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토트넘 홋스퍼의 겨울 이적시장 영입 1호 티모 베르너가 첫 훈련을 소화했다.
토트넘은 11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베르너의 첫 트레이닝 현장을 영상과 사진으로 적극 알렸다. 토트넘은 하루 앞서 독일 분데스리가 RB 라이프치히에서 뛰던 베르너를 임대 영입했다. 활약 여부에 따라 1,700만 유로(약 245억 원) 상당으로 합의한 이적료를 지불해 완전 영입도 가능하다.
토트넘이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재개 시점과 맞물려 공격력 보강에 성공했다. 지난해 마지막 날 치른 본머스전을 통해 손흥민의 공백이 생긴 토트넘은 나흘 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21라운드 원정을 앞두고 큰 고민에 빠졌다. 손흥민을 대체할 카드를 하루 아침에 만들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전반기만 뛰고도 12골 5도움으로 토트넘의 공격을 홀로 책임졌다. 1월에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출전으로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좋은 흐름을 계속 끌고가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클린스만호에 합류한 손흥민은 현재 아시안컵 결전지인 카타르에 입성해 우승을 향해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이 이번 아시안컵에서 숙원을 푼다면 손흥민은 최대 6경기나 결장할 수도 있다.
여기서 토트넘의 고민이 발생한다. 전반기 활약이 워낙 좋았기에 어느 때나 손흥민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지만 개막 후 무패 행진을 마치고 다소 굴곡을 겪을 때 더욱 기대왔던 에이스였다. 특히 지난해 연말 박싱데이로 촘촘한 일정이 진행될 때 손흥민의 폭발력이 상당했다.
12월 시작을 알렸던 14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1골 1도움을 올린 걸 시작으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16라운드에서는 1골 2도움의 원맨쇼를 펼쳤다. 호조를 이어가 에버턴전(1골), 브라이튼전(1도움), 본머스전(1골)까지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이어갔다.
손흥민의 폭발력이 큰 평가를 받고 있다.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골을 뽑아낸 지오바니 로 셀소, 아스널과 북런던 더비에서 득점한 여자 팀의 마사 토마스를 제치고 구단 선정 12월의 골 주인공이 됐다. 이로써 이번 시즌에만 세 번째 이달의 골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팬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수상이라 지난해 9월 아스널전, 10월 크리스탈 팰리스전에 이은 세 번째 주인공 선정은 사랑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뜨겁게 불타올랐으니 대외 평가도 최고를 향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손흥민의 불타올랐던 12월을 칭찬하며 이달의 선수 후보에 포함했다. 이달의 선수 후보 중 손흥민이 공격포인트는 가장 많다. 다만 득점에 있어서는 본머스의 공격수 도미닉 솔란케가 6골을 자랑해 위협적이다. 이번 시즌 본머스에서 잠재력을 폭발한 솔란케는 12골로 손흥민과 함께 득점 공동 3위의 상승세를 펼치고 있다. 손흥민과 이달의 선수를 놓고 이파전을 펼칠 전망이다.
그만큼 토트넘을 지탱한 손흥민이기에 새해 초반 일정을 함께하지 못하는 건 토트넘 입장에서 상당한 출혈이다. 실제로 2024년 첫 공식전이던 번리와의 영국축구협회(FA)컵 3라운드(64강)에서 16개의 슈팅을 시도하고도 수비수인 페드로 포로의 중거리 슈팅으로 딱 1골밖에 뽑지 못했다. 이기고도 골 결정력에 아쉬움을 느껴 공격수 보강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그 결과 이적시장이 열리기 무섭게 1호 영입생으로 베르너를 택했다. 베르너는 손흥민처럼 좌우 측면은 물론 중앙 공격수로도 뛸 수 있는 정상급 포워드다. 독일 대표팀에서 장시간 활약했던 스트라이커다. 그동안 독일 국가대표로 A매치 57경기를 뛰었다. 2017년 처음 국가대표로 부름을 받은 뒤 주축으로 활약했다.
