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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구신이 직접 토트넘과 계약 결정…당황한 에이전트 “뮌헨 이적 거절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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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축구 이적 전문가 '파브리지오 로마노'는 11일(한국시간)
▲ 유럽 축구 이적 전문가 ‘파브리지오 로마노’는 11일(한국시간) “드라구신이 토트넘으로 이적한다. 토트넘이 제노아에 새로운 제안을 했고 합의에 도달했다. 중앙 수비 영입이 필요했던 바이에른 뮌헨이 드라구신 영입을 노렸지만 토트넘과 구두합의가 더 우선순위였다”라며 사실상 공식발표라는 시그니처 “HERE WE GO”를 띄웠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라두 드라구신이 직접 토트넘행을 결정했다. 그의 에이전트도 놀란 행보였다.

토트넘이 발 빠르게 겨울 이적 시장에서 움직이고 있다. 겨울 이적 시장 1호 영입에 이어 2호 영입까지 순식간에 해치웠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11일(이하 한국시간) “토트넘이 제노아 센터백 수비수 드라구신과 계약에 합의했다. 이적료는 총 2,500만 파운드(약 420억 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같이 드라구신 영입전을 펼치던 바이에른 뮌헨을 토트넘이 제쳤다”고 밝혔다.

토트넘과 드라구신의 계약 보도는 하루 전부터 영국 현지에서 쏟아졌다. 영국 매체 ‘더 선’은 10일 “토트넘이 드라기신과 계약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매체 ‘디 애슬래틱’도 “토트넘과 제노아가 드라기신 이적에 대해 완전한 합의에 도달했다. 드라기신에 대한 토트넘의 영입 제안을 제노아가 하룻밤 사이에 받아들였다. 드라기신은 10일 저녁 영국 런던으로 이동한다”고 보도했다.

유럽 이적시장 전문가들이 일제히 라두 드라구신(22, 제노아)의 행선지로 토트넘을 꼽았다. 파브리지오 로마노는 “드라구신이 토트넘에 합류하는 걸 선택했다”고 밝히며 특유의 ‘Here we go!’ 표현을 달았다. 영국 매체 ‘풋볼런던’의 알레스데어 골드도 “드라구신이 토트넘에 입단한다”고 했다. 이탈리아 지안루카 디 마르지오 역시 “바이에른 뮌헨은 드라구신 하이재킹을 자신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토트넘의 승리를 알렸다.

이미 드라구신은 런던에 도착해 메디컬 테스트까지 마쳤다. 토트넘의 최종 공식 발표만 남은 셈이다.

드라구신의 의사가 크게 반영됐다. 사실 그의 에이전트인 플로린 마네아는 드라구신이 바이에른 뮌헨에 갈 것으로 예상했다. 에이전트 본인도 뮌헨행을 더 선호했다. 마네아는 “우리가 바이에른 뮌헨 이적을 거부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드라구신이 토트넘으로 가고 싶어 했다. 난 사실 아직도 마음이 좀 아프다”고 말했다.

토트넘과 드라구신의 계약 기간은 6년 6개월이다. 드라구신 영입에 실패한 바이에른 뮌헨은 이제 토트넘 주전에서 완전히 밀린 에릭 다이어와 계약에 총력을 기울인다.

드라구신을 품은 토트넘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토트넘이 원하는 방향으로 겨울 이적 시장이 흘러가고 있다. 올 겨울 토트넘의 영입 1순위는 센터백 수비수, 그 다음은 공격수였다. 일단 차례대로 목표로 하던 포지션의 선수들을 데려왔다. 특히 드라구신은 지난해부터 토트넘이 주목하던 수비수였다. 여러 센터백 수비수 후보들 중에서도 영입 1순위였다. 막판 바이에른 뮌헨이 갑작스럽게 영입전에 참전하며 계약이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최종적으로 드라구신을 설득하는데 성공하며 영입 작전은 대성공으로 마쳤다. 토트넘의 겨울 이적 시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중원 보강까지 바라는 토트넘이기에 겨울 이적 시장이 끝나기 전까진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도‘ “토트넘이 드라구신 영입에 임박했다. 토트넘은 드라구신 영입 조건 일부로 스펜스 임대를 제노아에 제안했다”라고 알렸다. 보도에 따르면, 토트넘은 제노아에 드라구신 이적료로 3000만 유로(약 432억 원)를 지불할 예정이다
▲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도‘ “토트넘이 드라구신 영입에 임박했다. 토트넘은 드라구신 영입 조건 일부로 스펜스 임대를 제노아에 제안했다”라고 알렸다. 보도에 따르면, 토트넘은 제노아에 드라구신 이적료로 3000만 유로(약 432억 원)를 지불할 예정이다

드라구신은 ‘제2의 네마냐 비디치’라 불리는 세리에A의 괴물 수비수다. 티모 베르너에 이은 토트넘의 이번 겨울 이적 시장 2호 영입이다. 시간 순서상 두 번째지만 사실 베르너보다 더 이전에 토트넘은 드라구신과 접촉했다. 미키 판 더 펜이 부상으로 빠진 센터백 자리가 보강 1순위였기 때문이다.

다만 마지막까지 경쟁 팀들과 치열한 영입전을 펼쳤다. 드라구신에게 익숙한 세리에A의 나폴리가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떠나보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영입을 희망했다. 하지만 나폴리는 제노아의 요구 사항을 맞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폴리는 2,000만 유로(약 288억 원)에 알레산드로 자놀리, 레오 외스티고르의 임대를 추가했다. 제노아는 선수를 포함한 협상에 긍정적이었으나 맞트레이드 개념을 원해 무산됐다.

