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시작이 정말 중요하다.”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도 강조한 아시안컵 첫 경기 중요성은 앞서 나선 팀들이 제대로 증명했다.
2023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바라보는 팀들의 출발은 쉽지 않았다. B조의 호주는 전반 내내 고전하다 후반 상대 골키퍼의 허무한 실수로 흐름을 잡으며 2-0 승리를 거뒀다. 호주가 잘했다는 평가는 거의 없었다. 인도가 담대하게 싸웠다. 슈팅 수 4-28, 볼 점유율 29%-71%, 패스 횟수 289-692라는 라는 절대 열세에도 수비적이지 않은 경기 운영으로 흥미로운 90분을 보냈다.
전 일본대표팀을 이끌었던 필립 트루시에 감독의 베트남도 1.5군급 선발로 나선 일본을 흔들었다. 미나미노 다쿠미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세트피스로 두 골을 뽑아내며 일본을 흔들었다. 전반 막판 미나미노와 나카무라 케이토에게 실점했지만, 후반 40분 우에다 아야세에게 네 번째 골을 내주기 전까지 전략적으로 잘 버텼다.
우승권과는 다소 거리가 멀지만, 중국은 처음 본선에 오른 타지키스탄에 0-0으로 비기며 망신을 당했다. 우즈베키스탄도 시리아와 0-0으로 비기며 승리와 멀어졌다. 1위를 하려면 호주를 이겨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UAE는 홍콩의 파상 공세에 당황하다 핸드볼 파울로 얻은 페널티킥 성공으로 흐름을 바꿨다.
1차전을 제대로 풀지 못하면 2차전이 더 어려워진다는 것은 아시안컵, 월드컵 등 국제대회에서 늘 확인했던 사실이다. 조1위 16강 진출을 목표로 세우고 2연승 후 3차전을 완급 조절, 선수단 이원화로 결승까지 가야 하는 전략에 차질이 생긴다.
4개국이 나섰던 1~3회 대회를 제외한 한국의 1차전 결과는 5승6무 무패다. 1~3회 대회를 포함하면 6승7무1패다. 패배가 사실상 없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무승부가 승리보다 조금 더 많다는 기록만으로도 1차전은 절대 쉽지 않음을 알려준다.
한국을 만나는 팀들의 전략은 거의 비슷하다. ‘선 수비 후 역습’이다. 이는 한 골 승부라는 결과물로 증명된다. 12개국으로 확대 편성된 1996 UAE, 2000 레바논 16개국으로 더 커진 2004 중국 대회를 지나 2007 동남아 4개국(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공동 개최 대회까지 4연속 무승부를 거뒀다. 공교롭게도 8강 2회, 3위 2회였다.
바레인과는 2011 카타르 대회에서 만나 구자철(제주 유나이티드)의 두 골로 2-1 승리를 거둔 기억이 있다. 많이 뛰고 몸싸움과 지능적인 반칙에 능한 바레인에 정확한 세트피스와 골 결정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이번에도 경기 운영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자율 축구로 선수들의 창의성을 믿고 있지만, 지난 6일 이라크와 평가전을 통해 공수 불균형이라는 과제를 봤다. 특히 수비는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제외한 대다수는 지난해 12월 둘째 주에 시즌이 끝난 K리거다.
왼쪽 측면 수비수 이기제(수원 삼성)는 정규리그를 10월 초에 끝낸 뒤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11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출전이 마지막 실전 출전이라 컨디션 만들기가 더 쉽지 않다. 역습에 밀리면 한국의 경기 운영은 더 꼬일 가능성이 있다.
냉정한 승부가 필요한 클린스만호다. 다득점을 기대하면 좋겠지만, 일단 승리라는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선제골을 빨리 뽑아내지 못하면 고전 가능성도 있다. 10개국으로 확대됐던 1980 쿠웨이트 대회부터 봐도 모두 한 골 승부로 경기가 끝났다.
