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마테이스 더 리흐트(바이에른 뮌헨) 이적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 출전 비중에 대한 불만과 함께 토마스 투헬 감독과 불화까지 생겼다.
독일 매체 ‘빌트’는 17일(이하 한국시간) “더 리흐트와 투헬 감독의 관계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그는 올여름 이적이 가능하다. 구단 내에서도 논의되고 있다. 이번 여름 그를 떠나보내고 더 리흐트의 자리를 대체하는 게 구단 입장에서 가장 큰 일이 될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최근 더 리흐트의 이적설이 보도되고 있다. 독일 매체 ‘스카이스포츠’의 플로리안 플레텐베르크 기자는 15일 “더 리흐트는 현재 상황에 100% 만족하지 않는다. 토마스 투헬 감독 체제에서 선발로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보도했다.
플레텐베르크 기자는 “바이에른 뮌헨은 바르셀로나의 센터백 로날드 아라우호(24) 영입을 노리고 있다”라며 “더 리흐트는 겨울 이적 논의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여름 이적 시장에서 팀을 옮길 가능성이 있다. 만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에릭 텐 하흐 감독이 계속 지휘봉을 잡고 있다면 더 리흐트는 맨유 영입 리스트에 오를 것이다”라고 전했다.
더 리흐트가 현재 상황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팀 내 최고의 수비수였던 그가 올 시즌 3옵션으로 밀렸기 때문이다. ‘괴물’ 김민재가 합류했기 때문이다. 나폴리 시절 김민재는 이름값을 높인 이후 이제는 세계적인 수비수로 평가받을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
나폴리는 지난 2022-23시즌 세리에A에서 33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김민재의 역할이 상당히 컸다. 그는 세리에A 35경기에 나서면서 우승의 핵심이 됐다.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은 라인을 높여서 강하게 압박하고, 공격적으로 나서는 축구를 선호했다. 이러한 전략이 가능한 이유는 김민재 덕분이었다. 라인을 높였다가 수비 진영으로 복귀하는 기동력과 순간 판단 능력이 뛰어났다.
나폴리는 김민재의 수비력 덕분에 짠물 수비를 펼쳤다. 실점 부문 1위(28골)였다. 압도적인 수비력을 통해 상대에게 득점을 쉽게 내주지 않았다. 그 덕분에 김민재는 세리에A 최고의 수비수에도 이름을 올렸다. 세리에A 올해의 팀에도 선정이 될 정도로 영향력이 어마어마했다.
김민재는 나폴리에서 정상에 오른 뒤 곧바로 팀을 옮겼다. 그는 지난여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관심을 받았다. 텐 하흐 감독 체제에서 맨유의 고민거리는 수비였다. 라파엘 바란과 리산드로 마르티네스가 버티고 있지만 확실한 안정감이 아니었다. 두 선수를 도와줄 해리 매과이어와 빅토르 린델뢰프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때 바이에른 뮌헨이 나타났다. 3주간 기초 군사훈련을 받으러 충남 논산의 육군훈련소에 입소한 김민재를 두고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가장 마지막으로는 맨체스터 시티가 관심을 보였다. 그만큼 김민재에 대한 관심이 상당했다.
결국 적극적으로 영입 경쟁에 나선 바이에른 뮌헨이 김민재를 얻었다.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 이적료를 경신하면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당시 파리 생제르맹으로 떠난 뤼카 에르난데스 공백을 채우기 위해 바이에른 뮌헨이 꺼내든 영입 카드였다.
바이에른 뮌헨이 거액을 들이면서 김민재와 더 리흐트가 보여줄 수비 조합에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실제로 더 리흐트는 이번 시즌이 시작되기 전, 김민재에 대한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다. 그는 “김민재와 영어로 소통하고 있으며, 대화가 잘 통하고 있다. 우리는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다. 김민재는 놀랍고 좋은 능력을 갖춘 수비수”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보니 그렇지 않았다. 김민재가 선발로 자리 잡고, 더 리흐트와 다요 우파메카노가 한 자리를 두고 싸웠다.
