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성 기자] 몇몇에선 김민재(26, 바이에른 뮌헨)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주요한 모든 걸 휩쓸며 압도적인 전반기 경기력을 입증했다. 유럽5대리그에 합류한 지 2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독일 분데스리가 사무국은 6일(한국시간) 공식 채널을 통해 2023-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전반기 최고의 활약을 한 11명을 뽑았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포함한 유럽 주요 리그는 윈터브레이크(겨울 휴식기)에 들어갔는데, 분데스리가 전반기 베스트에 김민재 이름이 올랐다.
분데스리가는 포백 기반에 스리톱인 4-3-3 포메이션에 최고의 선수들을 배치했다. 김민재는 독일 국가대표 출신 마츠 훔멜스(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함께 분데스리가 전반기 최고 중앙 수비 콤비를 구성했다.
분데스리가 사무국이 선정한 전반기 베스트 최전방엔 해리 케인, 르로이 사네(이상 바이에른 뮌헨), 세루 기라시(슈투트가르트)가 선정됐다. 허리엔 그라니트 자카, 플로리안 비르츠(이상 바이어 레버쿠젠), 사비 시몬스(라이프치히)가 뽑혔다. 수비진엔 알레한드로 그리말도, 제레미 프림퐁(이상 바이어 레버쿠젠), 마츠 훔멜스(보루시아 도르트문트)였고 골키퍼 장갑은 그레고어 코벨(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이 꼈다.
분데스리가 사무국은 김민재를 선정하면서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올해의 수비수로 선정됐다. 이탈리아에서 독일 무대로 넘어온 이후 빠르게 팀에 적응했고 바이에른 뮌헨에서 분데스리가 15경기를 뛰었다. 김민재는 분데스리가에서 90분당 최다 평균 볼 터치를 기록했고, 전체 패스 횟수 2위에 올랐다. 볼 다툼 승률에서도 바이에른 뮌헨 팀 내 1위를 차지하며 존재감을 보였다”라고 감탄했다.
김민재는 전북 현대를 떠나 베이징 궈안에서 중국 무대를 밟았다. 아시아 팀이었지만 쟁쟁한 외국인 선수들을 상대하며 성장했고 페네르바체(튀르키예)로 떠나 유럽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페네르바체 입성 반 시즌 만에 핵심 선수 자리를 꿰차며 유럽 대항전에 나섰고 튀르키예를 넘어 전 유럽 관심을 받았다.
페네르바체 입단 이후 1년 만에 유럽5대리그 진입에 성공했다. 이탈리아 세리에A 팀 나폴리에게 러브콜을 받았다. 나폴리에서 데뷔전부터 톱 클래스 경기력을 보이더니 점점 팀 주축으로 자리했다.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 전술을 빠르게 흡수하며 고(故) 디에고 마라도나 이후 33년 만에 나폴리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김민재는 나폴리 시절 압도적인 활약을 보였다. 탄탄한 피지컬 조건과 중앙 수비 대비 빠른 스피드, 톱 클래스 축구 지능을 바탕으로 나폴리 주전으로 활약했다. 컵 대회 포함 모든 대회 45경기 2골과 2도움을 기록했다. 나폴리 팀 역사상 최초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오르는 순간에도 김민재 맹활약이 있었다.
2년 만에 유럽 톱 클래스 경기력을 보이자 빅 클럽 러브콜이 쇄도했다. 유럽이적시장전문가 ‘파브리지오’ 로마노 등에 따르면 이적 시장 초반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강하게 연결됐지만 이후 바이에른 뮌헨이 영입전에 뛰어 들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2022-23시즌이 끝난 이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기초 군사 훈련에 들어가자 한국에 메디컬 팀을 파견해 김민재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했다. 토마스 투헬 감독도 김민재에게 연락해 바이에른 뮌헨 이적을 설득했고 5000만 유로(약 715억 원)에 김민재 영입을 확정했다.
김민재 바이에른 뮌헨 이적은 이탈리아에서도 주목 받을 일이었다. 이탈리아 매체 ‘칼치오인피롤레’를 포함한 다수는 “김민재가 나폴리를 떠나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다. 나폴리 팬들은 김민재를 사랑했지만, 나폴리가 감당하기엔 너무도 큰 선수였다. 김민재는 앞으로도 나폴리 역사에 기억될 위대한 선수다. 한 시즌 만에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엄청나게 성공했다. 김민재를 포함한 나폴리 동료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김민재는 페네르바체에서 우연히 나폴리에 압단했지만 때때로 기회는 우연에서 작용한다. 나폴리는 김민재를 영입하기 전 칼리두 쿨리발리를 첼시로 보냈다. 쿨리발리 대체 선수를 찾기 어려워 보였지만 김민재는 데뷔전부터 나폴리가 자신을 왜 선택했는지 증명했다. 뛰어난 피지컬에 톱 클래스 테크닉을 보였다. 나폴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했다“라고 대서 특필했다.
김민재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마티아스 더 리흐트, 다요 우파메카노와 주전 자리를 경쟁할 거로 보였다. 하지만 늘 축구는 예상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더 리흐트와 우파메카노가 번갈아 부상을 당하면서 김민재에게 하중이 쏠렸다.