토트넘에게 진짜 골칫거리 상대는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김민재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참가로 인해 한 달가량 전력에서 이탈하자 대체 센터백을 모색했다. 에릭 다이어(토트넘 홋스퍼) 영입에 관심을 보인다고 알려지기도 했으나 드라구신 역시 협상 대상자로 삼으면서 이적 상황을 다르게 몰고 갔다.

이틀 전 ‘스카이 스포츠’ 독일판의 플로리안 플라텐버그 기자는 “바이에른 뮌헨이 드라구신 영입을 문의했다. 이제 협상 시작 단계지만 바이에른 뮌헨은 선두 주자들을 추월할 자신감이 있다”며 “현재 드라구신 영입전은 토트넘이 가장 앞서 있다. 토트넘과 제노아는 이적료 합의까지 마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토트넘 입장에서는 날벼락과 같은 소식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이 참전하면 드라구신을 사로잡기란 쉽지 않아보였다. 클럽 규모와 역사에서 바이에른 뮌헨이 우월하고, 선수에게 중요한 우승 가능성에서도 토트넘이 유혹하기란 쉽지 않은 대상이다. 그렇기에 토트넘은 바이에른 뮌헨이 정식 절차를 밟기 전 제노아를 설득할 필요가 있었고, 부대사항을 포함한 이적료 규모를 키우면서 합의를 이뤄냈다.

이로써 토트넘은 한시름 덜게 됐다. 토트넘은 겨울 이적 시장에서 센터백 영입이 시급했다. 토트넘에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부임하고 수비진을 자신의 전술에 어울리게 바꿔놓았으나 주전 조합이 그라운드에 나설 일이 부쩍 줄었다. 크리스티안 로메로는 거친 플레이로 잦은 징계를 받으면서 부상도 심심찮게 당한다. 지금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진 상태. 그의 파트너로 삼았던 미키 판 더 펜도 지난해 11월 첼시와 경기 도중 허벅지를 다쳐 장기간 이탈했다.

그나마 판 더 펜은 최근 팀 훈련에 복귀하고 영국축구협회(FA)컵 3라운드(64강) 번리전을 통해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머지않아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두 달가량 실전을 소화하지 못했기에 정상 감각을 얼마나 빨리 되찾을지가 관건이다. 판 더 펜은 장신의 높이를 자랑하면서도 스피드도 준수해 수비 라인을 올리는 토트넘에 안성맞춤 자원이었다.

▲ 라두 드라구신.
▲ 라두 드라구신.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시즌 초반 낙점했던 주전 센터백 라인인 로메로와 판 더 펜이 빠진 가운데 토트넘은 잇몸으로 버티고 있다. 다행히 벤 데이비스가 중심을 잡아주는 가운데 에메르송 로얄을 가운데에 배치한 게 재미를 보고 있다. 그러나 데이비스와 에메르송 모두 측면 수비수가 주 보직이라 강팀을 만나게 되면 언제 약점을 노출할지 모른다. 토트넘은 이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만나고, FA컵 4라운드(32강)에서는 막강한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해야 한다. 그때까지 즉시 전력감 정통 센터백 합류는 필수가 됐다.

그동안 토트넘은 여러 센터백을 살폈다. 그만큼 영입이 간절했다. 드라구신과 함께 장-클레르 토디보(OGC 니스), 마크 게히(크리스탈 팰리스), 모라토(벤피카) 등 다양한 리그에서 활약하는 중앙 수비수들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당초 강력하게 원한 건 토디보였다. 바르셀로나 출신으로 프랑스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토디보는 예상 이적료부터 최소 5,000만 유로(약 716억 원)로 평가되는 자원이다.

무게감이 크다 보니 소속팀 설득에 실패했다. 현재 니스는 프랑스 리그앙 2위에 올라있어 우승 경쟁을 위해 토디보를 시즌 도중에 이적시키는 걸 원치 않는다. 토트넘은 하루라도 빨리 센터백을 데려오는 게 목표라 토디보를 자연스럽게 제외하고 드라구신 영입에 온힘을 기울였다. 아울러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강력한 요청도 반영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새로운 중앙 수비수 합류와 관련해 지난해 연말 산타클로스에게 편지를 썼다고 농담을 할 정도로 절박한 심정이다. 오죽하면 “그동안 내가 착한 일을 했는지 못된 짓을 했는지 어떤 선물을 받느냐에 따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 1월에 중요한 경기가 몇 차례 펼쳐지는데 부상자 현황이나 결장할 선수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1월 말에 선수 영입이 될 경우 영향력을 펼치기 어렵다”는 말로 가급적 겨울 이적 시장 문이 열리기 동시에 영입이 마무리되길 희망했다.

드라구신의 토트넘 합류는 일사천리였다. 지난해 마지막날 로마노에 의해 토트넘의 드라구신 영입이 수면 위로 올라왔고 보름 남짓 만에 급진전을 이뤄냈다.

