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파리 생제르맹(PSG)의 주전이 그라운드를 누비니 유럽에서도 아시안컵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5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바레인을 3-1로 제압했다.
64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 탈환을 노리는 대표팀은 매번 쉽지 않았던 대회 첫 경기를 비교적 큰 점수차로 이기면서 순조롭게 첫발을 뗐다. 그동안 한국은 아시안컵 첫 경기에서 늘 1골 차이의 신승이 많았다.
최종 스코어는 여유가 있었지만 내용은 쉽지 않았다. 전반 상당시간 바레인의 강한 압박에 시달렸다. 한국은 평소보다 굼뜬 움직임에 패스미스도 많아 이렇다할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바레인에 역습을 내주면서 아찔한 상황을 맞기도 했다.
주심 판정도 대표팀의 적극적인 대응을 사전 차단했다. 전반에만 수비 핵심인 박용우(알 아인),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기제(수원삼성) 등이 옐로 카드를 받으면서 소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후반에는 공격수인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조규성(미트윌란)도 경고를 받아 1차전부터 트러블을 걱정하게 됐다.
그래도 개인 기량에서 바레인을 압도했다. 촘촘하던 수비를 전반 38분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이 뚫어냈다. 이재성(마인츠)이 왼쪽 측면에서 낮게 연결한 크로스를 손흥민이 흘렸고 황인범이 쇄도해 왼발로 마무리했다.
어렵사리 숨통을 튼 한국이지만 후반 초반 바레인에 실점하면서 순간 당황했다. 자칫 분위기를 바레인에 넘겨줄 위험에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번뜩였다. 이강인은 후반 11분 상대 골키퍼가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환상적인 왼발 감아차기로 대표팀에 다시 리드를 안겼다.
이강인은 골 이전에도 한국의 공격 루트를 정하는 사령관 역할을 했다. 주로 오른쪽에 위치했지만 정확한 왼발 킥력을 바탕으로 장거리 대각 패스를 통해 방향을 설정했다. 문전으로 휘어들어가는 크로스도 날카로워 조규성과 이재성의 슈팅을 유도하기도 했다.
득점으로 자신감을 얻은 이강인은 후반 24분 멀티골에 성공했다. 손흥민이 상대 진영에서 볼을 가로채며 시작된 역습의 마무리를 책임졌다. 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가 몸을 날렸지만 이강인은 이조차 예측한 듯 페인팅으로 제친 뒤 반박자 빠른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두 번째 골은 흡사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를 보는 듯 했다. 혼란스런 상황에도 정확한 슈팅 타이밍과 짧은 템포로 득점했다. 한국은 이강인 연속골에 완벽하게 흐름을 잡았고 64년 만에 우승 레이스 첫 번째 단추를 잘 꿰게 됐다.
이강인의 활약에 스페인도 메시를 떠올렸다. 스포츠 전문 매체 ‘아스’는 “이강인이 아시아 축구의 새로운 왕이 됐다. 최고의 골로 한국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며 “이강인은 지팡이를 꺼내 마술을 부리면서 자신이 최고라는 걸 잘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이어 “이강인의 첫 골은 역대 최고의 선수인 메시에게서 본 것을 상기시켰다. 다음에는 드리블을 통한 개인 플레이와 치명적인 왼발 마무리로 능수능란하게 멀티골까지 폭발했다”고 설명했다.
이강인은 선수 생활의 대부분 시간을 스페인에서 보냈다. 유소년 시절에는 발렌시아에서 성장했고, 프로 데뷔 후에도 발렌시아와 마요르카를 통해 프리메라리가를 누볐다. 지난 시즌 마요르카 활약을 통해 빅클럽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해 화제가 됐다.
아스는 “이번 여름 파리 생제르맹이 영입한 화려한 영입생 중 이강인이 아마도 가장 눈에 띄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가장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선수가 이강인”이라며 “그는 재능과 노력으로 루이스 엔리케 감독으로부터 주전 자리를 얻었다. 이강인은 새로운 메시이고 파리 생제르맹의 자산”이라고 했다.
이강인의 눈부신 성장과 맞물려 발렌시아가 지키지 못한 부분을 꼬집었다. 아스는 “이강인이 만지는 모든 것이 금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 2019년 한국은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했다. 같은 해 이강인은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골든볼을 수상했다”면서 “4년 후 그 이상의 선수가 됐다. 발렌시아는 이강인의 재능을 보지 못했다. 반면 파리 생제르맹과 한국은 이강인의 재능을 즐기고 있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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