베르너가 명성을 끌어올린 무대는 분데스리가다. 독일 태생답게 프로 시작도 독일에서 출발했다. 2013년 슈투트가르트를 통해 프로에 데뷔한 베르너는 2016년 라이프치히 유니폼으로 바꿔입으면서 기량이 만개했다. 라이프치히 입단 첫해부터 21골을 터뜨리며 이목을 끌었고 이후에도 매 시즌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베르너는 라이프치히에서 뛴 초반 4시즌 동안 159경기에서 95골을 기록하는 놀라운 골 결정력을 보여줬다. 분데스리가를 정복한 공격수로 가치가 올라간 베르너는 2020년 4,750만 파운드(약 795억 원)의 높은 이적료를 투자한 첼시 유니폼을 입었다.
첼시는 다재다능하고 골 결정력이 좋은 베르너에게 기대한 바가 컸다. 그런데 베르너는 프리미어리그의 압박과 속도를 감당하지 못했다. 장점으로 여겨졌던 결정력마저 쉬운 찬스를 자주 놓치면서 커지는 심적 부담에 시달렸다. 결국 베르너는 첼시에서 보낸 두 시즌 동안 89경기에서 23골의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프리미어리그를 떠나야 했다. 실패 꼬리표를 달고 친정으로 돌아가는 걸 택했다. 베르너는 2022년 여름 라이프치히 복귀를 택한 베르너는 아쉽게도 반등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9골에 그쳤고, 올 시즌에는 출전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할 수준이 됐다.
전반기 동안 분데스리가 8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그마저도 선발은 2회에 불과하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4경기 모두 교체 투입이었다. 전반기 총 14경기에서 고작 250분을 뛰었고 2골에 머물러 있다. 베르너는 로이스 오펜다를 비롯해 벤야민 세슈코, 유수프 폴센 등에게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린 상황이다.
베르너의 가치가 내려가면서 토트넘의 임대 영입이 옳은 선택인지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토트넘은 어떤 상황에서도 골을 넣어줄 공격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베르너의 몸상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베르너는 지난 두 시즌만 따져봐도 발목을 비롯해 허리, 다리 근육, 사타구니 부상 등으로 크게 고생했다. 라이프치히가 2년 동안 공식적으로 부상 아웃을 알린 것만 7차례에 달한다.
분데스리가보다 프리미어리그의 피지컬 요구가 더 강한 것으로 알려졌기에 걱정이 따를 수밖에 없다. 영국 대중지 미러도 ‘베르너가 토트넘에 100% 컨디션으로 합류하는지 의문이다. 조금만 다쳐도 토트넘에는 의미 없는 영입이 될 가능성이 있다. 세심한 몸관리를 해줘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래도 토트넘의 현 전술상 침투 플레이가 좋고 스피드가 수준급인 베르너가 더 잘 적응하리라는 예상도 지배적이다.
베르너는 프리미어리그로 다시 돌아온 데 반색했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인터뷰에 나선 베르너는 “빅클럽에 합류해 기쁘다. 앞서 첼시, 라이프치히에서 뛰면서 토트넘과 붙어본 적이 있다. 이제는 이 팀의 일원으로 뛰게 돼 기쁘다”며 “토트넘의 여러 부분이 나를 이곳으로 유혹했다. 특히 앙제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대화가 좋았다. 내가 토트넘에서 어떻게 플레이해야 하고, 내게 무엇을 원하는지 자세하게 알려줬다. 감독과 대화를 통해 내게 어울리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합류 배경을 설명했다.
예상대로 베르너는 손흥민의 직접적인 대체자가 될 전망이다. 베르너의 이적 소식을 전한 영국 언론 ‘텔레그래프’는 “토트넘은 손흥민이 아시안컵으로 떠나 있는 동안 베르너를 왼쪽에 기용할 것이다. 히샤를리송이 중앙 공격수로 뛰고, 데얀 룰루셉스키가 10번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르너도 스피드가 좋기에 손흥민에게 요구했던 움직임을 그대로 가져갈 듯하다.