2002년생 루마니아 출신의 드라구신은 수비가 강력한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줄곧 시간을 보냈다. 유벤투스 유스 출신으로 프로 데뷔도 2020년 유벤투스 1군을 통해 해냈다. 이후 세리에A 클럽인 삼프도리아, 살레르니타나에서 임대 생활을 했다. 현 소속팀인 제노아와 인연을 맺은 건 지난 시즌이다. 임대를 통해 제노아에 둥지를 튼 드라구신은 활약을 인정받아 올해 초 완전 이적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 리그 전 경기에 출전하며 세리에B에 있던 제노아를 세리에A로 승격시킨 드라구신은 이번 시즌에도 22경기 2골로 주전으로 뛰고 있다.

드라구신은 191cm의 빼어난 신체 조건을 통한 강력한 수비력이 강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시즌마다 골을 기록할 만큼 수비수임에도 공격 성향을 갖췄다는 평가다. 수비수에게 라인을 끌어올리고 공격적인 움직임을 요구하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드라구신 영입을 승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 포효하는 드라구신.
▲ 포효하는 드라구신.

겨울 이적 시장은 즉시 전력감을 영입하는 만큼 토트넘은 드라구신을 안성맞춤 자원으로 여긴다. 제노아가 요구하는 이적료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로마노 기자에 따르면 제노아는 드라구신의 몸값으로 3,000만 유로(약 431억 원)를 책정했다. 이적료가 폭등한 현재 이적 시장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책정가다. 제노아 입장에서도 1월 드라구신을 영입하면서 550만 유로(약 78억 원)를 지불했기에 5배 남는 장사면 만족한다는 자세다.

토트넘은 센터백 영입이 다급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부임하고 수비진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바꿔놓았다. 특히 센터백에 있어 기존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파트너로 미키 판 더 펜을 영입하며 주전 조합을 구축했다. 판 더 펜도 장신의 센터백으로 로메로와 함께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토트넘이 원하는 바를 최근에도 잘 보여줬다. 특히 다이어의 바이에른 뮌헨 이적설이 알려졌던 사흘 전 드라구신도 볼로냐를 상대했다. 중앙 수비수로 나선 드라구신은 풀타임을 뛰며 완벽한 수비력을 과시했다. 90분 동안 클리어링 5회, 슈팅 블록 4회, 가로채기 3회, 공중 경합 승리 100% 등 벽과 같은 수치를 자랑했다. 공격 전개 과정에서도 39번의 볼 터치를 기록해 92%의 패스 성공률을 보여줬다. 토트넘이 원하는 부분을 모두 충족하는 기록이다.

수비수가 경기를 지배했다. 축구 통계 사이트 ‘소파스코어’는 드라구신에게 7.4점의 평점을 주면서 필드 플레이어 중 최고 평가를 내렸다. 강력한 수비력을 갖춘 즉시 전력감을 찾는 토트넘에 드라구신이 보여준 최고의 무력 시위였다. 토트넘이 드라구신 영입에 근접하면서 센터백 정리도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토트넘은 현재 4순위 센터백인 다이어 처분이 유력하다. 다행히 바이에른 뮌헨이 관심을 보인다. 드라구신 가로채기에 실패하면 다이어 영입으로 노선을 확실하게 정할 것이 유력하다. 토트넘도 다이어를 굳이 지킬 생각이 없다.

다이어는 2014년부터 토트넘에서 뛰며 미드필더와 센터백을 오갔던 멀티 자원이다. 현재 토트넘에서 뛰는 선수 중 가장 오랜 시간 머물고 있어 입지도 대단했다. 특히 2015년부터는 매 시즌 30경기 이상 뛰었다. 센터백으로 완전히 자리잡은 후에는 조제 무리뉴, 안토니오 콘테 전 감독의 스리백 전술 핵심으로 뛰면서 없어서는 안 될 비중을 자랑하기도 했다.

다만 이전 사령탑들의 다이어를 향한 신뢰와 달리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기량은 기다이하였다. 다이어를 중심으로 한 토트넘의 수비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만 63실점으로 최악의 기록을 냈다. 이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포백 전술을 시도하면서 다이어를 전력에서 제외했다. 전반기가 지난 현재까지 다이어는 리그 4경기 출전이 전부다. 선발 출전은 한 차례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다이어가 짧게라도 뛴 경기에서는 꼭 실점해 여전히 안정감과 거리가 먼 모습이다.

반면 바이에른 뮌헨은 다이어를 반기고 있다. 토트넘 시절 좋은 관계를 맺었던 해리 케인이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에는 상당한 입지를 자랑하는 주장 마누엘 노이어도 두팔 벌려 환영했다. 노이어는 “이적 담당자들이 예산 안에서 올바른 해결책을 찾고 있을 것”이라며”다이어는 좋은 이름이다. 책임자들이 시장을 살펴본 결과 결정한 것이기에 우리는 믿고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 라두 드라구신.
▲ 라두 드라구신.

노이어가 바이에른 뮌헨에서 지니는 비중을 봤을 때 다이어를 향한 지지 메시지는 협상에 급물살을 타게 해주는 신호와도 같다. 또 그라운드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하는 노이어가 OK 입장을 밝힌 만큼 다이어도 자신감을 가지고 바이에른 뮌헨의 유니폼을 입을 수 있게 됐다.