투헬 감독은 수비수들의 적극적인 전진 압박을 좋아한다. 위험 부담을 안고서라도 적극적으로 앞으로 나가 패스를 짜르고, 전진하면서 상대에게 강하게 압박하는 걸 좋아한다. 김민재와 우파메카노는 이러한 기동력과 공격성을 갖춘 선수들이다.
이에 반해 더 리흐트는 안정적인 수비수다. 뛰어난 신체조건과 지능적인 수비를 통해 후방에서 흔들림 없는 수비를 펼치는 선수다. 후방 빌드업을 진두지휘하는 패스와 시야가 좋다.
더 리흐트는 김민재 이전에 ‘괴물’로 불렸다. 지난 시즌 바이에른 뮌헨 수비의 핵심이었다. 경기당 가로채기 성공은 1.05회, 태클 성공은 1.07회, 경합 승리는 4.64회로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력을 펼쳤다. 189cm의 뛰어난 신체조건으로 상대와 몸 싸움에서 쉽게 밀리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투헬 감독 체제에서는 비중이 줄어들었다. 지난 시즌 총 43경기서 3골 1도움을 기록했는데, 분데스리가 31경기 중 27경기에 선발로 나서면서 영향력을 드러냈다. 올 시즌에는 총 12경기에 나섰는데, 분데스리가 9경기 중 선발 출전은 단 4경기뿐이었다. 지난 호펜하임전에는 김민재가 아시안컵 출전으로 팀을 떠나 더 리흐트가 선발로 나섰다.
더 리흐트는 줄어든 출전 기회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분데스리가 4라운드 바이엘 04 레버쿠젠과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나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느냐. 지난 4경기에서 많이 뛰지 못했다. 끔찍하다. 당연히 항상 뛰고 싶다”고 말했다. 더 리흐트는 이날 경기에서 후반 40분 교체로 투입됐다. 게다가 김민재와 우파메카노가 중앙 수비수에 자리잡고 있어서 센터백이 아닌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시즌 도중 김민재에게 혹사 문제가 불거졌다. 독일 현지도 김민재 혹사를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스포르트1’은 김민재의 체력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며 문제를 제기했다. “김민재의 체력 소모가 너무 크다. 지금의 경기력을 얼마나 유지할지 모르겠다”며 “바이에른 뮌헨은 중앙 수비를 볼 수 있는 선수가 3명밖에 없다. 이 포지션에서 선수층이 매우 얕다. 그런 가운데 김민재는 뮌헨 주전 중앙수비수로 유일하게 꾸준히 출전하는 선수다. 문제는 그의 체력이다. 곧 A매치 기간이지만, 한국 대표팀에 합류한 김민재는 또 경기를 뛰어야 한다. 쉴 시간이 없다. 뮌헨이 관리를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더 리흐트가 기회를 얻지 못했다.
상황이 달라졌다. 더 리흐트 입장에서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김민재가 아시안컵 출전으로 바이에른 뮌헨 자리를 잠시 비운다. 약 한 달가량 빠질 수 있다. 여기서 존재감을 드러내야 다시 투헬 감독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부상이 문제다. ‘스카이 스포츠’ 독일판에 따르면 우파메카노와 더 리흐트가 팀 훈련에서 제외됐다고 한다. 둘 다 부상으로 정상적인 훈련에 참가할 수 없는 상태다.
시즌 내내 잦은 부상으로 컨디션 관리가 어려웠던 더 리흐트가 다시 주춤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에릭 다이어의 비중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다이어는 이번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토트넘 생활을 청산하고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다. 다이어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 다이어는 완전히 기회를 잃었다. 미키 판더펜이 합류하면서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다이어를 기용하지 않았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뛴 경기는 단 4경기. 그것도 갑작스럽게 부상자가 생기면서 다이어를 쓸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그러나 다이어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다. 안정감이 부족했다. 결국 이후 그는 다시 벤치로 밀렸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풀백인 벤 데이비스, 에메르송 로얄을 센터백으로 내세우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다이어 입장에서는 변화가 필요했다. 경기에 나서면서 잉글랜드 대표팀에 다시 뽑히길 원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에른 뮌헨이 러브콜을 보냈다. 바이에른 뮌헨의 해리 케인이 이적에 도움을 줬다는 후문이다.
