는 조건으로 키움에 김동규와 타자 이주형을 보냈다. 김동규는 갑작스러운 트레이드 통보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기회의 땅’ 키움에서 더 분발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김동규는 “처음 트레이드 소식을 접했을 때는 어안이 벙벙했다. 주변에서 기회를 더 많이 기회를 받을 거라 위로해줬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키움이 나를 원했기 때문에 트레이들 진행하지 않았을까 싶더라. 나도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고, 팀을 옮기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도 됐다”며 당시 심경을 떠올렸다.
키움에는 젊은 선수들이 많다. 또래들이 많은 만큼 김동규도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다. 김동규는 “처음에는 학교 선배인 (이)종민이 형만 쫓아다녔다. 누구랑 이야기를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동료들이 먼저 다가 와줬다. 정말 고마웠다. 베테랑 선배들도 나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비시즌 동안에는 고척스카이돔에서 훈련을 진행 중이다. 선배 정찬헌의 도움을 받아 코어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김동규는 “정찬헌 선배가 정말 잘 챙겨준다. 코어 힘을 기를 수 있도록 같이 훈련하고 있다. 정찬헌 선배가 허리 수술 이력이 있어서 코어 훈련에 대한 지식이 많다. 나도 옆에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규는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 하는 훈련도 병행하고 있다. 긴 팔을 활용해 앞쪽에서 공을 던지기 위해 노력 중이다. 김동규는 “앞으로 끌고 나와서 공을 던졌을 때 타자가 느끼는 체감 속도가 더 빠르다. 익스텐션이 2m 이상은 나온다. 청백전을 할 때도 타자들이 공이 더 빠르게 느껴졌다고 했다. 구속이 140km에 불과했는데, 147km처럼 느꼈다고 하더라. 앞쪽에서 공을 뿌리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했다.
휴식을 취할 때는 그림을 그린다. 만화를 보는 게 취미인 김동규는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그리며 마음을 비운다고. 김동규는 “야구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예전에는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완전히 해소되지 않더라. 마음을 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니, 노래를 틀어놓고 만화를 그리는 게 가장 좋더라. 시간이 날 때마다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만화 그리기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말했다.
2024시즌에는 1군 마운드에 서고 싶다. 김동규는 “선발 투수로 활약하는 꿈을 꾼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면서 구속도 더 끌어올리려고 한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 올해는 반등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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