바이에른 뮌헨이 드라구신에게 달려든 이유는 김민재를 대체하기 위해서다. 올 시즌 바이에른 뮌헨은 수비진을 구성하며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 마티아스 더 리흐트를 센터백으로 결정했다. 포백 전술을 사용하는데 있어 전문 센터백은 대체로 2배수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4명의 센터백을 맞추기 위해 유망주인 다렉 부흐만을 추가했다.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 뮌헨 감독은 김민재를 비롯한 월드클래스 센터백 3명이라면 한 시즌을 충분히 풀어갈 것으로 봤다. 부상 변수를 간과한 게 컸다. 더 리흐트가 지난 여름 A매치에서 부상을 당하면서 시즌 개막까지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김민재와 우파메카노가 중용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더 리흐트의 재활은 늦어졌고 우파메카노가 잔부상에 시달리면서 멀쩡한 중앙 수비수는 김민재 한 명 뿐이었다.

별다른 로테이션을 제공받지 못한 김민재는 계속 뛰었다. 여기에 A매치를 위해 한국으로 장거리 이동까지 하면서 체력이 많이 고갈됐다. 김민재는 개인 기량으로 위기를 이겨냈다. 간혹 체력이 떨어졌는지 집중력 부족을 드러내는 실수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투헬 감독은 신뢰를 전했다. 김민재도 온힘을 짜내 전반기를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괴물 같은 김민재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바이에른 뮌헨은 센터백 보강을 결심했다. 겨울 이적 시장에서 즉시 전력감을 영입해 김민재가 짊어지고 있는 출전 부담을 어느정도 내려놓게 하겠다는 의도였다. 더구나 김민재는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출전으로 오래 결장한다. 김민재 없는 상황에서 더 리흐트, 우파메카노와 경쟁하며 상황마다 뛰어줄 카드가 필요했다.

센터백 보강 후보들의 이름이 참 다양했다. 지난해 독일 매체들을 통해 바이에른 뮌헨이 영입할 중앙 수비수로 에릭 다이어(토트넘)를 비롯해 슈코드란 무스타피(레반테), 트레보 찰로바(첼시) 등을 거론했다. 가까운 시일에 큰돈 들이지 않고 영입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까지 바이에른 뮌헨이 1순위로 영입할 대상으로 다이어가 꼽혔다. 지난 주말만 하더라도 마노는 “바이에른 뮌헨은 새로운 센터백 옵션으로 다이어를 고려하고 있다. 토트넘도 다이어가 이적할 곳을 찾으면 즉시 떠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것”이라고 겨울 이적시장에서 이탈을 굳이 막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술 더떠 다이어가 영국축구협회(FA)컵 3라운드(64강) 번리전에 결장하자 로마노는 “다이어는 바이에른 뮌헨과 이적에 합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토트넘은 다이어의 이적을 받아들이는 듯 팀을 떠날 자원을 굳이 FA컵에 기용하지 않은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토트넘은 다이어를 정리하려 했다. 스리백 중심의 토트넘에 포백 전술을 시도한 앙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다이어를 전력에서 제외했다. 시즌 개막하고 오랫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출전 명단에서 제외될 때가 많았고, 벤치로 돌아와서도 그라운드 투입은 명받지 못했다. 다이어의 시즌 첫 출전은 지난해 11월 첼시전으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퇴장을 당해 급히 센터백이 필요해지자 다이어를 찾는 수준에 불과했다.

뮌헨이 다이어 영입을 코앞에 뒀다는 유럽 보도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 뮌헨 감독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다이어 이적 여부를 묻는 질문에 “구단 프런트에게 물어봐라. 지금은 할 말이 없다. 아마 구단 측에서도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독일 매체 ‘스포르트1’은 “다이어와 뮌헨이 구두로 이적에 합의한 건 맞지만, 아직 최종 사인한 건 아니다. 최종 성사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다이어는 2014년부터 토트넘에서 뛴 센터백 수비수다. 잉글랜드 출신이지만 포르투갈 스포르팅 유스팀에서 성장해 프리미어리그까지 입성했다. 커리어 초반 주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 하지만 주제 무리뉴 감독 시절 토트넘에서 중앙수비수로 포지션을 변경했고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2014-2015시즌부터 꾸준히 활약했다. 2018-2019시즌을 제외해면 모두 시즌당 30경기 이상씩 뛰며 자신의 자리를 만들었다. 지난 시즌은 커리어 하이에 해당했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신뢰를 받으며 토트넘 수비의 중심으로 거듭났다. 매경기 주전으로 존재감을 과시했고 잉글랜드 대표팀에도 뽑히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국내 축구 팬들 사이에선 토트넘 내 손흥민과 가장 친한 선수로도 유명하다.

파브리지오 로마노는 지난 6일 “바이에른 뮌헨이 새로운 센터백으로 에릭 다이어 영입을 앞두고 있다.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데려오려 한다. 토트넘도 다이어와 결별할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뮌헨 소식에 정통한 독일의 플로리앙 플라텐버그 기자는 한술 더 떴다. “다이어와 뮌헨이 이적에 구두로 합의했다”고 알렸다. 구체적인 계약 기간과 이적료도 공개했다. 계약 기간은 2025년까지. 이적료는 500만 유로(약 70억 원)다.

▲ 드라구신.
▲ 드라구신.

결국 뮌헨이 다이어를 품고, 토트넘이 드라구신을 영입하는 걸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토트넘은 바이에른 뮌헨의 참전 소식에 2,500만 유로(약 360억 원)에 옵션 500만 유로(약 72억 원)를 포함하고 제드 스펜스를 임대보내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총 3,000만 유로(약 433억 원)에 선수까지 포함하면서 규모를 키웠다. 그런데 바이에른 뮌헨이 토트넘이 약속한 이적료 총액을 맞추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제노아도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이 비슷하니 양팀의 제안을 모두 승낙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트넘과 바이에른 뮌헨 모두 드라구신 측과 이야기를 나누고 설득하기로 했다.