김민재는 전반기 일정 대부분을 뛰어야 했다. 분데스리가를 포함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독일 DFB 포칼까지 15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했다. 독일 매체들을 포함해 투헬 감독도 김민재의 체력적인 ‘혹사’를 우려했지만 바이에른 뮌헨의 얇은 수비진 뎁스에 어쩔 수 없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엄청나게 뛰었지만 국가대표팀 부름도 받았다. 기초 군사 훈련으로 출전하지 않았던 6월을 지나 9월과 10월, 11월에 대표팀 핵심 선수로 차출됐다. 지난 9월 영국에서 웨일즈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한데 이어 10월엔 튀니지와 베트남을 상대로 뛰었다. 11월엔 국제축구연맹(FIFA)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을 위해 싱가포르와 홈 경기, 중국 원정 경기에 출전해야 했다.
혹사에 가까운 출전에 100% 집중력을 유지할 순 없었다. 잠시라도 삐끗하면 김민재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쏟아냈다. 독일 전설 로타어 마테우스는 지난 10월 독일의 ‘스카이스포츠 독일’을 통해 “김민재는 아직 우리가 기대했던 것만큼 가까이 있지 않다. 바이에른 뮌헨의 불확실한 요인 중 하나다. 이제부터 분데스리가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탈리아에서 받았던 좋은 평들이 있었지만 아직 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독일 언론 평가도 냉정했지만 바이에른 뮌헨은 김민재를 감쌌다. 바이에른 뮌헨의 크리스토프 프로인트 단장은 “지난 몇 달 동안 모든 경기에서 풀타임을 뛰었다 소화했다. 여기에 대한민국 대표팀으로 뛰기도 했다. 김민재는 지쳤고 한계에 달했다. 인간이라 집중력을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몇몇 비판에도 김민재는 나폴리에 이어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핵심이었다. 2023년 축구 선수 개인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사인 발롱도르 후보에 올라 전 세계 시선을 받기도 했다. 한국 선수로는 역대 5번째였는데 2002년 설기현(당시 안더레흐트), 2005년 박지성(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019년과 2022년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에 이어 김민재였다.
발롱도르 주관사 ‘프랑스 풋볼’에 이어 유럭지 ‘레키프’도 김민재를 주목했다. 매체는 ”김민재가 발롱도르 최종 후보 30인에 뽑혔다. 2022-23시즌 나폴리에서 탁월한 후방 빌드업과 강한 피지컬로 공중 볼 다툼 등 모든 지표에서 우수한 경기력을 보였다. 단번에 쿨리발리 공백을 지워냈다. 올시즌엔 바이에른 뮌헨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고 짚었다.
김민재 맹활약은 발롱도르 22위가 됐다. 후벵 디아스는 맨체스터 시티의 역사적인 트레블을 이끈 주전 센터백이었으며, 요슈코 그바르디올은 FIFA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 후방을 지키며 4강을 이끌었다. 하지만 김민재는 이 모든 선수를 제쳤고, 유럽 최고의 중앙 수비와 경쟁해서 가장 높은 순위에 자리했다.
혹사 논란에 꿀맛 같은 휴식이 있었다. 별들의 전쟁 챔피언스리그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김민재, 해리 케인 등과 함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초반 4경기를 모두 잡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갈라타사라이, 코펜하겐과 같은 조였지만 4연승으로 16강 조기 진출을 확정했다. 토마스 투헬 감독은 이어진 코펜하겐과 5차전에서 김민재에게 휴식을 결정했다.
물론 로테이션을 돌렸기에 완벽한 경기력은 아니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한 수 아래 팀 코펜하겐에게 승점 1점만 가져왔다. 바이에른 뮌헨이 100% 경기력을 보이지 않자 현지에선 김민재를 그리워했다.
독일 매체 ‘아벤트차이퉁’은 “바이에른 뮌헨의 숨겨진 영웅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김민재를 절대 놓치면 안된다. 강인한 수비수라는 이미지에 딱 맞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 중앙 수비들이 부족한 상황에 주전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누구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김민재는 바이에른 뮌헨의 숨겨진 영웅”이라고 보도했다.
김민재는 챔피언스리그 휴식 이후 분데스리가 출전을 준비했지만 천재지변이 있었다. 뮌헨에 엄청난 폭설이 내리면서 우니온 베를린전이 취소됐다. 우니온 베를린전이 취소되면더 두 경기 연속 휴식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이클이 무너진 탓일까. 바이에른 뮌헨이 흔들렸다. 우니온 베를린전 취소 이후 열렸던 프랑크푸르트전에서 1-5로 대패했다. 김민재는 선발로 출전해 준수한 활약을 보였지만 팀의 연속 실점을 바라만 봐야 했다.
후방 수비수 김민재에게 비판이 있었다. 축구통계매체 ‘풋몹’에 따르면 프랑크푸르트전 평점은 5.3점에 불과했다. 이날 120개의 패스 중 112개의 패스를 성공하며 93%의 패스 성공률을 보였지만 지상 볼 경합 성공률은 20%에 그쳤다. 공중 볼 다툼 성공률은 100%로 여전히 존재감은 있었다.
