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대구 입단 뒤 ‘출전 제로’…K3리그 MVP 발판 삼아 제주 입단
K3리그에서 2년간 절치부심…3년 만에 K리그1 재도전
(서귀포=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K3리그에서 힘들어할 때 저를 안아주시며 함께 눈물 흘려주신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승부사’ 김학범(63)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프로축구 K리그1 제주 유나이티드는 지난 2일 2024년 1호 영입 선수로 ‘윙어 공격수’ 제갈재민(23)을 선택했다고 발표했다.
‘신인 선수’ 같지만 제갈재민은 사실 ‘중고 신인’이다. K리그1 출전 기록이 ‘제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 구단도 제갈재민에게 ‘신인 선수’가 아닌 ‘신입 선수’라는 표현을 쓴다.
제갈재민에게 제주는 자신의 축구 인생에서 두 번째 K리그1 클럽이다.
전주대 시절 2020년 U리그 왕중왕전 득점왕에 오르며 2021년 대구FC를 통해 프로에 발을 디뎠지만 단 한차례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채 눈물을 머금고 K3리그(3부리그) 무대로 자리를 옮겼다.
K3리그에서 2년간 절치부심한 제갈재민은 2023년 공동 득점왕(12골)과 베스트 11 미드필더에 최우수선수(MVP)까지 3관왕을 따내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고, 제주의 러브콜을 받아 3년 만에 K리그1 무대에 재입성했다.
5일 제주도 서귀포시 클럽하우스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제갈재민은 “독기를 제대로 품었다”라며 ‘인생 2회차 K리그 무대’를 준비하는 비장한 각오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나름 대학교에서 상도 받고, 대구에서 불러주니까 설레는 마음가짐으로 단단히 각오하고 입단했다”라며 “하지만 K리그1의 벽이 정말 높다는 것을 금방 실감했다. 내가 아주 부족했다”고 말했다.
제갈재민은 결국 첫 번째 K리그1 도전에서 ‘출전 제로’의 절망감을 맛보며 쫓기듯 K3리그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김해시청, 당진시민축구단을 거쳐 지난해 목포FC에 둥지를 틀었다.
제갈재민은 축구 선수들이 선망하는 K리그1 무대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뒤 하부리그로 추락한 자기 모습에 화가 많이 났다.
그는 “대구에서 나와서 2022년 김해시청에 반년 정도 있고, 그해 후반기에는 당진시민축구단에 지냈다. 그때 정말 많이 방황했다”라며 “더 독하게 마음먹었어야 할 때 혼자 자책하고 훈련 때나 경기장에서도 자신에게 실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2023년 목포FC로 이적한 제갈재민이 다시 일어나게 해준 고마운 스승은 조덕제 감독이었다.
수원FC, 부산 아이파크 등을 지휘했던 조 감독은 2023년 목포의 사령탑을 맡았고, 빠른 스피드와 돌파력에 양발을 모두 잘 쓰는 제갈재민을 활용한 전술로 2022년 13위였던 팀을 준우승까지 올려놨다.
조 감독의 믿음 속에 제갈재민은 목포에서 12골을 쏟아내며 공동 득점왕에 오른 뒤 MVP까지 섭렵하는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제갈재민은 “목포에서 뛰면서 ‘더 지체되면 K리그 복귀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셨고, 저 역시 독기를 품고 뛰었다”라고 강조했다.
그가 재기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원동력은 가족의 사랑이었다.
조기축구를 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에 반해 초등학교 시절 태권도 선수 대신 축구 선수를 선택한 제갈재민은 “K3리그 시절 아버지에게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때 아버지께서 ‘정말 올해는 잘해보고,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라시며 저를 안아주셨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졌다. 아버지의 눈물을 처음 봤던 거 같다. 어머니도 함께 우셨다”며 살짝 눈시울을 붉혔다.
3년 만에 K리그1 무대로 복귀한 제갈재민의 가장 큰 목표는 경기 출전이다.
대구에서 한 차례도 사령탑의 부름을 받지 못했던 서글픔을 잊지 못하는 제갈재민은 이제 부모님이 지켜보는 앞에서 3년 만에 당당히 K리그1 데뷔전을 치르겠다는 각오뿐이다.
제갈재민은 “K리그1와 K3리그의 수준은 엄청나다. 비록 K3리그에서 활약했다고 수준 차이를 인정하고 도전자의 입장에서 독하게 마음먹고 다시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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