상황이 급변하자 유럽 현지에선 토트넘이 다른 수비수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스페인 매체 ‘엘 치링기토’는 “토트넘이 세비야 수비수 로익 바데에게 접근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이 매체는 “토트넘의 센터백 영입 플랜B는 바데다. AS모나코가 관심을 보이지만 토트넘이 영입전 선두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로익도 세비야를 통해 빅클럽이 주목하는 수비수 중 한 명이다. 피지컬이 좋고 운동 능력이 탁월해 공격수와 몸싸움을 즐기는 타입이다. 최근에는 빌드업도 좋아져 후방 안정감을 요구하는 토트넘에 안성맞춤이다. 로익이 지난 2년간 스페인에서 뛰긴 했으나 잉글랜드 경험도 있다.

하지만 드라구신을 두고 치열하게 펼친 영입전 최종 승자는 토트넘이었다. 로마노는 “드라구신은 토트넘과 협상하며 나눴던 초기 약속을 지키기로 했다”라고 했다. 토트넘은 이제 드라구신 영입을 확실하게 마무리하면서 겨울 이적 시장 1,2호 영입에 성공한 모습이다. 바이에른 뮌헨의 하이재킹을 주장하던 플라텐버그 기자도 “토트넘이 총액 3,100만 유로에 드라구신 영입에 성공했다. 이제 바이에른 뮌헨은 다이어를 최우선 영입 타깃으로 삼는다”라고 했다.

한편 드라구신 영입이 기정사실화 된 10일 토트넘은 베르너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베르너를 임대로 데려왔다. 이번 시즌까지 토트넘과 함께한다. 시즌이 끝나면 완전 영입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베르너의 등번호는 16번이다.

베르너의 토트넘 입단 소감도 알려졌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베르너는 “많은 것들이 날 토트넘에게 반하게 만들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내가 토트넘에 합류해야 하는 이유와 전술 등을 알려줬다. 첼시와 라이프치히에서 토트넘과 대결한 적이 있다. 토트넘 구단 일원이 돼 기쁘다. 토트넘은 모든 게 나에게 딱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며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첼시에 합류했을 때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밟았다. 토트넘에서도 우승을 하기 위해 왔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내 스피드가 상대에게 얼마나 큰 위협을 줬는지 알고 있다. 토트넘에서 이런 점들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토트넘의 베르너 영입은 이미 며칠 전부터 유럽 현지에서 이야기가 나왔다. 영국 매체 ‘더 선’은 지난 7일 “베르너는 라이프치히에서 임대로 토트넘에 합류할 것이다. 이 계약엔 완전 영입 조항도 포함됐다. 이적료는 1,300만 파운드(약 217억 원)에서 1,700만 파운드(약 284억 원) 사이가 될 것이다. 베르너는 주말 전에 메디컬 테스트를 받고 토트넘 유니폼을 입는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베르너를 즉시 쓸 수 있다”고 알렸다. 또 다른 영국 매체 영국 ‘BBC’도 같은 날 “토트넘이 베르너와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라 보도했다. 베르너의 토트넘 합류는 시간문제였다.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토트넘의 1호 영입이다. 제일 급한 포지션인 센터백 수비수가 아닌 공격수를 택했다. 게다가 베르너는 과거 첼시 시절 실패한 공격수라는 낙인이 있다. 그럼에도 베르너를 데려온 건 손흥민의 공백을 어떻게든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 세리에A 최고 수비수라 불린다.
▲ 세리에A 최고 수비수라 불린다.

손흥민은 2024 카타르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참가를 위해 한국 대표팀에 합류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숙제로 남았다. 한국이 아시안컵 결승에 간다면 토트넘은 2월 중순까지 손흥민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한다. 12골 5도움으로 팀 내 공격 포인트에서 압도적인 1위인 손흥민의 빈자리는 쉽게 채우기 어렵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없는 사이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둘러 베르너를 데려왔다.

베르너는 2013년 슈투트가르트를 통해 프로에 데뷔한 뒤 줄곧 오름세를 자랑했다. 특히 2016년 라이프치히로 이적하면서 잠재력을 폭발했다. 라이프치히 입단 첫해부터 21골을 터뜨리며 이목을 끌었고 이후에도 매 시즌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라이프치히에서 뛴 초반 4시즌 동안 159경기에서 95골을 기록하는 놀라운 골 결정력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2020년 해외 진출에도 성공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가 4,750만 파운드(약 795억 원)의 높은 이적료를 투자해 영입했다. 분데스리가를 정복한 공격수였기에 베르너를 향한 기대감이 상당했다. 그런데 베르너는 고작 두 시즌만 뛰고 첼시를 떠났다. 첫 시즌부터 프리미어리그 6골에 그치더니 2021-22시즌에는 주전에서도 밀려났다. 당시 첼시가 로멜루 루카쿠를 큰 금액으로 복귀시킨 탓에 베르너는 경쟁조차 할 수 없었다.

결국 두 시즌 동안 89경기에서 23골을 남긴 베르너는 이적료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로 실패 꼬리표를 달게 됐다. 반등을 모색하던 베르너는 2022년 여름 친정인 라이프치히 리턴을 선택했다. 베르너의 이적료는 절반가량 깎였다. 라이프치히로 이적하며 남긴 기록은 1,750만 파운드(약 292억 원)에 불과했다. 그만큼 베르너의 기량 하락이 반영된 몸값이었다.