노이어와 고레츠카 다음으로 낮은 평점이었다. 또 다른 통계 매체인 ‘소파 스코어’ 평점에서 김민재는 6.2점이었다. 투헬 감독도 “우리는 무려 5골이나 상대에게 내줬다. 처참한 결과다. 수비 실수 없이 5골이나 실점하는 건 있을 수 없다. 90분 동안 수비의 실수들이 이어졌다. 중요한 지역에서 실수가 반복됐다. 휴식과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는데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선수들은 왜 이런 경기를 했는데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한다. 승리를 하려는 에너지와 의지가 부족했다“라고 질타했다.
역대급 패배였기에 바이에른 뮌헨 선수단 전체 평점이 낮았다. 노이어는 5실점의 책임을 피하지 못했고 평점 3점대 굴욕을 받았다. 고레츠카 역시 이날 중원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면서 노이어에 이어 최저 평점 2위에 올랐다. 전방에서 분투했고 만회 골을 넣었던 조슈아 키미히도 5.7점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은 분데스리가 우승을 넘어 유럽 제패를 노리는 팀이다. 토마스 투헬 감독은 빨리 팀을 재정비해 슈투트가르트전을 준비했다. 김민재도 선발로 출전했는데 후반 18분 파블로비치가 올려준 코너킥을 헤더로 연결해 슈투트가르트의 골망을 갈랐다. 바이에른 뮌헨 입단 이후 첫 번째 골이었다.
물론 해리 오프사이드와 수비 굴절로 1골과 1개의 도움을 날려 아쉬움을 삼켰다. 그러나 김민재 활약은 독보적이었고 슈투트가르트전 경기 최우수 선수(MOM)로 선정됐다. 이날 평점도 8점대를 받으면서 양 팀 통틀어 최고 평점으로 포효했다. 멀티골로 바이에른 뮌헨 승리를 이끌었던 해리 케인보다 더 높았다.
현지 반응은 어땠을까. 바이에른 뮌헨-슈투트가르트전을 보도한 ‘유로 스포르트’는 “김민재는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전에서 잊을 수 없는 밤을 보냈다. 인상적인 수비로 바이에른 뮌헨에 승리를 안겼다. 득점까지 하며 공격에서도 강한 정신력을 보였다”라며 평점 9점으로 최고 활약을 인정했다.
슈투트가르트전에 이어 볼프스부르크전까지 풀타임으로 바이에른 뮌헨 2-1 승리를 이끌었다.
축구통계업체에 따르면 김민재는 이날 평점 7.2점이었다. 태클 성공률 100%(1/1)과 함께 걷어내기 2회, 헤더 클리어 1회, 가로채기 3회, 수비적 행동 7회 등으로 톱 클래스 경기력을 보였고 패스 성공률은 92%(83/90)에 달했다.
겨울 휴식기에 들어갈 때까지 김민재 활약은 압도적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이 겨울 휴식기에 들어가면서 전반기 선수들 평가가 이어졌는데, 스포츠 전문매체 ‘스포츠키다’는 전반기 전 세계 최고 수비수 5인 중 한 명으로 김민재를 지목했다.
매체는 “중앙 수비수가 수비만 하는 시대는 끝났다. 현재 축구에선 견고한 수비에 후방 빌드업 등 유동적이고 창의적인 경기력을 보여야 한다. 김민재는 현대 축구 흐름에 적합한 선수다.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나폴리의 33년 만에 우승 핵심 선수였다. 타고난 신체 조건, 침착한, 기술 등이 장점이다. 바이에른 뮌헨 이적 이후에도 곧바로 주전 자리를 확보해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라고 박수를 보냈다.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까지 김민재의 전반기 업적을 칭찬했다. 2023년 최고의 활약을 보였던 ‘월드 팀 2023’을 뽑았는데 최고의 선수 11명 중 김민재 이름이 있었다. 김민재는 디아스와 알폰소 데이비스, 에데르송, 주드 벨링엄, 케빈 데 브라위너, 리오넬 메시, 로드리, 엘링 홀란드, 킬리안 음바페, 해리 케인 등 월드 클래스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물론 일각에선 김민재를 제외해 논란이었다. 독일 매체 ‘빌트’는 뮌헨 선수단의 전반기 성적을 매겼는데, 김민재의 순위는 고작 16위었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가 국제축구연맹(FIFA)과 함께 선정한 2023년 남자 축구 부문 월드베스트 후보에도 없었다. 선정 기준은 2022년 12월 19일부터 2023년 8월 20일까지며 모든 대회 포함 공식전에서 최소 23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들만 월드베스트 후보에 올라갈 수 있다.
김민재는 모든 조건을 충족했고 나폴리와 바이에른 뮌헨에서 톱 클래스 경기력을 이어왔는데 후보에도 없었다. 반면 유럽을 떠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뛰고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포함돼 ‘인기 투표가 아니냐’는 논란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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