베르너의 왼쪽 윙포워드 기용이 시즌 끝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아시안컵이 끝나고 주장이 돌아오면 공존 가능성도 그려지고 있다. 영국 ‘더선’은 조금 더 먼 미래까지 내다보며 베르너가 포함된 예상 베스트 일레븐을 내놓기도 했다. 손흥민과 베르너가 함께 뛸 경우 베르너가 왼쪽을 맡고 다재다능한 손흥민이 오른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내다봤다. 베르너를 살리기 위해서는 왼쪽 윙포워드가 가장 알맞다는 판단 아래 최전방 어디서든 제몫 이상을 해주는 손흥민을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 다른 방안은 손흥민을 온전히 스트라이커로 활용하는 것이다. 손흥민을 비롯해 베르너와 히샤를리송 모두 중앙과 측면을 볼 수 있어 자유롭게 위치에 변화를 주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다만 손흥민의 결정력을 더 살리려면 최전방에 배치하고 베르너, 히샤를리송, 브레넌 존슨까지 측면에 배치해 공격을 지원하는 쪽에 무게를 두는 시선도 있다.
베르너는 명성을 회복할 자신감이 있다. 그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내 모습을 봤다면 스피드가 얼마나 위협적인 요소인지 알 것이다. 토트넘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팀에 잘 적응하는 게 먼저”라며 “1년 6개월 전에 프리미어리그를 떠났지만 토트넘은 계속해서 관심있게 바라봤다. 첼시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이제는 토트넘에서도 같은 우승을 바랄 것”이라고 강한 각오를 피력했다.
베르너의 기본 기량에 대해 낙관하는 분위기다. 영국 언론 ‘풋볼런던’은 “최소한 토트넘 팬들은 베르너의 자질을 상기할 필요가 없다. 토트넘은 그동안 베르너와 8번 만나 2골 3도움을 허용했다”며 “라이프치히 1기 시절 챔피언스리그에서 만난 토트넘을 상대로 골을 넣어 16강 1차전 승리를 안겼던 베르너였다. 첼시 소속으로도 토트넘을 프리미어리그와 잉글랜드 풋볼리그(EFL)컵에서 상대해 1골 2도움을 기록했다”고 과거 당해봤기에 아는 기량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토트넘과 의지를 불태우는 베르너는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미팅에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고 어필했다. 전방의 모든 포지션을 뛸 수 있는 게 내 장점”이라며 “내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이 토트넘 경기장에서 펼쳐졌다. 이제 이 곳이 내 홈구장이다. 팬들이 큰 환호를 해줬으면 한다”라고 벌써 득점 장면을 그리기 시작했다.
베르너는 곧바로 토트넘 전력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입단식을 마치고 팀 훈련에 바로 합류하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부터 뛸 수 있게 됐다. 흥미로운 대결이다. 토트넘의 베르너 이적은 하이재킹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베르너에게 관심을 보였던 쪽은 토트넘이 아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이번 시즌 공격진의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마커스 래시포드가 부진하고 새로 영입한 라스무스 회이룬과 경쟁할 카드로 베르너를 유심히 지켜봤다.
토트넘이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결국 베르너를 품었다. 베르너가 손흥민을 대체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공격수 보강에 실패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얼마나 화력을 뽐낼지 관전 포인트다.
베르너는 토트넘에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 첫날이긴 하지만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토트넘의 홈 유니폼을 처음 입고서는 “흰색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라고 웃었다. 모든 부분에 만족하는 눈치였다. 새로운 동료들과도 스킨십을 아끼지 않았다. 손흥민이 없는 동안 함께 공격을 이끌어갈 히샤를리송과 악수하며 좋은 호흡을 약속했다. 현재 선수단에서 토트넘 경력이 가장 긴 에릭 다이어와도 반갑게 인사했다.
베르너도 만족했는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토트넘에서 첫 날. 기분이 아주 좋았다”라고 웃었다. 토트넘 트레이닝복을 입은 사진도 빼놓지 않았다.
베르너로 공격을 강화한 토트넘은 2호 영입도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있다. 문제인 센터백 보강을 위해 제노아의 수비수 라두 드라구신과 합의를 마쳤다. 스카이스포츠 독일판’은 “토트넘과 제노아가 오늘 아침 라두 드라구신 이적에 대해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플라텐버그는 토트넘이 드라구신 영입을 위해 2,500만 유로(약 360억 원)의 이적료에 상당한 금액의 옵션이 더해지며 계약기간은 2029년까지라고 자세한 규모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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