아쉽게도 친정에서도 반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9골에 그쳐 슈투트가르트 시절이던 2016년 이후 모처럼 단일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하지 못했다. 공식전을 따졌을 때는 40경기 16골로 준수해 보이기는 하나 첼시로 떠나기 전 베르너가 보여줬던 이름값에는 턱없이 모자른 수치였다.

최근 폼은 더욱 떨어졌다. 베르너는 이제는 출전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할 수준이 됐다. 전반기 동안 분데스리가 8경기 출전에 그쳤고 그마저도 선발은 2회에 불과하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4경기 모두 교체 투입이었다. 전반기 총 14경기에서 고작 250분을 뛰었고 2골에 머물러 있다. 베르너는 로이스 오펜다를 비롯해 벤야민 세슈코, 유수프 폴센 등에게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린 상황이다.

이에 토트넘의 베르너 영입을 놓고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팬들도 적지 않다. 첼시에서 부진이 워낙 임펙트가 컸기 때문. 그럼에도 여전히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베르너 본인은 부활을 벼르고 있다.

유럽축구 이적 시장에 정통한 전문가인 이탈리아 파브리지오 로마노 기자는 베르너가 토트넘행에 합의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분밖에 안 걸렸다고 했다. 그만큼 토트넘에 합류하기를 간절히 바랐다는 후문이다. 로마노 기자는 개인 유튜브에서 “베르너는 포스테코글루 감독 아래에서 뛸 수 있는 가능성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며 “완벽한 시스템이고, 자신이 수행살 수 있는 완벽한 축구라고 믿는다. 베르너를 큰 기회로 믿는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 김민재와는 다른 유형의 괴물수비수다.
▲ 김민재와는 다른 유형의 괴물수비수다.

베르너와 토트넘의 이해관계까 맞아 떨어졌다. 먼저 베르너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경험이 있었기에 꽤 많은 팀 러브콜을 받았다. 이번 시즌 베르너는 라이프치히에서 고작 8경기 밖에 뛰지 못했다. 이 중에 선발은 두 경기에 불과했고 모든 대회 포함 204분에 그쳤다. 올해 여름 독일에서 열리는 유로2024 최종명단에 뽑히려면 꾸준한 출전 감각이 절실하다.

토트넘에 임대로 간다면 출전 시간은 확보할 수 있다. 한국 대표팀이 결승에 진출한다는 가정 하에 대략 한 달 동안 공격수 공백을 메워야 한다. 베르너는 9번 자리 외에 측면까지 뛸 수 있는 전천후 공격수다. 히샬리송과 번갈아 최전방을 맡을 수도 있고 손흥민이 없는 측면에서 공존할 수도 있다. 2023-24시즌 전반기에 9번 공격수와 최전방 결정력 보완이 필요한 팀들이 베르너에게 군침을 흘렸다. 애스턴 빌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이 베르너를 장바구니에 넣었지만 최종 결정은 토트넘이 하게 됐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없는 사이 전력 공백을 최소화 할 선수가 필요했다. 베르너와 계약 형태가 임대이기에 토트넘으로선 부담이 없다. 부진하면 손흥민 복귀 후 주전에서 제외하면 된다. 베르너가 활약한다면 올여름 완전 영입 옵션을 발동해 연장계약 할 수 있다.

영국 현지에선 베르너 합류 후 토트넘의 예상 선발 라인업까지 나왔다. 토트넘의 새로운 스리톱으로 히샬리송이 최전방 공격수, 손흥민이 오른쪽 측면, 베르너가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설 확률이 높다.

영국 매체 ‘풋볼런던’은 토트넘이 베르너를 영입할 이유를 분석하며 “손흥민은 아시안컵으로 몇 주 동안 결장할 예정이다. 이미 이반 페리시치와 마노르 솔로몬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공격 자원이 부족했다”며 “베르너가 첼시에서 뛸 당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당시 큰 역할을 했다. 그의 어마어마한 스피드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잘 활용할 것이다”라며 “그의 신체적인 능력과 다재다능함이 영입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밝혔다.

‘더 선’은 두 가지의 또 다른 라인업도 내놨다. 모두 공격진엔 손흥민의 이름이 있다. 하나는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에, 베르너와 브레넌 존슨을 양쪽 측면 공격수로 쓴다. 나머지는 손흥민과 베르너가 투톱으로 뛴다. ‘더 선’이 내놓은 3개의 라인업에서 손흥민은 어떻게 해서든 토트넘 공격을 책임지고 있다.

베르너는 빠른 스피드와 돌파 능력을 바탕으로 공격진 전역을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공격수. 게다가 왕성한 활용량으로 압박에도 특화되어 있는 공격수로 손꼽힌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라인을 높게 끌어올려 압박하고 공격진 포지을 고정시키지 않는 비교적 자유로운 전술을 구사한다는 점에서 베르너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영국 TBR풋볼은 “베르너가 갖고 있는 스피드와 공이 없을 때 활동량을 고려하면 포스테코글루 감독 시스템에 잘 맞을 것으로 보인다”며 “베르너는 첼시에서 2년이라는 도전적인 기간을 보낸 뒤 독일 무대를 누비는 게 비교적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실패자라는 인식을 고치기 원한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런 유형의 선수를 데려오길 원했다”라고 강조했다.

