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김대유(33‧KIA)는 2023년 한국시리즈를 봤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LG는 불과 2022년까지만 해도 김대유의 소속팀이었다. 옛 동료들이 큰 무대에서 뛰는 것을 보며 나름의 응원이 있었다. 그러다가도 가슴 한구석이 턱턱 막혔다. 2023년 실망스러운 성적 때문이었다.
특히 고비 때마다 장타로 활약한 박동원의 홈런을 보며 마음이 심란해졌다. 2022년 시즌 초반 트레이드로 KIA 유니폼을 입은 박동원은 2023년 시즌을 앞두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LG로 이적했다. 그리고 그 당시 박동원의 보상 선수로 KIA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바로 김대유였다. KIA는 당시 좌완 불펜진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김대유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원이라 여겼다.
사실 박동원과 김대유의 직접 비교를 하기는 어려웠다. 박동원은 4년 총액 65억 원을 받고 이적한 선수다. 김대유는 그 보상 선수였다. 직접 손익 계산이 가능한 트레이드가 아니었다. 분명 서로의 기대치는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김대유의 처지에서는 마냥 그럴 수가 없었다. 팀의 핵심이 이적했고, 자신은 그 핵심의 공백을 어떤 식으로든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이른바 강박관념이었다. 그 스트레스가 김대유의 KIA 첫 시즌을 망쳤다. 김대유는 너무 많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고 털어놨다.
김대유는 “보상선수로, 상반되는 처지에서 팀에 왔는데 내가 못해 팀에 너무 죄송했다. 감독님에게도 언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었다. 팬 분들에게도 너무 죄송했다”고 담담하게 말하면서 “무슨 할 말이 없더라. 사실 내 체면이야 내가 스스로 감당하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구단의 체면도 세워드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팬들께서도 기대를 하셨을 텐데 그런 것을 못했다. 얼굴을 들고 다니지를 못했다”고 미안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경력 초반 자신의 것을 찾지 못해 오랜 기간 고생했던 김대유는 2021년 64경기에서 24홀드 평균자책점 2.13, 2022년에는 59경기에서 13홀드 평균자책점 2.04를 기록하며 LG의 막강한 불펜에 힘을 보탰다. 스스로도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다고 여겼다. 그 와중에 큰 기대를 받으며 보상선수로 이적했으니 더 욕심이 생기고 잘해야겠다는 스트레스가 컸다고 털어놨다. 김대유는 보상선수라는 그 신분이 꽤 많이 신경이 쓰였다고 했다.
김대유는 “신경이 많이 쓰이더라. KIA 팬분들의 사랑도 어마어마하지 않나. 다른 팀에 갔어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여기서 내가 더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거기에서 조금씩 부담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괜히 나도 모르게 눈치를 봤다고 해야 하나. 정신을 차리자라고 많이 다독였는데 외부적인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고 부진했던 전반기를 돌아봤다.
그래도 터닝포인트는 만들고 시즌을 끝낸 게 한가닥 위안이었다. 시즌 중반 2군에 내려간 김대유는 마음을 많이 비우고 돌아왔다고 했다. 김대유는 “전반기에는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힘이 들어가면서 미스가 생기고, 벗어나는 공들이 많아졌다. 당연히 벤치에서는 교체를 해야 하는 것이고, 그게 반복되면서 자신감도 떨어지고,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퍼포먼스도 망가졌다”면서 “2군에 가서 최대한 잘 해보고 다시 준비하자는 마음을 먹었다. 그래도 8월부터는 괜찮아지면서 팀에 조금이라도 공헌할 수 있었다”고 했다.
실제 김대유는 전반기 19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6.92로 크게 부진했다. 하지만 후반기 22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3.09로 어느 정도 안정감을 찾았다. 시즌 마지막 7경기에서는 실점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최악의 구렁텅이에서는 벗어난 채 시즌을 마쳤다. 이제 김대유는 그 상승세를 2024년으로 이어 간다는 각오다. 쉴 시간이 없다. 겨우내내 강훈련이다. 홈구장인 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김대유는 “11월부터 계속 힘들게 훈련을 하고 있다. 헉헉 거리면서 한다”고 웃었다.
김대유는 “박창민 코치님의 프로그램에 전적으로 맡겨서 열심히 따라가고 있다. 진짜 힘들다. 하지만 이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근래 들어 해보지 않은 강도다. 다만 그런 강도를 따라가고 있다는 건 몸 상태에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생각이 너무 많았던 김대유는 그 땀으로 머리를 비워내고 있다. 김대유는 “즐기는 건 불가능하지만, 즐기는 척이라도 계속 하다보면 그것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라고 남은 프로그램을 응시했다.
첫 시즌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지만 아직 만회할 시간은 남아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2024년이 중요하다. 올해까지 못하면 실패라는 단어가 커질 수밖에 없다. 김대유가 올해 사활을 거는 이유다. 김대유는 “팬들의 사랑이 크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잘해서 ‘잘 될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시도록 해야 한다”면서 “야구를 할 날이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이왕 하는 것, 다시 잘해서 떳떳하게 한번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절실함을 드러냈다. 생각보다 많지 않은 보상선수 신화. 자신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를 아는 김대유는 두 번 실패는 없다는 각오로 2024년을 조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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