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팀 연봉 감축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샌디에이고가 팀의 핵심 내야수로 성장한 김하성(29)을 트레이드할까. 시장에서 김하성에 대한 수요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는 가운데, 샌디에이고가 이에 응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을 잡을 만한 돈이 없다는 것이다. 김하성의 성장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으로, 오랜 기간 깨지지 않았던 추신수(42‧SSG)의 기록이 깨질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샌디에이고의 가장 큰 이슈는 팀 연봉이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넘어 월드시리즈 우승을 조준했던 샌디에이고는 최근 몇 년간 대형 계약을 연이어 터뜨림은 물론 기존 주축 선수들과도 차례로 연장 계약을 해 그 근간을 마련하기 위해 애를 썼다. 매니 마차도, 잰더 보가츠,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다르빗슈 유, 조 머스그로브, 제이크 크로넨워스와 같은 선수들이 대표적이다. 그 과정에서 팀 연봉은 자연스럽게 치솟았다.
실제 2023년 샌디에이고의 팀 연봉은 뉴욕 메츠, 뉴욕 양키스에 이어 리그 전체 3위였다. 그렇게 큰 배후 시장을 두지 않은 샌디에이고가 과감한 투자로 ‘올인’을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는 오래 가지 못할 현상이었다. 샌디에이고는 스타들의 영입으로 늘어난 관중 수입을 자랑했지만, 정작 중계권사인 ‘밸리 스포츠’가 파산하면서 팀 수입 중 가장 비중이 큰 중계권료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은행서 대출을 받아 급여 등을 충당한 것이 드러나면서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이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하고 허가한 피터 세이들러 구단주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구단 리더십도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샌디에이고는 이번 오프시즌 팀 내에서 가장 값어치 있는 세 선수가 모두 떠났다. 팀의 에이스이자 2023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블레이크 스넬, 그리고 팀의 마무리이자 리그 최정상급 좌완 불펜인 조시 헤이더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팀을 떠났다. 여기에 팀 내 최고 타자 중 하나인 후안 소토는 결국 1년 뒤 돌아올 FA 시장의 몸값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속에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했다. 닉 마르티네스, 세스 루고, 마이클 와카 등 팀 마운드의 핵심들 역시 팀을 떠났다.
그 결과 샌디에이고는 팀의 연봉을 상당 부분 비워내는 데 성공했지만, 아직 고민은 남아있다. 바로 최근 2년간 대활약으로 팀의 주축 내야수이자 메이저리그 정상급 중앙 내야수로 성장한 김하성이다. 2021년 시즌을 앞두고 팀과 4년 2800만 달러에 계약한 김하성은 2024년 시즌을 끝으로 FA가 된다. 2025년 상호 옵션이 있기는 하지만 김하성이 이를 수락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북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의 샌디에이고 담당기자 데니스 린은 11일(한국시간) 독자와 질의응답 코너에서 김하성이 어마어마한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을 트레이드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김하성은 2022-2023 오프시즌 당시에도 트레이드 문의를 받았던 선수인데, 이번 오프시즌은 더한 화제를 끌고 있다는 게 린의 소개다. 그만큼 몸값도 높아졌고 샌디에이고의 요구 조건도 높아졌다는 게 시장을 바라보는 린의 확신이다.
린은 “(샌디에이고) 팬들이 좋아할 소식은 아니지만, 우리가 로스터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김하성을 트레이드하는 것이 최선일까?”는 한 독자의 질의에 “그런 것 같다”고 대답했다. 린은 “이번 오프시즌 샌디에이고의 트레이드 후보 중 김하성은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선수”라고 강조하면서 “김하성은 FA 자격을 얻기 전까지 9개월이 남았다. 그런데 샌디에이고가 김하성과 연장 계약을 맺는데 필요한 돈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역시 돈 문제라는 게 린의 설명이다. 린은 “김하성은 올해 연봉 800만 달러를 받는다. 만약 샌디에이고가 올해 개막전에 앞서 김하성과 연장 계약을 한다면 계약 기간 7년에 총액 1억3000만 달러에서 1억5000만 달러를 보장하는 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김하성의 가치가 높고, 현재 샌디에이고는 그런 김하성의 몸값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을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을 수 있고, 트레이드 시장에서는 아주 높은 가격을 부를 것이라는 게 린의 주장이다. 김하성이 아까운 자원인 만큼 그냥 헐값에 넘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린은 “샌디에이고는 이미 다른 구단과 논의에서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놀랄 일이 아니다”면서 구단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린에 따르면 윈터미팅이 열리기 전 한 구단 관계자는 김하성의 트레이드 반대 급부에 대해 ‘선을 넘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린은 “이런 분위기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샌디에이고로서는 자신들의 구단 사정을 이용한 헐값 제시에는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최악의 경우 김하성을 1년 더 쓰고 놔줘도 되기 때문이다. 김하성은 현재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상 연간 3000만 달러에 가까운 공헌도를 보여주는 선수다. 아무나 받아올 바에는 그냥 1년을 더 쓰고 1년 뒤 FA 시장 상황을 보는 게 낫다. 그만큼 샌디에이고도 김하성이 필요하다.
한편 김하성이 예상대로 1억5000만 달러를 받는다면, 이는 한국인 역사를 새로 쓰는 기록이다. 역대 한국인 선수 최고 계약은 2014년 시즌을 앞두고 추신수가 텍사스로 이적하며 세운 7년 1억3000만 달러다. 2위는 최근 샌프란시스코와 계약한 이정후의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다. 3위는 2020년 시즌을 앞두고 토론토와 계약한 류현진의 4년 8000만 달러다. 연 평균 금액으로는 류현진이 가장 많고, 총액은 추신수가 1위이며, 포스팅 금액을 포함한 모든 비용을 다 따지면 이정후가 1위다. 다만 추신수는 벌써 10년 전 계약이라는 것은 고려해야 한다.
린은 김하성이 그런 돈을 받을 수 있는 이유로 앞서 계약을 한 댄스비 스완슨과 트레버 스토리의 예를 들었다. 스완슨은 2023년 시즌을 앞두고 시카고 컵스와 7년 1억77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스완슨이 FA 시장에 나오기 전 시즌의 WAR은 김하성과 유사했다. 스완슨의 공격력이 조금 더 낫고, 나이가 조금 더 어리기는 하지만 큰 차이까지는 아니다. 스완슨도 수비가 좋고 김하성도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스완슨 계약이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게 린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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