▲ 토트넘 주전으로 활약할 전망이다.
▲ 토트넘 주전으로 활약할 전망이다.

다만 베르너의 잦은 부상은 걱정이다. 베르너는 최근 두 시즌 발목을 비롯해 허리, 다리 근육, 사타구니 부상 등으로 몸 상태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2년 동안 공식적인 부상으로 등록 명단에서 빠진 경우만 7회였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몸만들기가 중요하다는 평가다. 영국 대중지 ‘미러’도 “베르너가 토트넘에 100% 컨디션으로 합류하는지 의문이다. 조금만 다쳐도 토트넘에는 의미 없는 영입이 될 가능성이 있다. 세심한 몸관리를 해줘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올 시즌 리그 8경기 2골에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는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침묵했다. 베르너 스스로도 변화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토트넘의 제안은 그야말로 감사한 일이다.

건강만 하다면 어느 정도는 토트넘 전력에 힘이 될 수 있다. 특히 강력한 전방 압박과 대형을 전진해 올리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축구에 베르너의 영입을 기름칠하는 것과 같다는 평가다. 생각보다 좋은 경기력과 성적을 내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지원해야 한다는 구단 내부 분위기도 있다고 한다.

공격수 보강이 필요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 등이 베르너에게 관심을 가졌던 것도 선점으로 이어졌다. 맨유는 앙토니 마르시알 등 몇몇 자원의 이적 가능성이 있다. 베르너라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빠른 적응에도 문제가 없는 것이 첼시에서 뛰어봤던 경험이 있다. 지난 2020-21, 2021-22 시즌 첼시 유니폼을 입고 리그 56경기에서 10골 9도움을 해냈다. 첼시의 경기력이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름대로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한편 토트넘은 최근 손흥민의 존재감을 피부로 느꼈다. 전반기 내내 왼쪽 윙포워드와 중앙 스트라이커를 오가며 실력을 뽐낸 손흥민은 특히 연말 뜨겁게 달아올랐다. 14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1골 1도움을 올린 걸 시작으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16라운드에서는 1골 2도움의 원맨쇼를 펼쳤다. 호조를 이어가 에버턴전(1골), 브라이튼전(1도움), 본머스전(1골)까지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이어갔다.

이런 활약으로 이를 통해 손흥민은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골을 뽑아낸 지오바니 로 셀소, 아스널과 북런던 더비에서 득점한 여자 팀의 마사 토마스를 제치고 12월의 골 주인공이 됐다. 손흥민이 이번 시즌 이달의 골에 선정된 건 세 번째다. 지난해 9월 아스널전, 10월 크리스탈 팰리스전으로 두 달 연속 수상의 기쁨을 안은 바 있다.

대외 평가도 훌륭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손흥민의 불타올랐던 12월을 칭찬하며 이달의 선수 후보에 포함했다. 이달의 선수 후보 중 손흥민이 공격포인트는 가장 많다. 다만 득점에 있어서는 본머스의 공격수 도미닉 솔란케가 6골을 자랑해 위협적이다. 이번 시즌 본머스에서 잠재력을 폭발한 솔란케는 12골로 손흥민과 함께 득점 공동 3위의 상승세를 펼치고 있다. 손흥민과 이달의 선수를 놓고 이파전을 펼칠 전망이다.

사실 토트넘은 이적 시장 초기엔 손흥민 대체 자원으로 이반 토니(브렌트퍼드)를 영입하려고 했다. 이반 토니는 지난해 여름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났을 때도 토트넘이 노렸던 선수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20골로 득점 3위에 올랐던 선수다.

▲ 드라구신.
▲ 드라구신.

좋은 신체 조건으로 공중볼 다툼에 탁월하며 준수한 결정력을 보유했다. 불법 배팅 이슈로 출전 시간이 줄어 실전 감각이 물음표지만 프리미어리그 상위권 팀 레이더 망에 있었다. 정상 궤도에 올라온다면 충분한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런던 라이벌 첼시와 아스널도 영입전에 뛰어 들었다. 전방과 후방 보강을 최우선 순위로 꼽았던 토트넘에게도 필요한 선수였다. 하지만 브렌트포드 토마스 트랭크 감독이 다른 팀에 토니를 넘기지 않겠다고 선언해 물거품이 됐다.

베르너는 곧바로 토트넘 전력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입단식을 마치고 팀 훈련에 바로 합류하면서 이르면 오는 15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프리미어리그 21라운드부터 뛸 수 있다. 흥미로운 대결이다. 토트넘의 베르너 이적은 하이재킹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베르너에게 관심을 보였던 쪽은 토트넘이 아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이번 시즌 공격진의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마커스 래시포드가 부진하고 새로 영입한 라스무스 회이룬과 경쟁할 카드로 베르너를 유심히 지켜봤다. 토트넘으로선 손흥민 없이 1, 2월을 넘겨야 하는 난제가 남았다. 그 숙제를 풀 열쇠로 토트넘은 베르너를 택했다.

여기에 수비진엔 드라구신이 더해졌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달린 프리미어리그 톱4 진입을 위한 토트넘의 전력 보강이 예상대로 이뤄지고 있다. 토트넘이 공격과 수비를 단숨에 보강하면서 1월 선두권 순위 싸움에 변수로 등장했다. 수비 안정으로 한시름 덜게 됐다.

▲ 티모 베르너.
▲ 티모 베르너.

