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샌프란시스코의 1순위 백업 외야수인 오스틴 슬레이터는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와 첫 만남이 굉장히 강렬했다고 말했다. 슬레이터는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와 계약한 날,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에서 직접 만났다고 떠올렸다. 그런데 만난 곳은 기자회견장이 아닌, 훈련장이었다.
이정후는 입단식이 끝난 뒤 곧바로 구장 내 훈련 시설을 찾아 훈련을 했다. 슬레이터는 “굉장히 열심히 훈련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면서 “자신을 루키처럼 대해달라고 몇 차례 이야기를 하더라. 그래서 나는 ‘너는 그쪽 리그에서 MVP 아니었나’라고 되물었다. 인성이 굉장히 좋은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슬레이터로서는 인생에서 가장 짜릿한 날이 됐을 법한 입단식 에도 자신이 해야 할 훈련을 하는 이정후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면서 든든함을 느꼈을 법하다.
이정후는 입단식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훈련을 병행하며 2024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자 취득 등 행정적인 절차를 거치는 데 시간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이며 모든 준비는 무리 없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후는 팀 스프링트레이닝이 시작되는 2월 15일(한국시간)보다는 더 일찍 미국으로 향해 몸을 만들고 현지 적응 시간이 가질 것으로 보인다. 애리조나 근교에 좋은 훈련 시설들이 있고, LA에 있는 보라스 코퍼레이션 훈련 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LA와 피닉스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편이라 LA에서 훈련을 하다 스프링트레이닝 시작에 맞춰 이동할 수도 있다. 혹은 조금 더 일찍 들어가 동료들과 안면을 익히는 방법도 있다.
여러 가지 합류 방법이 제기되는 가운데 첫 시즌인 만큼 적응이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보라스 코퍼레이션 또한 이정후의 적응에 아무런 지장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18일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에 따르면 이정후의 소속팀 샌프란시스코는 매년 스프링트레이닝을 진행하는 미 애리조나주 스캇데일에 다시 모인다. 보통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2월 중순 투‧포수가 먼저 모이고, 5일 정도 뒤 야수들이 합류해 완전체를 이룬다. 소집 일자보다 조금 더 일찍 구단 훈련 시설에 합류해 훈련을 하는 선수들도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투포수들이 오는 2월 15일 합류한다. 그리고 이정후를 포함한 야수들은 2월 20일에 공식 소집이다. 이정후는 이보다는 빨리 팀 훈련 시설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스프링트레이닝은 KBO리그 스프링캠프와는 조금 다르다. KBO는 2월 1일부터 훈련을 시작해 최종적으로 몸을 만든다. 여유 시간이 길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이미 몸 상태를 100% 만든 상태에서 캠프에 합류한다. 시범경기가 곧이어 시작되기 때문이다. 실제 샌프란시스코의 첫 시범경기는 2월 25일 시카고 컵스전이다.
이정후도 시범경기 초반부터 출전 시간을 분배하며 뛰며 컨디션을 조절할 전망이다. 보통 주축 선수들의 경우 홈에서는 경기에 뛰고, 팀이 원정을 떠났을 때는 훈련 시설에서 훈련을 하는 경우들이 있다. 선수의 의사를 많이 존중하는 편이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첫 시즌인 만큼 더 많은 타격 기회를 원할 가능성도 있다.
이정후는 귀한 몸이다. 샌프란시스코와 올 시즌을 앞두고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에 합의했다.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 중에서는 KBO리거 역대 최고 대우다. 올해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외야수로 총액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따낸 선수는 몇이 없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해 팀 공격력이 리그 바닥 수준을 기었고, 툭히 중견수와 좌타자들의 공격력이 크게 떨어졌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가 그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로 보고 거액을 베팅했다. 스프링트레이닝 때부터 총력 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
샌프란시스코는 거의 매일 시범경기 일정이 있고, 3월 24일경에는 애리조나를 떠나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 인근으로 돌아온다. 3월 25일 구단 산하 트리플A팀인 새크라멘토와 경기를 치르고, 3월 26일과 27일에는 콜리세움과 오라클 파크를 오가며 이웃 팀인 오클랜드와 시범경기 최종 2연전을 치른 뒤 정규시즌에 들어가게 된다. 샌프란시스코는 3월 29일 샌디에이고의 홈구장 펫코파크에서 2024년 시즌 개막전을 치른다.