다이어는 주전으로 뛰기 위해 이적을 결심했다고 했다. 입단 소감을 밝힌 자리에서 “바이에른 뮌헨은 놀라운 팀이다. 내가 여기 오게 돼 정말 기쁘다”며 미소 띄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주전 경쟁에 자신감이 있다. 다이어는 “내 나이는 아직 29살이다. 난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 이제 서서히 최고의 시절이 오고 있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투헬 감독도 다이어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다이어는 센터백이지만 다양한 포지션에서 뛸 수 있다. 종종 미드필더로 활약하기도 했다. 바이에른 뮌헨에게는 좋은 대안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여름 새로운 수비수가 합류하고, 다이어가 꾸준하게 활약한다면 더 리흐트의 입지가 좁아질 것은 분명하다. 실제로 바이에른 뮌헨 소식을 다루는 ‘바바리안풋볼’도 “더 리흐트는 확실히 부상으로 이번 시즌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투헬 감독은 더 리흐트가 건강할 때에도 우파메카노와 김민재를 그라운드에 내세웠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아약스 시절 텐 하흐 감독과 한솥밥을 먹은 더 리흐트가 이적을 선택할 수 있다. 스페인 토도 피차헤스도 “맨유의 텐 하흐 감독이 2023-24시즌이 끝난 뒤 더 리흐트를 올드 트래포드로 데려오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약스 유스 출신인 더 리흐트는 유스 시절부터 될성부른 떡잎으로 주목받았다. 2016년 아약스에 콜업된 뒤 2017-18시즌 아약스 지휘봉을 잡은 텐 하흐 감독을 만나게 됐다. 2018-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진출에 주장으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특히 유벤투스와 8강 2차전에서 아약스를 준결승으로 이끄는 헤딩 골을 터뜨렸는데, 곧바로 그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유벤투스에 입단했다.
유벤투스 이적 후 더 리흐트는 주전으로 활약하며 3시즌 동안 정규리그 87경기를 포함해 공식전 117경기에 출전했다. 득점도 8골이나 기록했다.
텐 하흐 감독은 돌고 돌아 맨유에서 더 리흐트와 다시 만나길 원한다. 맨유는 수비 보강이 절실하다. 안정감을 통해 후방에서 경기를 진두지휘하는 더 리흐트의 존재감은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텐 하흐 감독도 이를 원한다. 바란의 이적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마르티네스는 파이터처럼 그라운드 곳곳을 누비는 활동량을 자랑한다. 이를 도와줄 수 있는 선수가 바로 더 리흐트다.
맨유는 지난 여름부터 수비수 보강에 나섰다. 김민재를 노리는 가장 강력한 구단이었다. 그러나 협상에 실패했다. 올 시즌 수비에서 어려움을 겪다 보니 시즌 출발 자체가 좋지 않았다. 겨울 이적 시장에서는 수비를 보강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라두 드라구신(토트넘)과 장 클레르 토디보(니스)가 영입 후보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드라구신은 토트넘행을 확정지었다. 맨유가 이제 노릴 수 있는 수비수는 많지 않다.
물론 텐 하흐 감독과 더 리흐트가 만나기 위해서는 텐 하흐 감독이 계속 지휘봉을 잡아야 한다. 현재 맨유는 영국의 ‘억만장자’ 짐 랫클리프 체제로 새롭게 출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랫클리프가 회사 지분을 25%까지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알려졌다. 랫클리프는 본격적으로 구단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알려졌다.
현재 텐 하흐 감독의 감독 자리는 위태롭지 않다. 그러나 성적이 좋지 않다면 언제든지 팀을 떠날 수도 있다. 현재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7위에 그치고 있다. 지난 시즌 3위였던 경기력과는 다른 모습이다. 좀처럼 경기력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더 리흐트와 재회를 위해서는 경기력 반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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