손흥민이 아시안컵에서 돌아오면 토트넘의 전력은 배가 될 수 있다. 부상에서 돌아올 제임스 메디슨에 이적생 드라구신 등의 조화가 관건이다. 손흥민의 대타 성격이 강하지만 베르너 또한 주요 전력이다. 손흥민이 오더라도 같이 뛰며 공격에서 공존할 확률이 높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으로선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시즌 중 급격한 선수단 변화를 겪으며 이들을 한데 묶어야 하는 중요한 과제를 안았다.

손흥민은 걱정을 덜고 한국 대표팀에 집중할 수 있다. 이번 시즌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전반기 최고의 선수였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이번 시즌 가장 압도적인 득점원은 홀란드, 살라가 아닌 손흥민이라고 소개했다. 이 부문 톱5를 공개했는데 1위에 손흥민 이름을 올려놓았다.

‘데일리 메일’은 “손흥민은 올 시즌 벌써 프리미어리그에서만 12골을 넣었다.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자 공격에서 더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정말 훌륭한 경기력이다. 최근 5경기에서 3골 3도움을 기록했다. 손흥민의 폼은 동료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밝혔다. 평가 그대로다. 케인이 있을 때만 해도 손흥민은 토트넘의 2옵션이었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에이스는 어디까지나 케인이었다.

지금은 얘기가 다르다. 현재 토트넘의 주장이자 대체불가 1옵션이다. 원래 주포지션인 왼쪽 윙어뿐 아니라 케인이 뛰던 최전방 공격수도 오가며 토트넘 공격을 이끌고 있다. 그라운드 밖에서 보여주는 리더십까지 고려하면 토트넘 시절 케인보다 팀 내 끼치는 영향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2위는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모하메드 쿠두스, 3위는 황희찬이었다. 4위는 웨스트햄의 제로드 보웬, 5위는 맨체스터 시티의 베르나르두 실바가 꼽혔다.

그동안 손흥민 공백은 토트넘의 큰 고민이었다. 영국 매체 ‘토크스포츠’는 지난 3일 아시안컵에 차출된 손흥민의 토트넘 복귀 시점을 조명했다. “손흥민이 12일부터 열리는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에 참가하기 위해 토트넘을 떠났다. 그는 한국 대표팀에 합류해 15일 첫 경기를 치른다. 토트넘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 없이 몇 주 동안이나 팀을 운영해야 한다. FA컵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손흥민의 결장이 불가피하다”고 알렸다.

아시안컵은 1월 12일부터 2월 10일까지 진행된다. 한국은 바레인, 말레이시아, 요르탄과 한 조에 있다. 1차전은 15일 바레인과 경기다. 손흥민은 토트넘뿐 아니라 한국 대표팀에서도 주장이자 에이스다. 지난달 31일 본머스전을 끝으로 카타르 아부다비를 향해 갔다. 한국 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서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이른 복귀를 바란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20경기에서 12골 5도움을 기록 중이다. 팀 내 최다 공격 포인트다. 프리미어리그 전체로 봐도 3위에 있다. 손흥민이 빠지면 공격에서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최전방 공격수와 왼쪽 윙어를 모두 소화했던 손흥민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가 토트넘의 숙제다.

한국이 아시안컵 결승까지 간다면 토트넘은 6경기에서 손흥민 없이 치러야 한다. 여기선 6일 열리는 FA컵 3라운드 번리전, 맨유 원정 등이 포함되어 있다. 아시안컵 결승과 날짜가 겹치는 2월 11일 브라이튼전도 뛸 수 없다.

복귀 시점은 2월 17일 울버햄튼전이다. 이렇게 되면 손흥민과 황희찬이 맞붙는 ‘코리안 더비’가 성사된다. 토트넘은 현재 프리미어리그 5위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달린 톱4 진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4위 아스널과 승점 차는 단 1점. 중요할 때에 손흥민이 빠지게 됐다. 가뜩이나 제임스 메디슨, 미키 판 더 펜, 파페 사르 등 주축선수들의 부상으로 라인업 꾸리기에 고심이 많은 토트넘이다. 손흥민까지 결장한다면 스리톱 구성에 상당한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토트넘은 잇몸으로 버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수비진이 그렇다. 다행히 벤 데이비스가 중심을 잡아주는 가운데 에메르송 로얄을 가운데에 배치한 게 재미를 보고 있다. 그나마 판 더 펜은 최근 팀 훈련에 복귀하고 영국축구협회(FA)컵 3라운드(64강) 번리전을 통해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머지않아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으로선 한숨돌렸다. 다만 두 달가량 실전을 소화하지 못했기에 정상 감각을 얼마나 빨리 되찾을지가 관건이다. 판 더 펜은 장신의 높이를 자랑하면서도 스피드도 준수해 수비 라인을 올리는 토트넘에 안성맞춤 자원이었다.

그러나 데이비스와 에메르송 모두 측면 수비수가 주 보직이라 강팀을 만나게 되면 언제 약점을 노출할지 모른다. 토트넘은 이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만나고, FA컵 4라운드(32강)에서는 막강한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해야 한다. 그때까지 즉시 전력감 정통 센터백 합류는 필수였다. 드라구신 합류로 든든해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부터 판 더 펜과 드라구신 조합이 선발로 뛸 수 있다. 각각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넘어온 수비수들이다. 해당 리그 최고의 수비수라 평가된만큼 토트넘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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