한편 샌디에이고의 코리안리거 듀오가 된 김하성과 고우석의 소집은 이정후보다 빠르다. 3월 20일과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릴 예정인 ‘서울 시리즈’ 메이저리그 개막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투수인 고우석은 2월 11일부터 공식 훈련을 소화할 예정이고, 야수인 김하성은 이보다 닷새 뒤인 16일부터 훈련을 시작한다. 김하성은 오는 20일 출국해 미국에서 일찌감치 몸을 만들게 된다.
샌디에이고가 샌프란시스코보다 일찍 소집되는 것은 서울 시리즈 준비를 위해서다. 서울까지 이동하는 거리가 있고, 장시간 비행에 따른 피로 회복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샌디에이고는 다른 팀보다 일찍 시범경기 일정을 마친다. 3월 15일까지만 경기를 하고, 곧바로 서울로 이동해 서울 시리즈를 준비한다.
샌디에이고는 서울에 도착한 뒤 한국 야구대표팀과 키움과 두 번의 연습 경기로 몸을 푼 뒤 3월 20일과 21일 LA 다저스와 시즌 개막전을 치른다. 다저스 또한 서울 시리즈 관계로 샌디에이고와 비슷한 시기에 캠프가 시작된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큰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서울 시리즈는 오타니의 다저스 첫 경기의 무대라는 점에서 전 세계 야구팬들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당장 일본에서도 관심이 큰데, 티켓을 구하기 어렵다는 불만까지 나오고 있다.
고우석의 진출이 확정되자 현지 언론에서 계속 언급하는 선수가 바로 이정후이기도 하다. 고우석과 마찬가지로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이정후는 고우석에 앞서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에 계약하며 잭팟을 터뜨렸다. 그런데 고우석도 이제 메이저리거가 됐다. 동갑내기 두 선수는 사돈지간이다. 고우석은 이정후의 여동생과 결혼했다.
공교롭게도 고우석이 샌디에이고에 터를 잡음에 따라 두 선수는 KBO리그에 있을 때만큼은 아니어도 자주 만난다.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이고는 모두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소속이다. 캘리포니아라는 거대한 주에 묶여 있기도 하다. 샌디에이고에서는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을 거둔 김하성도 있다. 세 선수가 자주 만나게 된다. 몇 번의 기회가 올지는 모르지만, 고우석이 던지고 이정후가 치고 김하성이 이를 잡기 위해 뛰어다니는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시범경기부터 맞대결이 예고되어 있다. 3월 3일 두 팀이 대결하고, 8일에 다시 만난다. 이후 샌디에이고는 LA 다저스와 서울 시리즈를 위해 한국으로 이동한다. 이후 샌디에이고는 미국으로 돌아와 시애틀과 펫코파크에서 이틀간 시범경기를 치르고 29일부터 본격적인 정규시즌에 돌입한다. 이때 상대가 바로 샌프란시스코다. 샌디에이고의 홈 개막전부터 고우석과 이정후가 만날 가능성이 있다. 3월 29일부터 4일 1일까지다.
공교롭게도 샌프란시스코의 홈 개막전 상대로 샌디에이고다. 4월 6일부터 8일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3연전을 치른다. 시즌 순위를 가릴 막판까지도 일정이 이어진다. 9월 7일부터 9일까지는 샌디에이고에서, 14일부터 16일까지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각각 3연전을 치른다. 4월에 만날 두 선수는 아직 메이저리그에 적응해야 할 단계지만, 9월에 만나면 이미 어느 정도는 다 적응한 상태에서 만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피츠버그 소속으로 최근 새 시즌을 준비를 위해 출국한 배지환은 미 플로리다주에서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피츠버그는 투‧포수들이 2월 24일 모이고, 배지환을 비롯한 야수들은 2월 19일부터 공식 훈련에 들어간다. 배지환은 매년 스프링트레이닝 때 공식 소집일보다 더 먼저 구단 훈련 시설이 있는 미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에 합류하곤 했다. 올해도 개인 훈련을 마친 뒤 플로리다로 먼저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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