바레인은 아시안컵을 앞두고 치른 두 차례 평가전에서 호주와 앙골라에 각각 0-2, 0-3으로 졌다. 지난해 11월 월드컵 2차 예선 1차전에서는 비슷한 수준의 예멘을 2-0으로 이겼지만, 파울루 벤투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휘하는 UAE에는 0-2로 졌다. 조금이라도 수준이 높으면 경기를 주도하지 못했다.
바레인 입장에서는 지난 2022년 11월 카타르 월드컵 직전 본선에 나서는 세르비아 이후 가장 수준 있는 상대다. 세르비아에 1-5로 대패하며 전력 차를 절감했다. 두산 타디치(페네르바체)에게 멀티골울 허용했고 두산 블라호비치(유벤투스), 필립 유리치치(파나티나이코스), 루카 요비치(AC밀란)에게 실점했다.
물론 바레인은 한국이 참을성이 약하고 버스 두 대를 세우는 밀집 수비를 제대로만 한다면 스스로 답답함을 노출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2019 UAE 대회 16강에서도 같은 전략으로 1-1로 90분을 마친 뒤 연장전으로 몰고 갔고 전반 종료 직전 김진수(전북 현대)에게 실점해 1-2로 패한 기억이 있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하다.
클린스만 감독은 “바레인을 존중하고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다. 첫 경기를 잘 마무리해야 다음 경기를 생각할 수 있다”라며 100% 힘을 쏟아 내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 등이 모두 출전 준비를 마쳤다. 다만, 황희찬(울버햄턴), 김진수는 부상에서 회복 중이라 출전 여부에 물음표가 붙었다. 왼쪽 측면으로 이동 배치 가능성이 있는 이강인과 후방의 이기제가 얼마나 좋은 수비와 공격 가담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다.
◆ 한국대표팀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 전적 5승6무(풀리그로 우승 가린 1~3회 대회 단순 포함 시 6승7무1패)
1956 홍콩 아시안컵 한국 2-2 홍콩, 득점: 김지성, 성낙운 결과: 우승(4개국)
1960 한국 아시안컵 한국 5-1 베트남, 득점: 조윤옥(2골), 우상권, 최정민, 문정식 결과: 우승(4개국)
1964 이스라엘 아시안컵 한국 0-2 인도 결과: 3위(4개국)
1968 이란 아시안컵 본선 진출 실패
1972 태국 아시안컵 한국 4-1 크메르(현 캄보디아) 득점: 박수덕, 이회택, 차범근, 박이천 결과: 준우승 #앞서 조편성 경기가 있었으나 조별리그 1차전만 반영 (6개국)
1976 이란 아시안컵 본선 진출 실패
1980 쿠웨이트 아시안컵 한국 1-1 말레이시아 득점: 최순호 결과: 준우승 (10개국)
1984 싱가포르 아시안컵 한국 1-1 사우디아라비아 득점: 이태호 결과: 조별리그 탈락 (10개국)
1988 카타르 아시안컵 한국 1-0 UAE 득점: 이태호 결과: 준우승 (10개국)
1992 일본 아시안컵 본선 진출 실패
1996 UAE 아시안컵 한국 1-1 UAE 득점: 황선홍 결과: 8강 (12개국)
2000 레바논 아시안컵 한국 2-2 중국 득점: 이영표, 노정윤 결과: 3위 (12개국)
2004 중국 아시안컵 한국 0-0 요르단 결과: 8강 (16개국)
2007 동남아 4개국 아시안컵 한국 1-1 사우디아라비아 득점: 최성국 결과: 3위 (16개국)
2011 카타르 아시안컵 한국 2-1 바레인 득점: 구자철(2골) 결과: 3위 (16개국)
2015 호주 아시안컵 한국 1-0 오만 득점: 조영철 결과: 준우승 (16개국)
2019 UAE 아시안컵 한국 1-0 필리핀 득점: 황의조 결과: 8강 (24개국)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