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2023년 1월, 최지민(21‧KIA)은 호주에서 묵묵하게 공을 던지고 있었다. 실전 감각을 더 키우라는 구단의 배려 속에, 질롱코리아에 합류해 그간 자신이 준비했던 것들을 차분하게 실험했다. 좋은 성적과 뚜렷한 경기력의 성장을 확인한 구단과 팬들의 기대도 덩달아 커졌다.
2024년 1월, 최지민은 광주에서 훈련을 진행하며 2월 시작될 팀의 캔버라 스프링캠프를 준비하고 있다. 1년 만에 다시 호주를 찾는다. 그러나 입지는 1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10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최지민은 1년 전을 떠올리면서 “당시 호주에서 야구가 굉장히 재미있었다. 야구가 잘 되니까 그랬다”면서 “사실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은 나도 생각을 못했다”고 미소 지었다.
1년 전 호주에 갈 때가지만 해도 팀이 기대를 거는 상위 라운드 유망주 정도였다. 1군에서 뭔가를 보여준 건 없었다. 하지만 1년 사이 모든 게 다 바뀌었다. 최지민은 지난해 58경기에 나가 59⅓이닝을 던지면서 6승3패3세이브12홀드 평균자책점 2.12의 대활약을 펼치며 이제는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불펜 투수로 거듭났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의 일원으로 참가해 요소요소마다 활약하며 금메달에 크게 공헌하기도 했다.
최지민은 자신의 야구 경력 터닝포인트가 된 2023년에 대해 “야구가 재밌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자신의 생각대로 잘 풀렸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남기면서 그 재미를 느꼈다. 최지민은 “지난 시즌은 굉장히 재밌었다. 나에게는 너무나도 값진 한 해였던 것 같다”면서 “국제대회에 나갔다 온 것도 재미가 있었다. 물론 스트레스도 있었지만 야구에 재미를 느끼고 점점 더 좋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 국제대회를 통해 성장한 게 많이 느껴지고, 다른 나라 선수들이 야구를 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것도 깨달았던 것 같다”고 2023년을 돌아봤다.
성공은 근사한 동기부여를 낳는다. 성공의 달콤한 맛을 봤기 때문에 그 성공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한걸음 더 뛰게 된다. 최지민도 지금이 딱 그런 시기다. 비시즌 동안 거의 매일 홈구장에 나와 훈련을 하고 있다. 지난해 리그와 국제무대에서 많은 공을 던진 최지민은 “시즌이 끝난 뒤에는 그냥 다 내려놓고 아무 생각 없이 쉬었던 것 같다”고 웃으면서 “12월 중순부터 다시 운동을 시작해서 계속 이어 가고 있다. (본가가 있는) 강릉보다는 이곳이 운동하기가 더 좋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최지민에게는 또 하나의 도전이자 과제다. 프로 입단 후 자기주도적으로 훈련을 하는 첫 오프시즌이기 때문이다. 입단 직후에는 신인들이 단체 훈련을 했고, 지난해에는 호주 리그에서 정해진 일정대로 공을 던졌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뭔가 스스로 찾아서 운동을 해야 하고, 그에 대한 책임도 자신에게 있다. 최지민은 “작년에는 그냥 나와 있는 대로만 했다. 이런 비시즌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주변에도 많이 물어봤다”면서 “여기서 코치님들이 알려주신다고 해 물어가면서 훈련을 하고 있다”고 근황을 설명했다.
지난해 경험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최지민은 “솔직히 여름쯤 체력이 떨어졌다고 느꼈다”고 털어놓으면서 “그때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히 하니 시즌 말쯤에 다시 올라오더라. 지금도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하고 보강을 하면서 올 시즌 끝까지 안 다치고 갈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작년에 1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많이 느꼈고, 올해는 작년에 떨어졌던 부분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게 올 시즌 숙제인 것 같다”고 겨울나기를 이야기했다.
팀의 핵심 불펜, 더 나아가 KBO리그 최고의 불펜 투수 중 하나로 거듭났지만 안주할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올해 더 증명해야 한다는 게 최지민의 이야기다. 최지민은 “한 시즌만 반짝 했던 선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 꾸준히 잘 던질 수 있는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고 강조하면서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운동도 더 많이 해야 하고, 다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부상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을 수는 없지만, 내가 운동을 많이 하면 할수록 더 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운동량을 가져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지민의 2024년 목표는 지난해보다 더 나은 투수가 되는 것이다. 최지민은 “올 시즌 더 많은 홀드를 따내고 싶다. 팀이 이기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팀이 이기는 상황에 많이 나가서 최대한 막고 싶다. 지난해 승계주자 실점이 많았다. 작년에 많이 느꼈고, 올해는 점수를 더 안 주려고 노력할 것”이라면서 “올 시즌은 KIA 타이거즈가 우승할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우승 팀의 뒷문을 든든하게 지키는 믿을 수 있는 투수가 되는 것. 목표를 말하는 어투에서 설렘을 숨기지 못한 최지민이 꿈꾸는 2024년의 해피엔딩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